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나무와 황금색 사원…드디어 마주한 전설의 이상향
붉은 나무와 황금색 사원…드디어 마주한 전설의 이상향
  • 박윤수
  • 승인 2018.12.20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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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서 가장 깊고 큰 협곡 호도협
사람 옆얼굴 연상되는 큰바위 얼굴
3천m 높이서 떨어지는 관음 폭포
급경사 비탈 걸으며 웅장함에 감탄
英 소설 속 낙원 샹그리라 차용
中, 중덴 지명 샹그리라로 변경
셔터 누르게 만드는 초원·양떼
더칭·엔징…작품 같은 곳 많아
하바설산
하바설산.

 

박윤수의 길따라 세계로- 샹그리라를 찾아서<3>차마객잔-호도협트레킹-샹그리라

어제는 모두 편안한 잠을 잤나 보다. 아침 일찍 오골계 닭죽으로 조식을 하고, 호도협트레킹 준비를 하여 차마객잔을 떠난다. 옥룡설산의 일출을 기대하였으나. 구름과 안개로 아름다운 아침 햇살은 보지 못한다. 차마객잔을 떠나 마을 길을 돌아, 사과나무 서리도 하며 1시간 남짓 걸으니 어느덧 중도객잔, 옥상에 앉아 야크 요구르트로 목을 축이며 휴식을 취한다.

큰바위얼굴
사람의 옆 얼굴을 닮은 호도협 큰바위얼굴.

중도객잔의 화장실에서 보는 옥룡설산의 풍광은 호도협트레킹의 색다른 경험이다. 중도객잔을 지나서 절벽길을 걷다 보면 큰바위 얼굴이 나타난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거대한 신의 조각이 있다. 인간의 이목구비가 뚜렷하게 얼굴 옆모습을 조각해놓은 듯한 명물이다. 이 길을 걸어가며 신의 존재를 다시 한번 더 느낀다.
 

관음폭포
관음폭포.

또 한 구비 산모퉁이를 돌면 이제 관음 폭포가 우리를 반긴다. 이 또한 조물주의 작품인 듯, 3천m가 넘는 높은 산허리에서 솟구쳐 흘러내리는 관음 폭포는 갈수기에도 큰 물줄기를 만들며 호도협트레킹을 하는 이들의 머리 위로 구슬처럼 영롱하게 반짝이는 물방울을 선사한다. 트레킹로를 지나 수백 미터를 흘러 마침내는 진사강(金沙江) 줄기에 합류한다.

큰바위 얼굴과 관음 폭포를 지나 잠시 휴식 후, 로우패스에 있는 티나 하우스에 도착한 시각은 1시경. 많은 트레커들이 삼삼오오 식사와 한담을 즐긴다. 티나에서 점심을 먹고 대기 중인 버스를 타고 상후탸오(上虎跳)으로 이동, 진사강 바닥까지 내려가 용솟음치며 포효하는 호도협의 거친 물살을 몸으로 느낀다. 오른쪽 기슭에 있는 위룽쉐산(玉龍雪山)은 높이가 해발 5천596m에 이르며, 왼쪽 기슭의 하바쉐산(哈巴雪山)은 해발 5천396m이다. 양 기슭 사이에 있는 진사강 물길의 너비는 30~60m에 불과하다.
 

호도협호랑이상
호도협의 호랑이상.

후타오샤(호도협, 虎跳峽)의 상류 쪽 입구는 해발 1천800m, 하류 쪽 입구는 해발 1천630m에 있다. 양쪽 기슭에 늘어선 봉우리와 진사강수면의 고도 차이는 2천500~3천m로, 골짜기 언덕은 험준하고 가팔라서 장관을 이루고 있다. 골짜기 안의 진사강은 하류 쪽으로 흘러내리면서, 위룽쉐산과 하바쉐산의 험준한 급경사 비탈들을 구비구비 지나게 된다.

상류와 하류의 낙차는 약 200m 정도. 좁은 협곡 사이에서 물살이 용솟음치면서 내는 천둥 같은 소리는 먼 곳에서도 들을 수 있어, 세계에서 가장 깊고 큰 협곡 중의 하나로 꼽힌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샤후탸오(下虎跳)의 유채꽃이 만발한 신춘 마을을 걸어 따쥐로 가는 도중 진사강을 건너는 배를 탄 일행 모두 협곡의 웅장함에 감탄을 했었다.

2월의 진사강은 옥빛을 띠고 있는데, 우기의 시작부터 끝 무렵인 가을에 접어든 진사강은 티벳 고원의 고운 금모래를 품고 있는 진흙 반죽의 흙탕물이라 할까? 협곡을 흐르는 물줄기의 굉음과 금방이라도 협곡을 뛰어넘으려는 호랑이상을 뒤로 한 채 가파른 계단을 숨가쁘게 올라온다.

다음 목적지 샹그리라로 출발한다. 깊은 산 계곡을 끼고, 골짜기를 건너 3시간여를 달려 샹그리라 초원에 들어선다. 샹그리라의 초입은 붉은 나무, 그리고 코스모스 꽃밭이다. 많은 여행객이 차에서 내려 초원과 꽃과 양떼 그리고 야크떼를 바라보며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샹그리라
샹그리라 월광광장에서 본 대불사. 오른쪽 황금색 탑처럼 서 있는 것이 세계에서 가장 큰 마니차이다.

샹그리라(香格里拉). 중국 정부가 힐튼의 ‘잃어버린 지평선’ 속 샹그리라와 가장 유사한 현실의 장소로 지정, 당초 지명인 중덴(中甸)에서 샹그리라로 도시 이름을 바꿨다. 그만큼 설산과 초원, 그리고 라마불교 사원 등이 소설 속의 장소 묘사와 많이 닮아 있는 곳이다. 그렇지만 이곳에서 티벳 쪽으로 하루 정도를 더 들어가보면 더칭(德欽), 엔징(鹽井) 등 소설 속의 장소가 눈에 그려지는 곳을 여러 곳 있다.

샹그리라에 한국인 태준씨가 운영하는 자희랑 호스텔에 여장을 풀었다. 30년이 넘은 ㅁ자 형태의 티벳 장족 고유의 집이라고 하는데 내부 시설은 샤워 시설에 침대까지 설치하는 등 재조를 해 여행자들이 머무르는 데 불편함이 없다.

여행을 좋아하던 집주인 태준씨는 나시족 여인과 결혼하여 이곳에 터를 닦았다. 그와는 지난 봄 쓰촨(四川)성의 샹그리라인 야딩(亞丁) 풍경구 여행을 같이한 인연이 있어 반갑게 다시 만났다. 중국의 지방자치 단체에서는 저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하여 샹그리라라는 지명을 사용 한다.

송이철(8월)의 끝물이라서 재희씨가 어렵게 구한 샹그리라의 송이로 일행 모두 송이의 향에 빠져 즐겁게 저녁식사를 한다. 생송이를 안주로 빠이주를 마시니 송이향이 입안을 맴돈다. 내 마음의 샹그리라가 바로 여기인 듯하다.

저녁 식사 후 샹그리라 중앙광장에 나가 보니 티벳장족의 여인들이 큰 원을 그리며 강강수월래를 하듯 손을 맞잡고 둥글게 돌아가며 즐거운 춤을 춘다. 우리 일행도 무리에 섞여 흥겨운 한때를 보내고, 쌀쌀한 날씨 속에 가볍게 산책을 했다. 이곳은 해발 3천200m의 고지대여서 가벼운 두통과 함께 계단을 오를 때 호흡 곤란과 어지럼증 등 고소증상을 느끼기도 한다. 송림찬사를 둘러 보고 세계 최대크기를 자랑하는 마니차를 돌리며 우리의 무사 여행을 빌었다. 숙소로 돌아와서 야크털로 짠 이불속에 누워 아름다운 티벳탄의 땅 샹그리라에서 잠을 청한다.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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