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마',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는 인간의 힘
영화 '로마',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는 인간의 힘
  • 배수경
  • 승인 2018.12.13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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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영화제 수상작 ‘로마’
알폰소 쿠아론 감독 이야기
70년대 멕시코 시대상 그려
일상 속 행동·소음 표현 극대화
오늘부터 넷플릭스서 개봉
로마
‘로마’ 컷.

제75회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 ‘로마’가 12일 개봉됐다.

뉴욕 영화비평가회 작품상과 감독상, LA 영화평론가 협회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영화’ 등 올 시즌 최고상을 휩쓸며 앞으로 아카데미 수상까지 기대되는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쉽게 만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영화 ‘로마’의 태생과 관계가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제작된 ‘로마’는 국내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상영에 난색을 표하며 전국 40여곳의 영화관에서만 볼 수가 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직접 촬영까지 한 이 영화는 이탈리아 로마가 아니라 멕시코시티의 콜로니아 로마 지역을 배경으로 어느 중산층 가족의 가정부 클레오(얄리차 아파리시오)의 시선을 따라 1970년대 초반 멕시코의 시대상을 함께 그려낸다. 감독의 어린시절 기억과 인물들의 이야기가 담긴 자전적인 영화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보는 흑백화면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리지만 영화가 계속될수록 오히려 컬러를 배제한 그 선택이 감정을 증폭시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쿠아론 감독이 이 영화의 극장 상영조건으로 돌비 디지털 사운드를 고집했듯이 ‘물 흐르는 소리’, ‘개 짖는소리’, ‘자동차 경적소리’ 등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그렇지만 무심히 지나쳤던) 소리들의 흐름을 느껴보는 것도 영화 로마에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첫 화면은 바닥에 물을 끼얹고 빗자루질 하는 장면을 롱테이크로 잡아내며 시작된다. 물을 부을 때마다 작은 직사각형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하늘은 지우려고 해도 선명해지는 기억같기도 하다. 클레오가 청소하고 빨래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잔잔한 일상의 나열인 듯 보이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치열하고 전쟁같은 삶을 살아내고 있다. 영화 속 남자들은 바람이 나서 가족을 버리거나 임신한 여자친구를 버리는 인물로 묘사된다. 이는 감독의 실제 경험에 근거한 것이지 성별에 대한 어떤 편견을 이야기하고 있는 건 아닌 듯 보인다. 아이들과 클레오가 함께 영화관을 찾아서 보는 영화 ‘우주탈출(Marooned)’의 한 장면은 감독 자신의 전작 ‘그래비티’를 연상시킨다.

이른바 ‘성체축일 대학살’로 불리는 1971년 6월의 어느 날,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눴던 극우단체의 모습과 시민의 혼란이 영화 속에서 재현된다. 우리 역사의 어느 한 때가 떠오르는 장면이기도 하다.

시위 장면과 클레오의 출산이 드라마틱하게 맞닥뜨려지는 지점에서는 개인의 직접 경험이든 간접 경험이든 몇가지 기억들이 함께 겹쳐지며 흐르는 눈물에 곤혹스러워질 수도 있다.

소피아(마리나 데 타비라)와 아이들, 그리고 클레오가 함께 엉켜 바닷가에서 우는 장면에 이르면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상황들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극장에서 쉽게 만날 수 없게된 영화에 대한 경의일까. 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대부분의 관객이 자리를 뜨지 않는 흔치 않은 경험을 할 수 있다. 조용히 올라가는 엔딩 크레딧과 영화관 이쪽 저쪽의 스피커를 통해 잔잔하게 들려오는 일상의 소음들 역시 영화의 일부분임에는 틀림이 없다.

영화 ‘로마’가 보여주는 깊이있는 흑백화면과 세밀한 음향효과가 넷플릭스 서비스에서는 어떻게 구현이 될지 궁금해진다.

영화관 개봉은 12일이지만 14일부터 바로 넷플릭스에서 만날 수 있다.

대구경북지역 상영관은 동성아트홀, 씨네큐 경주보문, 씨네큐 구미봉곡 등 세곳이다.

배수경기자 micbae@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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