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영리병원의 허가를 바라보며
국내 첫 영리병원의 허가를 바라보며
  • 승인 2018.12.09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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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아(대구시의사회 부회장/ 동산의료원 교수)



2018년 12월 제주도에 대한민국 첫 영리병원의 개설이 허가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현행 의료법상 병원은 의료인이나 정부 지방자치단체, 의료법인이나 사회복지재단 등 비영리 기관만 설립할 수 있고, 운영에서 발생한 수익을 병원 외부로 가져갈 수 없다. 그러나 영리병원은 기업이나 민간 투자자의 자본으로 세워졌기에 여타의 주식회사처럼 투자를 받고, 투자자는 지분만큼 수익금을 가져갈 수 있다. 제주도에 허가받은 병원의 경우 외국자본인 중국 녹지그룹이 778억원을 투자하였고, 국민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고, 진료나 입원 대상은 외국인에 국한하였다.

일각에서는 일자리 창출, 외국인으로부터의 의료수입 등을 통한 지역경제의 활성화, 이차적인 관광산업의 재도약, 또한 2012년부터 제주도와의 협약을 체결하고 설립을 추진해온 외국 투자자에 대한 행정 신뢰성 측면에서 허용을 찬성하고 나섰다. 또한 풍부한 자본이 투자됨으로써 의료 산업의 발전이 기대되고, 병원간의 경쟁을 유발하여 의료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가능하며, 궁극적으로 의료비는 절감될 것이라고까지 얘기한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인 측면들에 앞서 생각해야 할 요소들이 보인다.

‘공공재로서의 의료’에 대해서이다. 우리나라의 의료기관은 90% 이상이 민간병원이지만 공공성을 강조하며 사유재산권보다 국민의 생명권을 더 우선시하고 있고, 국민건강보험 하의 의료전달체계에 편입되어 비영리 사업장으로서 각자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 오고 있다. 그러나 영리병원은 운영에 있어 ‘공공재로서의 의료’보다는 말 그대로 영리 추구가 목적이고 국민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기에, 제주영리병원을 시작으로 외국의 의료기관이나 투자자들이 국내의료시장에 진입하여 타의료기관과의 역차별이나 국내의료체계의 왜곡을 유발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앞선다.

‘의료의 수익추구 측면’에서이다. 자선사업이나 사회기여가 목적이 아니기에, 병원에서의 이윤을 첨단 기기도입이나 의료서비스의 질적 향상에 투자한다 하더라도(이는 장점이 되겠지만), 매년 기대하는 이상의 수익률을 담은 보고서를 받고자 할 것이다. VIP가 있기에 가능하겠지만, 영리병원의 고비용은 비영리의료기관의 진료행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기에 이로 인한 의료비의 상승은 자명하다.

국내의료기관들이 외국인 환자의 유치에 소극적이라 우리 의료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에 미흡해서일까. 제주영리병원은 성형외과, 피부과, 검진 중심의 가정의학과와 내과진료를 내용으로 하는데, 이미 국내의료기관들은 이들 과를 중심으로 외국인 환자의 유치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고, 양적인 측면 외에 질적인 만족도에서도 충분한 성과를 내고 있다. 자국에 비해 너무나 값싸고 우수한 의료서비스이기에 외국인 환자뿐 아니라 해외 교민들조차도 국내의료기관을 다투어 방문하는 실정이다.

외국인에 국한하여 진료한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든다.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조성을 위한 특별법’에는 외국인만을 진료대상으로 한다는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면 의료법을 따라야 할 텐데, 환자의 진료 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는 조항을 생각한다면 개설 허가내용에 따른 자의적 해석으로 내국인의 진료를 거부하기에는 법적 기반이 미비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라밖의 현황을 살펴보면 서구 국가들의 민간영리병원의 비율은 미국이 21.6%, 프랑스는 30% 전후, 이탈리아, 멕시코 등은 60% 전후이다. 그러나 전체 의료기관 중 공공병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프랑스는 절반이상, 미국도 20% 이상으로, 우리의 5.4%와는 비교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미국 국민의 경제적 파산의 62.1%가 의료비 때문이라는 보고는 영리병원에 의한 의료의 양극화가 얼마나 심각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답이 될 것이다. 공공의료의 뒷받침 없이 영리병원이 허용되고 확산된다면 민간의료기관들은 왜곡된 의료체계하에서 의료격차로 인해 붕괴위험에 직면할 것이고, 전반적인 의료비의 상승으로 인한 의료 소비자의 부담은 물가 상승률보다 낮은 의료수가의 상승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것이다.

영리병원이 가져올 수 있는 장점과 현재 상황에서 ‘불허’가 가져올 법적, 경제적, 외교적 손실에 대해서 충분히 납득하고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충분한 준비가 없는 상황에서 임시방편적으로, 어쩔 수 없이 행해져온 수많은 정책들의 말로와 혼선을 우리는 충분히 봐왔다. 49명의 공공의대생을 만드는 정책보다는 장기적으로 공공의료의 확충을 도모하는 정책을 입안하고, 민간의료기관들에 대한 지원과 성장동력이 만들어진 상태에서 영리병원이 허가, 운영됨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현행의 국민건강보험체계라는 틀속에 수많은 의료기관들을 가둬두고, 제주를 시작으로 영리병원이 우후죽순처럼 개설되는 또다른 모순이 진행되는 것은 아닌지 지켜보는 우려의 눈들을 기억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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