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에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면서 딴 말을 한다(顧左右而言他)
좌우에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면서 딴 말을 한다(顧左右而言他)
  • 승인 2018.12.2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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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전 중리초등교장


요즘 모임마다 정치에 관한 시사문제를 가지고 이야기들이 많다. 세상일을 오래 경험한 사람일수록 재미있는 일화들을 쏟아내어 귀를 쫑긋하게 한다.

텔레비전을 보는 할아버지에게 손자가 “할아버지, 저 ○ 나왔는데 텔레비전 끌까요?”한단다. 청와대 화면이 나오는 것을 보고 시청하던 사람들이 마구 지껄이는 말을 들은 철부지 손자가 할아버지 앞에서 ‘저 ○’하고 그렇게 표현하더란다. 왠지 사회전체 분위기가 흐트러져 엉망인 것 같아 마음이 편찮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특감반원으로 있던 6급 검찰 수사관 김○○를 향해 ‘미꾸라지 한 마리’, ‘유전자에는 애초에 ~ 존재하지 않는다.’, ‘불순물’ 등의 말들은 청와대에서 무분별하게 먼저 했다. 예의고 체면이고 따지지 않고 마구 말들을 내뱉었다. 어쩌면 6급 검찰 수사관 1명 대 청와대 전체의 전쟁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또 이것을 방송과 신문들이 제각기 사설과 논설로 청와대를 신랄하게 비난하거나 옹호하고 있다. 더러는 기사 내용들도 예사롭지 않다.

연일 청와대에 있는 사람들이 얼굴을 바꿔가면서 언론들을 향해 포문을 열고 막말을 해댄다. 설상가상으로 여당 정치인들이 합세하고 야당 정치인들이 반박하고 엎치락뒤치락 하는 모습들이 정말 볼썽사납다.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것일까? 최고지도자는 관심을 다른데 두는 듯 아직까지 말이 없다.

중국 전국시대 제나라를 강국으로 만든 왕은 선왕(宣王)이었다. 그는 학술과 문화에도 힘을 기울인 왕이었다. 선왕이 천하를 주유하던 맹자를 만났다.

맹자가 선왕에게 “왕의 신하 중에 자기 집안의 식구들을 그의 절친한 친구에게 부탁하고 이웃 초나라에 유학 간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그 유학한 사람이 집에 돌아와 자기 식구들을 보니 모두 손발이 얼고 굶주림에 얼굴이 붓고 엉망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되었다면 왕께서는 친구의 식구를 돌보던 그 신하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하고 물었다. 선왕은 지체 없이 “그런 놈이 있다면 당장 추방할 것입니다.”하였다.

맹자가 “만약 나라의 형벌을 관장하는 사법관이 재판 사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면 왕께서는 그 사법관을 어떻게 처리하겠습니까?”라고 또 물었다. 왕은 “그런 자는 즉시 파면할 것입니다.”하며 위엄 있게 대답하였다.

다시 맹자가 “만약 제나라 안이 잘 다스려지지 않는다면 왕께서는 그 책임을 어떻게 지시겠습니까?”라고 여쭈었다. 그 말을 들은 제선 왕은 고좌우이언타(顧左右而言他)하였다. 별 관심이 없다는 듯이 ‘좌우에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면서 딴 말을 하였다.’는 뜻이다. ‘고좌우이언타(顧左右而言他)’는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솔직히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엉뚱하게 딴 이야기로 얼버무릴 때 사용하는 말이다.

제 선왕이 자신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맹자의 두 질문에는 과감하게 대답을 하였다. 그러나 자신과 관계있는 질문에는 아주 태연스럽게 고개를 돌렸음을 알 수 있다.

어린 아이들은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어른들이 하는 말을 여과 없이 받아들인다. 아이들 앞에선 말과 행동을 조심하여야 한다. 그런데 많은 정치인들이 텔레비전 앞에서 막말을 한다. 어른들처럼 아이들도 시청함을 알아야 한다. 손자가 무심코 사용한 ‘저 ○’도 그런 경우일 것이다.

맹자가 제 나라 선왕을 알현하고 말했다.

“왕께서 궁궐을 짓는다면 반드시 도편수를 시켜서 목재를 구하게 할 것입니다. 도편수가 쓸 만한 큰 나무를 구해오면 왕께서는 기뻐하여 그가 맡은 바 임무를 훌륭히 다했다고 칭찬합니다. 그런데 일반 목수가 그것을 잘못 깎아서 작게 만들어 버리면 왕께서는 화를 낼 것입니다. 일반 목수가 맡은 바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선왕은 “그건 그렇지요.”하고 수긍하였다.

“어려서부터 ‘옳음’을 배운 사람이 장년이 되어 배운 뜻을 펼치고자 합니다. 그런데 왕께서 ‘잠시 네가 배운 옳음은 그만 두고, 왕 밑에서 이익을 따르라,’고 한다면 그 사람은 정치를 잘할 수 있을 런지요?”하고 말을 끝맺는다.

맹자의 이 말은 전문가는 ‘옳음’을 이해하고, 비전문가는 ‘이익’을 추구함을 일깨우는 말이다. 모름지기 최고지도자는 ‘좌우에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면서 딴 말을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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