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강수월래·상여행렬…화폭에 스민 토속성
강강수월래·상여행렬…화폭에 스민 토속성
  • 황인옥
  • 승인 2018.12.19 20: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호반갤러리 박수남 개인전
원로작가 창작 지원 일환
40여년 화업 인생 ‘한눈에’
박수남 시집가는 날
박수남 작 ‘시집가는 날’

마애석불, 다비식, 방생 등의 불교문화와 강강수월래, 상여행렬 등의 토속문화에 개구리 소년, 붉은 악마, 승리 등의 사회적인 이슈 그리고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 등 소재에 제한을 두지 않았지만 공통된 줄기 하나는 감지할 수 있었다. 토속성이다. 서양화가 박수남은 한국적이고 묵가적인 조형세계를 그만의 독특한 잿빛 색채와 소재들을 통해 구현해왔다.

“젊은시절에는 사실적인 그림을 그렸지만 점차 변형된 구상의 형태로 나아갔다. 형태적인 변화는 있었지만 토속적인 정서를 작품에 담아왔다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원로화가 박수남 개인전이 수성아트피아 호반갤러리에서 오는 23일까지 열린다. 지역의 역량 있는 중견 및 원로작가의 창작활동 지원과 지역 미술 정체성 확립을 위한 취지로 기획된 이번 전시에는 팔순까지의 화업을 조망할 수 있는 작품 40점을 선별해 소개한다.

작가는 1939년 경주생이다. ‘경주’라는 태생적 특징은 자연스럽게 작품에 녹아들었다. 선종의 정토사상과 번뇌와 해탈에서 나온 참회 정신 등의 불교문화를 화폭에 적극 개입시켰다. 마애석불이나 다비식이 직접적인 표현이라면 상여행렬 등은 윤회관에 입각한 불교의 내세관의 간접 표현이다. 그가 상여행렬을 “아름다운 즐거움이자 행복”이라고 했다.

“우리가 발견하지 못할 뿐이지 슬픔과 괴로움 속에도 아름다움이 있다. 상여길을 내세로 가는 길목이라고 보면 그 길 역시 즐거움이자 행복이 아니겠나?”

작가는 어린시절 추억으로의 회귀와 인간본성의 순수한 마음에 대한 물음도 지속적으로 견지해왔다. 이는 오랫동안 교직생활을 하며 학생들과 함께한 정서가 작용한 결과다. 그는 학교재직시절에 느낀 어린이의 순수성, 가족과 인간의 삶에 대한 진솔한 표현까지 시대여건이나 환경에 대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늘 새로운 소재에 대해 탐구했다. ‘귀로’, ‘달과 아이들’ 등이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원로임에도 실험정신은 여전하다. 월드컵의 환희를 표현한 작품 ‘아! 대한민국’은 손가락만한 나무조각 수천개를 붙여 만들었다. 전통물감은 물론 나무와 담배꽁초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메시지가 강한 작품들을 제작했다. “메시지가 강렬한 만큼 재료들도 실험적으로 사용했다.”

그는 천상 화가였다. “파레트에 물감이 굳으면 화가가 아니”라는 소신으로 평생을 살았다. 진정한 화가야말로 쉼없는 작업의 연속이라는 것. 82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그는 여전히 파레트에 물감을 묻히고 있다. 작업에 대한 열정은 그에게 어쩌면 더 절박했는지도 모른다. 40여년 동안 교직과 화업을 병행하면서 그림에만 집중할 수 없었던 환경적 회환이 강렬한 작업의 열망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퇴직과 함께 비로소 화업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퇴직은 또 한 번의 전성기에 대한 예고였다.

“학교 재직 시절에는 주말에만 작업을 할 수 있어 아쉬운 점이 많았다. 지금은 그런 아쉬움 없이 언제든 작업할 수 있어 행복하다.”

박수남 작가는 국립부산사범대학교 미술과 서양화를 전공하고, 1983년 전국문화시민상(서울MBC)을 수상했다. 14회의 개인전과 다양한 단체전과 해외전에 참여했다. 출퇴근때 모아온 담배꽁초필터 10만여개로 구성된 작품을 제작해 이슈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현재 원로미술인회, 대구시전 초대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053-668-1566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