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읽을 때마다 기분 좋아”
서구청 “한글반 3개로 확대”
“간판이라도 한 글자 더 읽고 하나라도 더 아니까 좋지. 내 궁금한 사람들한테 편지도 쓰고 싶은데 아직 멀었어. 더 배워야지.”
대구 서구 어르신 한글교실 ‘날뫼학당’ 초급반 학생 안이순(여·81·서구 비산동)씨는 “글을 배운 뒤 혼자 길을 걷다 간판 글자를 읽을 때마다 기분이 좋다”며 “이제 관공서에 가서 혼자 필요한 서류를 써낼 수 있다”며 웃었다.
안씨는 “옛날에는 학교에 들어가도 옳게 못 배우고 나오고 벌어먹기 바쁜 사람이 많았다”며 “가족들에게 편지를 쓰고 싶은데 아직 편지는 못쓴다. 더 배워서 중급반도 졸업하고 내 손으로 쓴 편지를 자식들에게 보내는 게 바람”이라고 했다.
2018년도 서구 날뫼학당 수료자 80명이 20일 학사모를 썼다. 전체 수료자 중 66명이 오전 10시 서구청 4층 평생학습관에서 열린 ‘날뫼학당 수료식’을 찾아 수료장을 받았다.
올해 수료식은 초급·중급반 대표 각 1명 수료장 수여와 개근·우수자 4명 상장 수여, 우수 시작품 낭송, 인문학 특강 ‘문해학습자의 노년생활 - 하는 만큼 변화합니다’ 순으로 이어졌다.
대구 서구청은 지난 2012년부터 날뫼학당을 운영해 배움의 기회를 놓친 성인에게 문해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7년간 총 359명이 날뫼학당을 다녀갔다. 올해의 경우 학생 80명이 지난 3월 19일부터 초·중급으로 나눠 수준별 한글교육을 받았다.
날뫼학당에선 기초 한글을 중심으로 기초 연산교육과 기초 영어·한자, 실버웃음건강체조, 교통 문해 등 교육이 이뤄진다. 전자 기기가 일상화된 시대적 흐름에 맞게 스마트폰 활용, 보이스피싱 사전 차단 등 교육도 실시된다.
날뫼학당 정원은 초급·중급반 총 80명으로 학생 연령대는 50대부터 다양하다. 대상자 나이 제한이 없어 원하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9월에는 ‘문해의 달’ 맞이 행사를 연다. 서구청은 지난 9월 28일 ‘서구 문해의 달’ 행사를 열고 시화전과 ‘청춘, 도전 한글 골든벨’, 각종 체험부스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서구청은 내년부터 성인 문해학습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할 방침이다. 서구청 관계자는 “날뫼학당 신청자가 점차 증가해 내년부터 정원을 늘리고 한글교실 반을 기존 2개에서 3개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은빈기자 silverbin@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