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Beijing)에서 만난 것들
북경(Beijing)에서 만난 것들
  • 승인 2018.12.1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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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봉조 수필가
최근 중국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은퇴 이후의 삶을 학문적 여유를 즐기며, 동양고전을 연구하는 모임에서였다. 2004년 이후 매년 가을 중국 특정지역의 문화유적을 답사하고 있는데, 올해는 5박6일 간 산서성(山西省) 일대의 태원, 면산, 평요, 기현, 혼원, 대동 등을 돌아보는 일정이었다.

여행에 대한 소회는 저마다 다를 것이다. 필자에게는 주최측이 직접 코스를 기획한다는 점과 같은 단체 소속의 회원들로 구성되며, 노 옵션 노 쇼핑(no option, no shopping)으로 진행된다는 점이 만족감을 더해주는 것 같았다. 낭비를 줄이고, 깊이가 있는 여행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필자에게 뜻하지 않은 일로 경찰서와 한국대사관을 방문할 일이 생기게 되었다. 일행들과 헤어진 1박2일 동안 북경(Beijing) 시내와 대학교 주변을 둘러볼 수 있게 된 것을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문제는 언어와 지리에 어두워 가이드와 함께 움직여야하는 것이었다. 덕분에 젊은이들의 생활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웅장함을 자랑하는 북경은 중국의 수도인 만큼 세계적 기업들의 우뚝 솟은 빌딩과 각국의 대사관과 규모가 큰 백화점이나 상가, 시야를 가리는 아파트 숲에, 차도 많고 사람도 많았다. 지하철 노선이 24개에, 고속열차도 속도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었다.

북경에서는 주로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했다. 중국에서는 모든 것이 실명제로 운영된다는 설명을 듣기는 했다. 그러나 열차나 지하철을 탈 때마다 검색대를 통과해야 하는 것은 매우 불편하고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중국 근현대사의 상징인 천안문광장 입구에서는 길게 줄을 서서 신원확인과 검색을 받아야했고, 세계에서 가장 큰 고대건축물인 고궁박물원(옛 자금성)을 들어갈 때도 검색은 기본이었다.

평일이었지만 천안문광장과 자금성에는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사진을 찍는데도 어려움이 많았다. 저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입장권을 구입하느냐고 물으니, 인터넷으로 편안하게 예매를 한다고 했다. 햄버거 가게나 카페, 음식점 등 모든 거래의 결재수단으로 스마트폰의 앱(App)이 기본이었으며, 택시를 타거나 거리의 노점에서 군고구마나 삶은 옥수수, 소시지나 꼬치 등을 사는데도 앱을 이용한다는 점이 놀라웠다. 현금을 소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북경의 어두운 밤거리도 걸어보았다.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네거리 주변에는 공용자전거가 활성화되고 있었다. 자전거도로가 넓고 인도와 구분되어 길을 걷는 사람이 수시로 자전거를 피해 다녀야하는 번거로운 일은 거의 없었다. 대학교 주변에도 공용자전거가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대기하고 있었으며, 허름한 상점들이 밀집된 곳에는 오토바이용 충전기가 줄을 지어 있었다. 오토바이의 연료가 모두 전기로 바뀌었다니, 나름대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노력하는 흔적이 보이는 것 같았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산서성의 중심인 태원의 고가도로 아래에 설치된 수많은 전기자동차 충전기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충전기가 널리 보급되지 않아 전기자동차 사용에 불편을 겪는다고 하는데, 대조적인 모습이 아닌가.

또 한 가지, 중국에서는 물병이나 보온물통을 들고 다니는 것이 매우 자연스럽게 보였다. 찬 음료보다 따뜻한 물을 좋아하며, 커피보다 차를 즐기는 그들에게는 철도역사의 대합실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따뜻한 차도 개인용 컵이나 물병이 없으면 ‘그림의 떡’이었다. 일회용 컵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았다. 관광지에서 파는 배를 삶은 따뜻한 물도, 병을 포함해 20위안 받는 것을 물병이 있는 사람에게는 10위안을 받으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그러나 공중화장실에 휴지가 없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중국에서 운전을 하기 위해서는 3개의 대학을 나와야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들이대고, 빵빵대며, 필요한 곳에서 돌려대기도 해야 된다는 말이다. 과연 운전을 하는데 양보의 미덕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버스에서 연로하신 노인에게 서로 자리를 양보하거나 부축을 하는 모습은 참 보기가 좋았다.

시간이 충분했다면 더 많은 문화를 접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웠다. 그러나 분명 배울 만한 일이 있었으니, 보람이라고 해야겠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움을 만난다는 것, 그래서 여행은 해볼 만한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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