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 바보야, 문제는 비핵화야 !
[윤덕우 칼럼] 바보야, 문제는 비핵화야 !
  • 승인 2018.12.17 21: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덕우(주필 겸 편집국장)

문재인 정부가 목을 매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사실상 무산된 듯 보인다. 사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김정은의 답방이 아니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다. 한국의 동맹국인 미국의 입장은 확고하다.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강력한 대북제재가 답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미국의 움직임을 보면 더욱 그렇다. 미 재무부는 북한의 심각한 인권침해와 관련,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과 정경택 국가보위상, 박광호 노동당 부위원장 겸 선전선동부장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국무부도 이들에 대한 제재 내용을 추가한 북한 인권 유린 관련 정례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또 미국은 북한 등 10개국을 종교자유 특별우려국으로 지정했다. 미 상원에 이어 하원도 대북 제재 해제 시 의회에 보고토록 하고 비핵화 때까지 대북 제재의 완전한 이행을 강조한 ‘아시아 안심 법안’을 12일(현지 시각) 통과시켰다.

이처럼 미국이 지속적으로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 선언을 액면 그대로 믿지 않는다는 의미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문재인 대통령과 달리 여전히 김 위원장의 비핵화 진정성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미국이 과거 김정일 정권과 비핵화 협상에서 얻은 교훈은 ‘선(先)비핵화’,‘선(先)검증-후(後)경제적 발전 지원’ 원칙 고수다. 따라서 미국은 ‘단계적·동시행동원칙’으로 비핵화를 해야 한다는 북한의 주장을 내심 의심하며 ‘꼼수’로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각)북한과의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서두를 것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우리나라 속담을 잘 이용하는 듯하다.

태영호 前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북한은 인간의 인격과 개성을 집단주의에 종속시키고 집단은 수령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가운데 김씨 일가를 신격화한 변종 공산주의 사회”라는 사실을 알아야 핵무기를 둘러싼 김정은의 숨은 야욕을 똑바로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북한 김정은이 핵 문제에 대해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이는 건 “체제보장, 군사위협제거와 같은 신뢰구축 과정을 장기화 해 결국 실질적 핵보유국이 되는 것이 최종목표”라면서 “우리의 대북정책은 핵군축이 아닌 비핵화를 목표로 하고 그동안 국제사회의 전례를 바탕으로 특수성이 아닌 보편성을 원칙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북한을 비핵화로 이끄는 유인책으로 보상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종전선언과 대북제재 완화요 남북경협이다. 이 부분에서 문재인 정부와 미국은 현격한 인식 차를 드러내고 있는 모양새다. 동맹국인 미국과의 의견차는 갈등의 불씨가 된다. 미국은 종전선언과 대북 제재 완화 등 모든 보상조치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원칙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북 비핵화를 둘러싼 한·미 간의 갈등이 우려되고 있는 이유다. 갈등이 고조될수록 문재인 정부의 역할과 남북관계 개선의 의미에 대한 미국의 부정적 인식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부는 동맹국인 미국과 먼저 이견을 조율하고 북과 합의를 하기보다는 사안에 따라 북과 먼저 합의를 하고 나중에 미국과 조율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입장에서는 동맹국과 조율없는 남북관계의 밀착은 불신과 불만을 키울 뿐이다. 한국 정부가 바라는 조기 종전선언 등에 미국이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정부의 잦은 대북제재 유예요청에 미국에서는 너무 지나치다는 입장도 전해지고 있다. ‘초록은 동색’이라며 한국정부를 보는 눈도 회의적이다.

비핵화는 최대한 미루고 대북 제재 해제라는 상응 조치부터 받아내려는 북한의 전략에 문재인 정부가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미국의 불만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입장보다는 북한의 입장을 이해해주자는 분위기가 여러 군데서 나타난다. 문재인 정부의 설명과 달리 동맹국인 미국의 입장에서는 속내가 불편하다.

“북한이 한국이 원하는 대로 변하지 않고, 한국이 북한이 원하는 대로 변하고 있다.” 지난 11일 워싱턴의 대표적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기업연구소(AEI)’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대북 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턴 변호사가 한 발언이다. 태영호 前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판문점 회담에 채택된 합의문의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것으로 필연적으로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지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며 북한을 압박하자 북한은 미국의 최근 대북제재 조치들을 열거하며 ‘비핵화가 영원히 막힐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북한의 으름장은 한두번이 아니다. 자신들에게 불리할 때 마다 해온 말이다. 햇볕정책 이후에도 수없이 내뱉었다. 북한의 비핵화없는 종전선언이나 남북경협은 사상누각이다. 종전선언 이후 다음 요구 수순은 정해져 있다. 주한미군 철수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 바보야, 문제는 비핵화야 ! (It’s the CVID, stupid!).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