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을 버린 만남
편견을 버린 만남
  • 승인 2018.12.0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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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선 대구교육대학교 교육대학원 아동문학교육전공 강사
2학년 꼬맹이들 교실에서 ‘토끼와 거북’ 동화를 읽히고 토론에 부쳤을 때다. 경기 조건부터 잘못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기회를 공평하게 주기 위해 물에 사는 거북이를 데려와 산에서 경기를 할 때는 거북이 발에 인라인 스케이트를 신겨줘야 하고, 산에 사는 토끼를 데려와 물에서 경기할 때는 토끼 발에 물갈퀴를 신겨 줘야 한다는 등 참신 발랄한 의견 들이 오고갔다. “낮잠 자는 토끼를 깨우지 않은 거북이가 나쁘다고 생각합니다”,“경기하다가 느림보 거북이를 무시해서 낮잠을 자는 건데 깨워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어쩌면 토끼가 낮잠 잔 것은 느림보 거북이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일부러 자는 척 했을 수도 있습니다” 꼬맹이들의 열띤 토론에 교사는 머리에 번개를 맞은 기분이었다. 거만하고 잘난 체 하던 토끼가 배려심 깊은 토끼로 변해보이는 순간이었다. 이렇듯, 그 깊이를 헤아려 볼 수 있다면 서로에 대한 편견이 서로에 대한 배려심으로 돋보이는 아름다운 세상이다. 문득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편견을 가지고 상대를 제 멋대로 평가하고 제 멋대로 이해하고 있는 걸까?

다낭 여행을 다녀왔다. 가이드 생활을 15년 했다는 분의 안내를 받았다. 베트남은 모계사회이다 보니 여성들이 직장에 나가 일해서(인터넷상 통계와는 좀 다른 이야기지만) 가족을 벌어 먹인단다. 돈 버는 여자를 남자가 데려오다 보니 여자 집에 그만큼의 경제적 보답이랄까? 지참금을 주고 데려가는 것이 당연한 풍습이 되었단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경제적 능력이 없는 남편은 아예 베트남 아내를 만날 수 없도록 베트남 정부가 법을 강화해두었단다. 경제적 능력이 없는 남자가 부모 재산에 기대어 장가가려 해도 안 된다며 나라가 나서서 국민을 보호하고 있단다. 모든 국민에게 가로 5m 세로 20m의 집 지을 땅을 나눠주어 거리에 거지가 없는 나라였다. 벌이가 없는 다낭 남자들은 여자가 출근하고 나면 찻집이나 식당에 앉아 여유를 즐기는 모습이 눈에 띄였다.

아무튼 우리나라 60년대처럼 못사는 나라라고 깔보던 편견에서 벗어나니 아이들이 많아 국민의 연령이 젊어 인건비나 물건 값이 싼 것도 희망적으로 보였다. 지금 한국 기업들 가운데에는 인건비 싼 나라로 공장을 옮겨가고 있는 실정이니 언젠가, 한국인이 베트남에 벌이를 위해 찾아가게 될 지도 모를 일! 생김새를 보고 한국말을 모른다 싶어 함부로 무시하는 말을 내뱉었다가 무안당할 수도 있는 국제화시대다.

외국인이 아니더라도 우리네 사회 안에서 편견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나 종교 단체에서 노인들을 모셔 점심 대접을 할 때면 꼭 비닐봉지를 가져와 음식을 담아가는 어르신들이 계신다. ‘집에 가져가서 손자, 손녀나 병들어 누워계신 할아버지를 챙겨드리고 싶어서일까? 궁함에서 음식에 대한 욕심이 생겨서일까?‘ 정도로만 생각했다. 모시던 어느 날, 행색이 초라한 어르신이 헝겊가방에서 까만 비닐봉지를 꺼내 상위에 놓인 밥이랑 반찬이랑 떡을 드시기 전에 반씩 나눠 담기에 다가갔다. “어르신, 뭐 부족하나요? 좀 더 갖다 드릴까요?” 하며 슬쩍 여쭈어보았더니 손사래를 쳤다. “아니, 아니야! 내가 이걸 다 못 먹어. 남겨서 버리면 음식에 대한 예우가 아니지. 남길 만큼 가져가서 저녁에 먹으려고 하는 거요” 하셨다. 행색이 초라해보이던 내 편견 속 할머니 얼굴에서 여유와 덕을 갖춘 품격이 뿜어져 나왔다.

또한, 편견을 버리면 상대의 가치(실력)를 비로소 알 수 있게 된다. 성모당 백주년 기념 ‘글, 그림전’ 행사 때다. 문인회 총무인 터라 뒷풀이판을 준비하려고 새로 사온 과도를 플라스틱 칼집에서 급히 꺼내려던 찰라 칼끝에 내 엄지손가락 손등이 찔려 피가 퍽퍽 솟구쳐 손가락을 잡고 택시 타고 병원으로 갔다. ‘이렇게 죽을 수도 있구나’싶을 만큼 다급한데 응급실에서는 뼈를 다쳤는지부터 알아야한다며 엑스레이 촬영을 했다. 엑스레이를 들여다 본 애송이 의사는 열 바늘 정도는 꿰매어야 할 상처 부위를 겨우 네 바늘로 느슨하게 꿰맸다. 응급처치 다음 날, 집 근처 병원에서 치료받으며 너무 느슨하게 꿰매주더라고 흉을 보았다. 그랬더니 의사선생님 말씀이 “이렇게 느슨하게 꿰매야지요. 촘촘하게 꿰매면 피부 괴사(壞死)가 일어나서 안 돼요” 하신다. ‘어머, 그런 깊은 뜻이?’ 편견을 버리니 애송이 의사의 가치를 비로소 바로 보고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까지 들었다.

그렇다. 노년에 기성세대의 일부가 되어 젊은이들을 보며 버릇없다, 철없다는 편견을 버려야 힘든 청춘 시기를 멋지게 살고 있는 젊은이들을 바로 볼 수 있겠다. 아울러, 외국인이나 독고노인들에 대한 편견도 떨쳐내어야 그분들을 더 깊이 이해하고 따스한 눈으로 바라볼 줄 아는 만남이 이루어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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