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경·서정 조화로 현대 한국화 새 길 개척… 대백프라자갤러리 23일까지 심상훈展
실경·서정 조화로 현대 한국화 새 길 개척… 대백프라자갤러리 23일까지 심상훈展
  • 황인옥
  • 승인 2018.12.18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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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국내 산 다니며 현장 스케치
동양 수묵화·서양 풍경화 혼용 시도
‘유희적 공간’ 등 추상화 최초 공개
다시-심상훈작-월악산의겨울
심상훈 작 ‘월악산의 겨울’

장중하게 깎아지른 바위언덕을 나무들이 에워쌌다. 구름처럼 운집한 나무들이 매서운 산의 기운을 부드럽게 누르는 형국이다. 호방한 가운데 오밀조밀한 산풍경들은 한국화가 심상훈이 30여년간 매진해온 서정의 결정체다. 전시장에서 만난 그가 “오랫동안 산을 그렸지만 같은 산, 같은 바위는 하나도 없다. 한국의 산은 정말 다양하다”며 한국산 예찬론을 펼쳤다.

한국화가 심상훈의 24번째 개인전이 23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 A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설악산의 겨울’, ‘강천산의 겨울’, ‘설악산의 가을’, ‘월출산의 봄’, ‘시드니’,‘스페인’등 스케치 여행을 통해 제작한 다양한 신작들과 작가의 내면적 유희적 공간을 추상으로 표현한 작품 ‘묵시’, ‘유희적 공간’ 소품, 부채 등 40 여점을 걸었다.

작가는 30여년 동안 산을 그렸다. 호방하면서도 넉넉한 한국의 산을 화폭에 담아왔다. 오죽하면 호를 새벽산을 의미하는 효산(曉山)으로 했을까 싶을 만큼 그의 산사랑은 끝이 없다. 산 그림은 시골 출신이라는 태생적 배경으로부터 왔다. 그가 “시골 출신이라 자연풍경을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그리는 것은 인지상정”이라고 운을 뗐다. “산은 자연이 가진 장대함과 아름다움을 모두 품고 있어 더욱 매력적이죠.”

한국에 소재하는 산이라는 산은 다 가봤다 할 만큼 그는 현장스케치를 선호한다. 소품은 현장에서 스케치를 원칙으로 하고, 작업실에서 스케치한 작품이나 촬영한 사진을 큰 작품으로 옮긴다. 현장그림은 현장감과 생동감이 있어 선호하고 있다. 산의 기운을 바로 그 자리에서 표현하는 매력이 일품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우리나라산은 산의 기운을, 해외 산의 경우 산의 외형에 집중해요. 우리나라 산은 제가 많이 다녀보고 태생적으로 기운을 느낄 수 있어 내적 심상에 집중하지만 외국 산의 경우 아무래도 이방인의 시선으로 접근 하게 되죠.”

작가의 화업인생은 현대한국화 개척으로 점철됐다. 실경산수와 서정의 조화, 동양화와 서양화의 조우 등 서로 상반된 개념의 접목을 통해 한국화의 현대적 재해석을 시도해왔다. 그가 “그림을 그릴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창조하는 과정, 즉 작화태도(作畵態度)”라고 했다. “작화태도 정신에 입각해 대상의 외형적 묘사인 사실성과 내면의 서정을 동시에 충족하려고 노력해 왔어요.”

그가 자신의 작품을 ‘수묵풍경’이라 했다. 한국화와 서양화를 접목한 심상훈표 한국화의 특징을 상징적으로 잡아낸 단어다. 작가는 낙관 옆에 서양화의 구성요소인 싸인을 하거나 한국화에서 중시하는 선 처리와 함께 서양의 면적인 요소도 부가한다. 여기에 밝은 톤의 색채를 산수화 속 꽃들에 적용하는 서양적인 요소는 드라마틱함을 강화한다. 이같은 동서양의 접목에는 서양화를 공부했던 그의 이력이 작용했다. “한국화도 현대인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현대인의 정서를 반영해야 한다고 봐요.”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접목 이전에 한국화 특유의 매력을 잡아내는 일은 작가의 최대 과제다. 한지와 먹의 스며들고 번지는 한국화의 고전적인 매력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신념으로 한국화의 자존심을 지켜왔다. “수묵만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표현할 수 있는 것이 한국화의 가장 큰 매력인데 이 부분은 양보할 수 없죠. 수묵의 농담, 발묵, 파묵의 효과를 최대한 살리면서 여백의 미감을 잡아냅니다.”

이번 전시에는 변신도 시도한다. 한국화로 표현한 추상작품이 대표적이다. 밤하늘 불꽃축제의 아름다움을 장쾌한 추상으로 담아냈다. 그동안 추상을 간간이 그려오기는 했지만 발표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가 추상 작품에 대해 “매너리즘에 빠질 때 시도하는 새로운 그림”이라며 “추상을 요구하는 시대와도 접점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053-420-8015∼6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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