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둘러싼 희망은?
노벨평화상 둘러싼 희망은?
  • 승인 2018.12.1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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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 전북대 초빙교수
노벨상이 수여되기 시작한 첫 해가 1901년이니까 백년이 훌쩍 넘어섰다. 금년이 제118회다. 노벨상은 인류복지에 공헌한 사람을 선정하여 문학, 화학, 물리학, 생리학 또는 의학 그리고 인류평화에 기여한 평화상 등 5개 부문에 걸쳐 시상해오다가 1969년부터 경제학상을 신설하여 6개 부문으로 늘어났다. 노벨상의 창시자는 스웨덴의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이다. 그는 러시아, 프랑스, 미국 등지에서 기초공학과 화학을 전공하여 1867년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했다. 영국과 미국에서 특허를 얻어내 수로발파, 철도 도로건설에 획기적인 진로를 열었다. 다이너마이트는 다른 폭발물로 발전하였으며 전쟁에 필수품이 되었으며 세계적인 명성을 획득한 노벨은 막대한 이익으로 거부가 되었다. 노벨은 자기가 만든 폭발물이 수많은 인간을 죽이는 무기로 사용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가 결과적으로 대량살상무기의 주인공이 된 것을 몹시 자책했다. 죽기 1년 전 모든 재산을 사회에 헌납하면서 유언장에 노벨상을 제정하도록 한 것이다. 유언에 따르면 전년도(前年度)에 가장 크게 인류에게 혜택을 준 사람이나 단체에게 시상하도록 명기했다.

이번에 한반도 평화를 둘러싸고 문재인의 중재로 트럼프와 김정은이 북핵 폐기를 전제로 싱가포르회담을 열고 곧 2차 회담을 열게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매스컴과 정치권은 앞 다퉈 문재인 트럼프 김정은 세 사람이 금년도 평화상을 받을 것이라는 성급한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얼토당토하지 않은 일이었다. 노벨상의 기준이 ‘전년도’로 못 박혀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이 성취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평화를 위한 조건을 충족시켜 나가는 과정일 뿐이다.

실제로 비핵화가 실현되고 종전선언이 맺어지며 평화협정이 체결된다면 공전절후의 노벨평화상 감이다. 요즘 거론 되는대로 종전협정에 중국이 참여한다면 그들 역시 노벨상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얹자고 나올 수도 있다. 중국은 1953년 정전협정 당시 참전국으로 서명한 나라다. 한국은 이승만의 휴전반대로 전쟁 당사자이면서도 서명을 거부하여 판문점 회담 때마다 북한이 견제구를 날리는 빌미가 되고 있다. 물리, 화학, 경제부문은 스웨덴학술원에서 담당하고 의학상은 스웨덴 카롤린의학연구소 그리고 가장 관심을 많이 받는 문학상은 스웨덴예술원에서 심사와 시상을 전담한다. 다만 평화상만은 노르웨이 국회에서 선출한 5인위원회가 맡는데 이는 노벨이 죽기 전 두 나라가 합병되어 한 나라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그러나 1905년 다시 분리되어 평화상만은 노르웨이 차지가 된 셈이다. 노벨상은 살아있는 사람에게만 시상하는 원칙으로 1948년 세계적 명성을 떨치던 인도 마하트마 간디가 가장 유력한 후보였으나 선정되기 직전 암살되어 수상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도 벌어졌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평화상에 김대중이 유일하다. 일본은 물리 화학 등 과학 분야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여 수많은 수상자를 냈다. 문학부문에서 시인 고은이 여러 차례 후보추천이 되었으나 이제는 미투에 걸려 소송에 계류 중이다. 노벨 평화상은 노르웨이의 노벨위원회가 전권을 가지고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그들은 각국 전문가 1천명에게 추천을 의뢰한다. 전 현직위원, 노벨연구소 자문관, 각국의원 및 각료, 국제의회연맹위원, 국제중재재판소, 국제사법재판관, 국제항구평화사무국, 국제법연구소위원, 법 정 철 역사학 교수, 평화상역대수상자 등이 추천하지만 자천(自薦)은 안 된다. 역대 수상자의 국적은 미국이 23명으로 가장 많다.

백년이 넘는 평화상역사 속에서 99차례의 시상 중 개인이 106명, 단체가 27개다. 영광의 첫 번째 수상은 국제적십자사 창립자인 스위스의 앙리뒤낭과 국제평화협정 설립자인 프랑스의 프레데리크 파사가 공동수상했다. 추천된 사람이나 단체 중에서 노벨위원회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시상자를 내지 않기도 하는데 무려 10차례나 된다. 전쟁 중이어서 수상자를 내지 못한 것까지 합하면 모두 16회에 걸쳐 수상자를 내지 못한 것이다. 수상자가 정해지면 12월10일 노벨의 기일(忌日)에 맞춰 스웨덴과 노르웨이에서 시상식이 거행된다. 스웨덴에서는 국왕이 직접 시상하며 수상자를 소개하는 언어는 수상자 모국어가 원칙이다. 노벨상 상금은 원래 1000만 크로나(한화 약12억)인데 2012년 6월 ‘노벨기금’이 800만 크로나로 인하했다. 수상자가 2명 이상이면 공평분배하며 뒤늦게 신설된 경제학상은 스웨덴 중앙은행 창립300주년 기금에서 별도로 지급된다. 문재인 트럼프 김정은이 받을 수 있다는 풍성한 화제 속에 최대의 관심을 모았던 2018년도 노벨 평화상은 전쟁 성폭력 종식노력에 20년을 몸 바친 콩고의 드니 무퀘게와 이라크의 나디아 무라드에게 돌아갔다. 그들의 희생적인 성폭력 종식노력은 일본군위안부의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한국인에게도 가슴을 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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