지역 첫 여성 팝페라 도전장 배은희 “장르파괴 매력 어필”
지역 첫 여성 팝페라 도전장 배은희 “장르파괴 매력 어필”
  • 황인옥
  • 승인 2018.12.06 2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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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에서 팝페라 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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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배은희는 팝페라 가수를 선언하고 1집 앨범을 발매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1집 앨범 ‘내님아’로 본격 활동
하동효 작곡 크로스오버 곡
가사 내용 나라사랑에 포커스
한 달 20회 무대… 데뷔 순항 중


가곡, 트로트, 가요, 뮤지컬 OST 등 선곡은 거침이 없고, 가창력은 폭발적이다. 노래에 실린 감정선을 소프라노 특유의 높고 화려한 음색과 만개한 얼굴, 부드러운 몸사위에 실어내며 객석을 쥐락펴락한다. 가녀린 체구에서 뿜어내는 디바 배은희의 노래에 객석이 박수갈채로 화답한다. 그녀는 팝페라 가수 소프라노 배은희. “최근에 1집 앨범을 출시하고 대구에서 첫 여성 팝페라 가수의 탄생을 알렸어요.”

 



배은희는 소프라노 출신의 대구 첫 여성 팝페라 가수다. 지난달에 크로스오버 ‘내님아’ 싱글앨범을 발매하고 팝페라 가수로의 변신을 알렸다. ‘내님아’는 나라사랑의 메시지를 담은 크로스오버 곡이다. 이 곡은 각종 음원사이트에도 출시됐다.

“가사는 제 의견이 100% 반영됐어요. 곡의 메시지는 남녀간의 사랑이야기보다 나라와 관계된 주제에 포커스를 맞췄어요. 성악가인 제가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주제라고 봐서였죠.”

앨범 수록곡의 작곡은 하동효가 했다. 그는 JTBC 예능 프로그램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에서 멜로망스라가 리메이크해 관심을 모은 ‘유(You)’의 작곡자로 알려져 있다.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은 대한민국 가요계의 한 시대를 풍미했다 사라진 가수, 일명 ‘슈가맨’을 찾아 그들의 전성기와 히트곡, 가요계에서 사라진 이유와 행방 등을 알아보는 것은 물론 슈가맨의 히트곡을 새로운 버전으로 재탄생시켜 승부를 겨루는 프로그램이다.

배은희에게 먼저 손을 내민 것은 하동효였다. 소프라노가 노래하는 크로스오버에 관심이 많았던 하동효가 자신이 작곡한 크로스오버 곡을 노래할 가수를 찾던 중 지인의 추천으로 배은희의 노래를 유튜브에서 듣고 망설임 없이 그녀를 낙점했다. “하동효씨가 자신의 곡의 가수가 돼달라고 하셨어요. 저 역시 작곡해 놓은 선생님의 BGM을 들고, 너무 맘에 들어 바로 OK 했죠.(웃음)”

배은희는 영남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를 졸업하고, 대학원 입학 후 오디션을 거쳐 영남대학교 60주년 기념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주역인 비올레타 역과 대구오페라하우스 기획 오페라 ‘쟌니니스키’ 무대에 오르는 것을 시작으로 각종 갈라콘서트 무대에 오르는 등 프로 성악가의 꿈을 키워갔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한다고 성악가로 무대에 서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 일반적으로 국내 대학원 진학이나 유학을 선택하며 실력을 쌓기 마련이다. 그녀 역시 이 시기 유학과 결혼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했고, 결국 결혼을 선택했다. 결혼과 함께 꿈이 좌절되는 듯 했다. 만약 그때 포기했다면 오늘의 팝페라 가수 배은희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영남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해 결혼과 학업을 병행하며 프로 성악가의 길에 한걸음 다가섰다. 두 아이 출산과 육아, 그리고 대학원 공부는 힘에 부쳤지만 결국 끝까지 레이스를 펼쳐 대학원을 졸업했다. “대학원 시험 치는 날 결혼식을 올렸어요. 물론 대학원에 진학도 하고, 좋은 선생님을 찾아 레슨도 꾸준하게 받았어요. 이탈리아에 로마로 가서 A.I.D.M 아카데미 1년 과정도 밟고, 다양한 콩쿨에도 도전했어요.”

열악한 문화환경 속 키운 음악 열정
4년간 직장생활 접고 음대 진학
성악 무대 좁아 과감히 팝페라 전향
“다양한 음역대 소화로 품격 높일 것”

 

소프라노 배은희의 성장기는 드라마틱하다. 경북 영주의 가난한 농부의 딸로 태어나 영주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녔다.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구 소재의 기업에 취업하면서 비로소 고향을 벗어날 수 있었을 만큼 그녀가 본 세상은 영주가 전부였다. 음악적 소질은 일찍 발현됐다. 중,고등학교 시기 교내와 군 단위 학생노래경연대회에 우승을 도맡은 것. 그렇게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그녀에게 음악대학 진학을 권유하는 사람은 없었다. 시골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이 환경적으로 쉽지 않았기 때문. 그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클래식 전공자는 물론이고 클래식 공연 한번 보지 못한 채 성장기를 보냈다. “워낙 음악적인 환경이 갖춰지지 않아 음악 공부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차 몰랐기 때문에 음악대학을 가야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어요.”

대구의 모 기업에 취업하면서 안정된 직장인의 삶을 사는 듯 했다. 하지만 내면 깊숙한 곳으로부터 음악에 대한 열망이 불타올랐고, 결국 직장 생활 4년 만에 회사를 사직했다. 그리고 1년의 준비 끝에 영남대학교 음악대학에 진학했다. 결혼 후에도 대학원 공부를 이어갔고, 그토록 원하던 성악가의 길이 그녀 앞에 열렸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좀처럼 무대는 허락되지 않은 것. 국내파보다 유학파가 유리한 환경, 어떤 후광도 없었던 처지 등 현실의 벽 앞에서 그녀는 작아져만 갔다. 하지만 상고출신으로 음악대학과 대학원까지 졸업한 그녀가 아니던가? 좌절은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대안은 선택지를 바꾸는 것. 팝페라 곡이었다.

“소프라노 출신의 팝페라 가수는 인기가 많았어요. 무대에 계속해서 서고 싶다는 열망이 워낙 강해서 팝페라로 타협하는데 큰 갈등은 없었어요.”

성악에 대한 열정만큼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던 그녀가 팝페라 가수로 우회한 배경에 현실 타협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팝페라 곡으로 무대에 서면서 관객들의 진심어린 호응을 경험했고, 눈물까지 흘리는 관객들의 피드백을 보며 팝페라 가수의 삶에서 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다양한 음악을 좋아하는 그녀의 취향도 반영됐다.

“팝페라 가수가 되기까지 힘든 시간들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관객들의 환호가 많은 위안이 됐어요. 대중과의 특별한 교감만 있다면 팝페라에 승부수를 띄울 가치가 있다고 봤죠.”

성악에서 트로트 가수로, 국악에서 대중가수로의 변신은 무죄인 시대다. 21세기가 장르, 분야 파괴의 시대임을 감안하면 문화예술계의 이같은 장르 파괴는 어쩌면 또 다른 4차 산업혁명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장르 파괴는 양날의 검일까? 종합선물일까? 소프라노에서 팝페라 가수인 변신한 배은희는 “소프라노 출신이어서 다양한 음역대와 형식의 노래들을 소화할 수 있다”며 후자편을 들었다. “성악가가 대중가요나 크로스오버 곡을 부르면 노래에 품격이 높아지고 색다른 매력을 전달할 수 있죠. 그런 장점 때문에 성악전공자나 관객들이 팝페라 가수에 열광하는 것 같아요.”

 



배은희의 팝페라 가수로의 변신은 성공적일까? 일단 불러주는 무대가 많아졌다. 그녀는 한 달에 20여회 무대에 오른다. 가을 등 성수기에는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대구경북을 종횡무진 누빈다. 앨범을 발매하고 한 달여 만에‘내님아’로 무대에 오른 것만 해도 벌써 50회가 넘는다. 뿐만이 아니다. 좋은 작곡가에게서 러브콜도 받아놓은 상태다. MBC 드라마 ‘눈사람’과 ‘황금사과’ 음악감독 출신인 작곡가 정용국이 그녀에게 곡을 주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 시인이자 시낭송가이자 작사가인 ‘제니스 리’가 작사를, 정용국이 작곡을, 20대인 이세영씨가 편곡을 맡아 그녀의 2집 앨범이 준비되고 있다. “정용국 작곡가는 서영은의 ‘혼자가 아닌 나’를 작곡한 분이세요. 제 노래를 들으시고 예전에 히트한 곡들을 저와 함께 리메이크 해 보고 싶다고 하셨어요. 이분이 작곡해 놓은 곡들이 많은데 제가 노래를 불러주었으면 하셨죠.”

나이에 맞는 감성노래로 행복을 찾아가고 싶다는 배은희. 팝페라 가수 배은희는 현재 순항중이다. 그녀가 “이제야 제 옷을 입은 느낌”이라고 했다. “관객들의 진심어린 격려를 자양분으로 더 좋은 무대로 대구 최고의 여성 팝페라 가수로 성장하겠다”는 바람도 피력했다. 그러면서 재능기부에 대한 꿈도 살짝 내비쳤다. “음악적 환경이 열악한 시골의 학생들에게 시,군과 함께해서 적은 비용으로 레슨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요. 저처럼 시골에서 음악의 꿈을 키워가는 학생들의 꿈을 키워주며, 무대 위에서 저의 꿈도 키워가고 싶어요.”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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