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퇴직공무원의 홈커밍데이
대구시 퇴직공무원의 홈커밍데이
  • 승인 2018.12.19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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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나이는 먹어도 마음은 한결같다’는 말이 실감 있게 다가와 지난 한 주간은 행복했다. 후배 공무원들이 마련한 홈커밍데이에 초청받았기 때문이다. 첫 친정 나들이를 기다리는 옛 여인네의 마음도 이와 같았으리라. 30대 중반까지 근무하다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내 마음 속에는 늘 대구시청이 있었다. 옮긴 직장에서의 30년 세월보다 시 공무원으로 지낸 날들이 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가끔 꿈속에서도 시청시절의 나를 발견하곤 한다. ‘그립데이! 반갑데이!’ ‘선배공무원과 함께하는 홈커밍데이’ 대구시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선배공무원들을 환영하는 캐치프레이즈다. 가슴 설레게 하는 ‘시티 홈, 그 곳은 지울 수 없는 마음의 고향이자 일의 열정과 아련한 추억들이 담겨 있는 곳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홈커밍데이(Home Comming Day)는 고등학교 졸업 30년 되는 해에 가족들을 동반하여 모교를 방문하는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다소 퇴색되기도 했겠지만 어엿한 사회인이 되어 가족을 동반하여 모교를 찾는 것은 개인 삶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언제부턴가 한국에서도 다양한 단체들이 홈커밍데이란 이름으로 행사를 하고 있는 경우를 본다. 고교 졸업자, 대학 동아리, 교회 청년회, 직장 퇴직자들이 갖가지 형태로 모임을 갖는데 그 실상을 보면 부분적·편향적·자의적·일반적 경향이 짙다는 느낌을 받는다. 모 방송에서 연예인이 자신의 모교를 방문하는 프로그램을 제작, 홈커밍데이란 이름을 붙여 방영하는 것을 본적도 있다. 대부분이 형식은 갖추고 있지만 홈커밍 본래의 목적과 순수성이 결여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대구시 퇴직공무원들의 홈커밍 날, 시청 본관 대회의실에는 100여명이 넘는 역전의 용사들이 모였다. 흰머리, 주름진 얼굴이지만 그들 모두의 표정은 밝았다. 유머 강사의 특강, 공연도 좋았지만 스스럼없는 동료 간의 정감이 들뜬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옛 간부에게서도 근엄함을 찾아 볼 수 없었다. 모두가 그 옛 시절, 지금 앉아있는 이곳에서 불철주야 일 했던 상념에 젖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대구시 공무원으로 13여 년 근무했다. 60년대 중반, 한창 젊었을 때 이곳에서 겁 없이 일했다. 당시 첫 근무 부서인 사회과는 지금의 주차장 자리에 있었고 오래된 목조건물이었다. 걸을 때 마다 삐꺽삐꺽 소리가 났다. 출근하면 행려자들이 사무실 긴 나무 의자에 죽 앉아 있었다. 일일이 상담하여 고향에 돌려보내기도 하고 시설에 보호 의뢰도 했다. 그때, 겨울에는 유난히 눈이 많았다. 동사자 방지를 위하여 경찰과 합동으로 한밤중에 부랑아 단속을 벌였다. 한참 지난 일들이 파노라마가 되어 아름다운 연상으로 다가온다.

아마 홈커밍에 참석한 동료들도 나처럼 옛일을 회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때 공무원들은 죽자 사자 일했고 상하관계가 수직적이면서도 수평적이었다. 업무에서는 엄격했지만 서로 간 신뢰가 있었고 정이 넘쳤다. 동고동락하는 동료가 이사를 하면 집들이 가서 내 일처럼 기뻐해 주었고 아이 돌날에는 금반지 하나 들고 축하하러 갔다. 그러한 정의 흐름이 퇴직공무원들의 모임체인 대구시행정동우회를 통하여 연속되고 있다. 행정동우회는 대구시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젊은 날 혼신으로 일했던 터전위에서 대구시가 무궁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 모든 회원이 한결같을 것이다.

12.14일 홈커밍데이, 인사과 소속 젊은 후배들의 극진한 선배 모시기에 마음이 흡족했다. 내가 퇴직할 당시, 총무과 인사계에서 근무한 연유 때문인지 후배들에게 정감이 더 가는 듯 했다. 권영진 시장은 인사말에서 여러 번 선배님이라는 호칭을 했다. 그저 인사 치례하는 존칭이 아니고 진심어린 말로 감정으로 이입되어 왔다.

대구시청의 홈커밍행사는 여느 홈커밍과는 다른 특징이 있다. 시 퇴직공무원들 누구에게나 오픈되었다는 점이다. 직장 홈커밍은 개인적으로는 삶의 흔적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고 조직은 행정경험이 많은 선배들의 후광을 입을 수 있는 윈윈 효과가 있다. 바라는 것은 관청에서 하는 행사는 일과성이라는 의식이 홈커밍행사에는 적용되지 않았으면 한다. 권영진 시장의 관심과 이중근 동우회 회장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우리 모두 좋은 새해를 맞이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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