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년회는 무슨∼” 축 처진 연말
“망년회는 무슨∼” 축 처진 연말
  • 강나리
  • 승인 2018.12.06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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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존중 기류·불황 탓에
직장인들 술자리 기피 뚜렷
모임도 점심·다과로 간소화
술집·음식점 “아~옛날이여”
일부선 “갈수록 삭막” 푸념도
망년회가 사라졌다. 몇년 전만 하더라도 11월 중순부터 망년회가 시작됐던 것과 비교하면 판이한 현상이다. 본격적인 시즌인 12월들어서도 망년회 모임이 드물다. 예년 같으면 망년모임이 여러번 됐던 직장인들도 올해는 거의 없어진 분위기다.

직장 내 부서별 또는 개인간 소규모 모임은 그나마 진행되는 분위기지만 술자리보다는 점심식사나 다과 등으로 바뀌어 망년회가 간소화됐다.

이에 따라 경기 침체와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여파, 혼술·혼밥 유행 등의 영향이 맞물리며 식당·주점 등이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6일 대구지역 다수 식당에 따르면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난 2016년부터 최근 2년여간 연말 망년회 예약률이 절반가량 줄었다. 모임이 잦았던 공공기관 인근의 식당·주점의 경우 점심식사 예약만 드문드문 있는 편이다.

대구 중구 동문동에서 30여년간 식당을 운영 중인 이분순(여·65)씨는 “매출이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단체손님이 줄어들다 보니 매출이 뚝 떨어진 데다 인건비가 부담돼 주말에도 혼자 운영하고 있는 상태다.

이씨는 “이맘때쯤 송년회 등 예약문의 전화가 하루에도 수십 통은 걸려왔는데, 올해 12월엔 지금까지 문의전화가 한 건도 없다”며 “물가는 올랐는데 다들 주머니 사정이 안 좋으니 밥 값을 올리지도 못한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특히 단체 방문보다는 6인 이하의 소규모 모임이, 저녁 술자리 대신 ‘런치파티’나 ‘티타임’이 정착되는 양상이다. 주말을 하루 앞둔 금요일에 저녁 회식을 하는 것은 암묵적인 금기사항이 됐다.

대구 수성구의 한 한정식 전문점 직원 박모(여·51)씨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음식 가격을 낮췄는데도 매출이 30% 정도는 줄었다”며 “특선메뉴 등 비교적 저렴한 음식 위주로 점심식사를 하는 손님들은 제법 있어도 저녁이 되면 식당이 한산하다”고 했다.

술자리 문화가 점차 사라지는데 대해 2030 직장인 사이에선 사생활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확산돼 긍정적이라는 반응과, 연말 분위기 실종돼 삭막하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익명을 요구한 대구시청 소속 한 공무원은 “수직적인 직장문화에서 가정과 개인 사생활을 존중해주는 방향으로 분위기가 바뀌다보니 상사들이 회식하자는 말을 잘 꺼내지 않는다”며 “젊은 공무원들은 대부분 현재 분위기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역 직장인들은 별도의 여가비를 지원하는 회사가 적어 송년회를 문화공연 관람으로 대신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고 귀띔했다.

대구 북구 칠성동의 한 유통업체 직원 조영하(39)씨는 “과도한 음주문화는 싫지만, 한 해 동안의 유종의 미를 거두는 자리가 없어진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며 “친한 직원들끼리 당구나 스크린골프를 치거나 영화 관람을 종종 하는 편이지만, 더치페이 문화 때문인지 예전보다 불참률이 높은 편”이라고 했다.

강나리·석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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