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상공론(卓上空論)의 화(禍)
탁상공론(卓上空論)의 화(禍)
  • 승인 2018.12.09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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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윤 시인
어이없는 사고소식이 끊이질 않는다. 과거에 비합리적인 행정이 낳은 잠재적인 위험요소는 지상에서 지하에 이른다. 도무지 국민이 안심할 수가 없다. 지진이나 태풍과 같은 천재지변이야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인간의 손으로 건설된 수많은 구조물이나 시설물들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책을 마련했어야만 했다. 비단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 붕괴 등은 무책임한 건설업체만의 문제는 아니었음을 우린 기억하고 있다. 지하공간에는 수많은 케이블과 배관들이 매설되어 있다. 지하 시설물간의 상호작용으로 인해서 어떤 위험이 잠재되어 있을지 알 수 없다.

지난 24일 발생한 KT 아현지사 화재사고만 하더라도, 원인은 고사하고 복구기간에 대해서도 불확실한가보다. KT의 민영화는 표면적으로는 고객에게 수준 높은 통신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불필요한 인력을 감축하여 원가를 절감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화재사건을 통해서 밝혀진 사실은 대부분 외주업체에 의존한 운영방법이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수도, 전력, 통신 등은 특수한 공공성을 띤 사업부문이다. 그만큼 국민의 편익과 안전에 직접적인 연관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후 관리는 외주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외주업체가 변경이 되어도 관리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고, 변경되지 않아도 안일한 운영방식을 불러올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18년 12월 4일에는 고양시 일산동구에 위치한 백석역 근처 도로의 온수배관이 파열되는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로 인해 섭씨 100도의 뜨거운 물기둥이 치솟아 1명이 사망하고 39명이 화상을 입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로부터 받은 ‘장기사용 배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온수 배관 2천614km 중 20년 이상 사용한 배관이 686km에 이른다. 전체 배관의 32%가 파열 사고 위험에 노출된 셈이다. 지역별로 노후화는 성남시 분당이 77%로 가장 높고 대구지역은 34%정도가 낡은 배관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이번 백석역 사고 브리핑 도중에 보여주었던, 황창화 사장의 미소는 그야말로 소름끼치는 장면이었다. 결혼을 앞둔 딸의 예비신랑을 만난 후 귀가하던 아버지를 죽음으로 이끌었던 사고였다. 평생을 구두수선을 하며, 불우한 청소년은 물론이고 소아암 환자를 도왔던 그에게 훈장대신 참사(慘死)를 안겨주었던 사고였다. 시민들을 구조하기 위해 출동한 소방관도 두 명이나 다쳤다. 20년 전의 배관공사에 대한 책임이 어디에 있건,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이를 관리하고 유지, 보수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 땅속에 시한폭탄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고 보면 된다. 그뿐인가. 지하에는 광케이블을 비롯한 각종 통신장비와 기타 설비배관들도 지나가고 있다. 이 회사의 대표인 황사장이 인터뷰과정에서 보인 웃음은 무슨 의미인가. 그는 “웃음에 별다른 의미는 없었고 단지 너무나 갑작스러운 사고가 터져서, 시장과 시민에게 죄송한 마음으로 발언하는 과정에서 생긴 오해”라고 해명했다. 이것이 해명인지 뭔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그는 누구인가. 그가 대표적인 현정부의 캠코더인사로 불리는 이유는, 그의 경력과의 연관성을 찾을 수 없는 난방공사업체의 수장을 맡게 되면서부터였다. 정치라는 것이 이래서 위험하다.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촛불인사’로 등극한 정치인들이 초심을 잃어버리면 더욱 추해질 수밖에 없다. 마치 눈밭에 떨어진, 피 한 방울이 더욱 선명하게 보이듯 말이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초기, 높은 지지율을 보인 이유는 ‘적폐청산’의 기대감 때문이었고, 현재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원인은 ‘적폐청산’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다. 국민들을 더 이상 실망시켜서는 곤란하다. 집무 장소가 청와대건 광화문이건 국민들은 개의치 않는다. 전시행정 말고 실질적인 경기 부양대책이 마련되길 원하고, 남과 북이 공생할 수 있는 경제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한다. ‘해오던 대로 해오면, 달라질 것은 아무 것도 없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임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이에 따른 조치를 미리 취해야 한다.

한국지역난방공사가 발표한 현황대로라면, 기존 설치되어 있는 배관 중에서, 거의 3분의 1을 전면 교체작업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에 따른 공사비와 인건비 등은 어떻게 조치할 계획인지도 궁금하다. 연매출 2조원에 가까운 회사가 설비투자는 제대로 이루어져왔는지도 궁금하다. 국민의 안전과 복지를 담보로 하고 있는 대부분의 회사들이 그러하듯 이들도 ‘국민의 위기’를 ‘아전인수(我田引水)’의 기회로 삼는 부도덕성을 보일까 우려된다. 지금 드는 솔직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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