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국악의 힘
[문화칼럼] 국악의 힘
  • 승인 2018.12.1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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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수성아트피아 관장)



지난 주 수성아트피아에서 지역 국악명인들의 향연 ‘국악축제’가 열렸다. 사흘간 우리음악을 집중조명해 보는 시간은 모두에게 소중한 경험이었다. 한국음악의 현재를 살펴보고 앞길도 가늠해 볼 수 있었던, 작지만 알찬 축제였다고 자평하고 싶다.

분명 우리 피 속에는 국악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인자가 있다고 나는 평소 믿고 있다. 그러나 대구시립국악단과 지역의 국악작곡 등 국악 스타들의 눈부신 활약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우리음악 즉 국악의 바닥이 왠지 좁아 보인다. 이러한 때에 한국음악을 다시금 진지하게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었다. 그것도 원형을 잘 간직한 정통국악을….

이번 국악축제의 특징은 19세기 말 김창조에 의해 시작된 가야금 산조를 비롯해 거문고, 대금과 해금 그리고 피리와 아쟁 이렇게 두 악기를 묶어 각 하루씩 사흘간 국악 산조의 진면목을 펼쳐 보였다는데 있다. 작금에 관객 눈높이와 맞춘다, 저변확대 라는 명분하에 음악을 퓨전화, 때로는 희화화 하는 일이 잦다. 이런 시대에 국악의 원형을 유지한 여러 악기의 산조를 사흘 내리 감상할 수 있었음은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특히 장구반주에 맞춰 오롯이 홀로 음악을 풀어 가야하는 산조는 각 악기의 매력과 연주자들의 예술혼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또 하나 이미 지역에서 알려진 명인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실력파 젊은 국악인들의 연주를 함께 들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지역 대표적 연주자들의 산조를 감상할 수 있음도 기쁜 일이었지만 충분한 내공을 갖추고도 아직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제대로 드러내 보이지 못하던 신예들의 연주 역시 우리에게 주는 기쁨이 그에 못지않았다. 음악감독을 맡은 배병민과 아트피아 기획팀의 노력으로 사흘간 연주할 15명의 정말 훌륭한 아티스트를 잘 찾아냈다. 그리고 이들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아트피아 무대 기술진의 노력으로 최적의 공연환경을 만들 수 있었다.

산조는 쉽게 접할 수 없는지라 사흘 내내 귀담아 들었다. 사뿐사뿐 날아다니는 것 같은 가야금의 매력은 현란하게 빛났다. 특히 백악지장(百樂之丈)으로 불리는 거문고는 그냥 가슴 속으로 쑥 들어온다. 둥~~~하고 첫 음을 타는 순간 생각할 새도 없이 내 마음 깊이 자리해 버린다. 대금역시 자주 듣던 악기지만 이번에 나로서는 대금의 재발견이라 할 만큼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뭐라 불러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탁성 같은 소리바탕에 아주 맑고 둥근 소리까지 자유자재로 부르는 연주자들에게 절로 감탄하게 되었다. 평소 해금연주에 있어서 음정이 다소 아쉬웠는데(국악의 관점에서 보면 다를 수도 있다고 생각되지만--) 이번에는 다들 명연주를 펼쳐 관객의 큰 박수를 받았다. 피리와 아쟁역시 우리음악의 풍성한 표현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나는 한국음악이란 무엇인가 라는 물음을 오래전부터 스스로에게 해오고 있다. 한편 생각하면 부질없는 질문 같고 그것에 대한 답은 이미 나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나의 의문에 대한 답은 아직 명쾌하지 않고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이것은 순전히 혼자만의 생각임을 밝힌다). 서양음악과 국악을 좌와 우로 나누어서 볼 때(이것역시 무의미한 구분일 수 있다) 한쪽이 지나치게 비대해진 모습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에 걸맞은 아름다운 균형미가 필요하다고 본다.

모든 것이 그렇지만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다. 언제나 우리의 삶과 함께하던 국악역시 문턱은 존재한다. 한국음악의 힘과 아름다움을 잘 풀어놓아야 이 문턱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공연장과 연주자가 함께 고민하고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국악단체의 퓨전화도 우리음악의 새로운 해석이란 면에서 소중하다. 하지만 퓨전의 화려한 몸짓은 왠지 아직 설익었는데 겉모습에 더 신경 쓰는 어설픈 모습과 오버랩 된다. 이는 나의 착시 현상일까? 지난 봄 아트피아에서 열린 월드뮤직 페스티벌에서도 원형을 유지한 단체의 공연이 훨씬 큰 호응을 받았음을 우리는 목격한 바 있다. 저변확대와 공감대 형성을 위해서는 원래모습을 간직한, 대단히 수준 높은 국악 연주가 그 출발점이라고 믿는다.

겨울이 깊어간다. 눈 덮인 산 아래, 외로이 자리한 집 한 채. 문풍지에 이는 한겨울 찬바람소리, 낮게 울려 퍼지는 거문고 음률과 함께하는 코끝시린 겨울 서정은 어디 옛 선비들만의 것이겠는가! 한국음악은 우리에게 이것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귀만 연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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