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불황·굳게 닫힌 소비심리 ‘유난히 추운 겨울’
기나긴 불황·굳게 닫힌 소비심리 ‘유난히 추운 겨울’
  • 홍하은
  • 승인 2018.12.1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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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업계 “연말 특수는 옛말”
식당가 예약 문의 ‘드문드문’
유통업계 세일도 효과 없어
제조업 “내년엔 더 어려울 것”
연탄값 매년 100원씩 올라
영세민 난방 걱정에 ‘한숨’
연탄은행 ‘1인 시위’ 계획
불황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자 흥겨워야 할 연말도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지역경기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성탄절과 연말연시 분위기가 실종됐다. 지역 외식·유통업계는 그나마 기대했던 연말특수 마저 사라져 울상이다.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무제 적용 등 올 한 해 유독 힘들었던 지역 중소기업계에도 흥겨운 연말은 없었다. 여기에 연탄값마저 인상되면서 서민들의 겨울은 더욱 춥다.

◇지갑닫은 소비자에 울상짓는 외식·유통업계

지역 외식업계의 ‘마지막 단비’였던 연말특수가 실종됐다. 한 해를 마무리는 송년행사와 크리스마스 연휴가 있는 12월이지만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씀씀이를 줄이자 지역 외식업계는 ‘최악의 연말’이라며 울상을 짓고 있다.

예년 같으면 연말 송년회 시즌이 되면 각종 술자리 및 모임으로 ‘반짝’ 경기가 되살아나 외식업계가 그나마 바빴지만 올해는 지역 식당가들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소비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대구 수성구 두산동의 한 갈치전문점 사장 이상면(52)씨는 매출이 평년보다 40%가까이 줄었다며 하소연했다. 이 사장은 “그나마 한 자리에서 가게를 20년 가까이 운영해 단골층이 두터운 편인데도 매출이 많이 줄었다”면서 “소비자들은 물가올랐다고 최대한 외식을 줄이고 돈 아껴서 크리스마스 연휴 때 해외로 나가려고 하고. 한숨밖에 안나온다. 다른 가게들도 마찬가지일거다. 다 죽을 맛이다”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 들안길먹거리 타운의 돼지고기전문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사장 김 모(50)씨는 “이달 단체 손님이 작년보다 30% 넘게 줄었다. 지금쯤이면 단체 예약 문의전화가 많이 와 재료준비부터 정신이 없어야 하는데 문의 전화자체도 드문드문 온다”고 말했다.

연말 분위기가 좀체 살아나지 않는 건 지역 유통업계도 마찬가지다. 특히 백화점업계는 올해 경기를 보합 수준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대구·경북지역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4.7로 1년 8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 96.0보다 1.3포인트나 더 낮은 수치다. 지표뿐 아니라 실제 업계 현장에선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히고 있다. 단가가 높은 외투와 연말 분위기 등으로 업계 대목으로 꼽히는 겨울 시즌에도 매출이 전년 대비 크게 오름세를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11월 블랙프라이데이 등 행사를 끌어냈지만 실제로 매장 현장에서 느끼는 것과 차이가 있다”며 “올해 매출은 전년과 보합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지역 중소기업 연말연휴 분위기 ‘실종’

인건비와 원자재비 상승,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올 한 해 유독 힘들었던 지역 중소기업들도 침울하기는 마찬가지다.

국내 제조업 가동률이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제조업계가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72.8%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기준으로 1998년 66.8%를 기록한 이후 최저수준이다. 제조업의 위기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자 지역 중소기업들의 연말은 더 우울하다.

대구 성서산업단지에서 자동차부품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 대표는 “올해는 송년회도 조용히 보내기로 했다. 내년에는 자동차부품업계가 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송년회를 시끌벅적하게 하는 것은 맞지 않을 것 같아 단촐하게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섬유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B 대표는 연말 반짝특수가 사라졌다며 걱정했다. B 대표는 “연말에 원래 주문량이 증가해 반짝특수가 있었는데 올해는 전체적인 경기가 안좋아서 그런지 주문량이 많이 줄었다”면서 “예전에는 바빠도 힘이 났는데 요즘에는 힘이 도통 나질 않는다. 연말연시인데 걱정만 한 가득이다”고 토로했다.

◇연탄값 마저 인상…기부 발길 끊어져

올겨울 극심한 한파가 예고된 가운데 지난달 정부의 갑작스런 연탄가격 인상에 소외계층의 겨울나기가 더 힘들어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무연탄 및 연탄의 최고 판매가격 지정에 관한 고시’를 개정, 연탄 최고 판매가격을 공장도가격 기준으로 한 장당 기존 534.25원에서 639원으로 19.6% 올렸다. 배달료 등을 포함하면 사실상 소비자 가격은 그보다 높다.

18일 대구연탄은행에 따르면 연탄 1장에 800원에 달한다. 지난해보다 100원 올랐다. 대구연탄은행 박주석 부대표는 매년 100원씩 오르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연탄가격 인상에 대구연탄은행은 연탄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박 부대표는 “연탄값이 인상되자 후원하는 업체에서도 부담을 느껴 후원을 못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곳도 있다. 평년과 비교했을때 40%밖에 연탄을 확보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연탄은행을 운영하는 밥상공동체복지재단은 최근 연탄가격 인상을 막아달라는 내용으로 청와대 게시판에 국민청원을 올렸다. 재단은 이날 ‘연탄이 금~탄이 되고 있어요. 어떻게 좀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을 통해 연탄가격 인상을 철회할 것을 주장했다.

재단은 “최근 3년 사이 연탄 가격이 무려 50.8%(300원) 인상돼 12월 소비자가격으로 장당 800원, 배달료를 포함하면 고지대 달동네와 농어촌 산간벽지 등에서는 950원 혹은 1천원도 받아 영세 어르신이나 에너지 저소득층은 넋 놓고 한숨만 쉬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일부에서는 연탄을 단순히 화석연료라고 하지만 없는 사람들과 영세 어르신들은 생존의 에너지다”라며 “추위를 견디기 위해 한밤중에 자다가도 일어나 연탄을 가는 등 힘들게 하루하루를 연명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정부나 관련 부처에서는 단 한 차례 의견수렴이나 공청회도 없이 가격을 인상해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연탄은행이 청와대 앞 1인 시위와 대국민 서명운동 등을 이어나갈 계획을 밝힌데 이어 대구에서도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지홍·홍하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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