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키즈, 춤 추는 전쟁포로…이념을 넘어 하나된 그들
스윙키즈, 춤 추는 전쟁포로…이념을 넘어 하나된 그들
  • 배수경
  • 승인 2018.12.2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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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탭댄스 영화 ‘스윙키즈’
‘과속스캔들’ 강형철 감독 연출
참신한 소재로 전쟁 비극 그려
흥겨운 댄스신 엉덩이 ‘들썩’
감각적 연출력 몰입도 뛰어나
후반 늘어지는 스토리 아쉬워
스윙키즈
 

거제포로수용소 내 자유여신상 앞에서 복면을 쓴 채 춤을 추고 있는 포로들, 독일의 사진작가 베르너 비숍이 찍은 한 장의 사진은 ‘뮤지컬 로기수’를 탄생시켰다. 뮤지컬 로기수를 모티브로 한 영화 ‘스윙키즈’가 19일 개봉했다. 미국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자유여신상과 거제도, 전쟁포로와 춤, 전혀 어울릴 것 같지않은 조합이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한국전쟁은 우리의 현대사를 관통하고 있는 상처이다. 게다가 그 상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동안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는 많았다. 그만큼 영화로 다루기에 매력적인 소재들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 한국전쟁이야?’라는 생각이 든다면 이번에는 소재가 참신하다. 춤, 그것도 한국영화에서 거의 등장하지 않았던 탭댄스다.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부터 ‘빌리 엘리어트’를 거쳐 ‘라라랜드’에 이르기까지 헐리우드에서는 탭댄스가 등장하는 영화가 낯설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서 탭댄스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는 처음이다. ‘과속스캔들’‘과 써니’ 등으로 흥행성은 이미 인정받은 강형철 감독이 연출을 하고 여기에 엑소 멤버 디오(도경수)와 박혜수가 ‘발연기’를 준비했다.

한국전쟁 당시 포로수용소는 친공포로와 반공포로, 거기에 미군들과 중공군 포로까지 이념과 국적, 인종 간의 갈등이 일상화된 ‘제3의 전쟁터’였다. 그 와중에 새로 부임한 소장은 수용소의 이미지메이킹을 위해 브로드웨이 출신의 하사 잭슨(자레드 그레임스)에게 댄스단 결성을 지시한다. 이에 각각 다른 사연을 지닌 오합지졸 댄스단이 구성 된다.

유명해져서 전쟁통에 잃어버린 아내를 찾고 싶은 남자 강병삼(오정세), 전쟁만 아니었으면 천재 안무가가 되었을 중공군 샤오팡(김민호), 전쟁으로 동생들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 된 양판래(박혜수), 여기에 골수 공산주의자이자 수용소의 트러블메이커 로기수(디오)가 슬며시 가세한다. 춤과 음악은 이념, 인종, 성별, 국적을 뛰어넘는다. 이들이 춤을 추는 순간만큼은 하나가 된다. 관객도 그들이 탭댄스를 출 때 만큼은 마음을 놓아도 좋다. 영화는 기대했던 만큼 군데군데 소소한 웃음 요소들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강병삼과 샤오팡의 빗속 몸짓 대화 신은 손에 꼽을 만한 재미있는 장면이다.

춤의 영어단어 댄스(dance)는 산스크리트어 탄하(tanha)에서 왔다고 한다. 이는 생명의 욕구를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전쟁터에서 살아남았지만 여전히 죽음을 곁에 두고 있는 이들에게 춤은 ‘살아있음의 표현’이다. 공산주의자 로기수가 자유세계의 춤을 외면하려고 하지만 심장을 울리는 듯한 그 리듬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도 그의 마음 속으로부터 들려오는 삶에 대한 간절한 외침때문이 아니었을까. 그가 춤을 출 때는 날개를 단 것 처럼 자유로와 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인듯 보인다.

전작에서 음악을 활용한 감각적인 연출력을 선보였던 강감독은 스윙키즈에서도 적재적소에 음악을 배치함으로써 관객의 감정을 들었다 놨다 한다. 미군과의 댄스 배틀에서는 정수라의 ‘환희’, 로기진과 양판래의 댄스가 교차 편집되는 장면에서는 데이빗 보위의 모던 러브(Modern Love)를, 마지막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는 크리스마스 공연에서는 ‘싱 싱 싱(sing sing sing)’등 관객들에게 익숙한 곡들이 흘러나온다. 비틀즈의 ‘프리 애즈 어 버드(Free as a bird)’는 한국영화 최초로 비틀즈의 원곡을 사용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새처럼 자유롭게’라는 가사 역시 이념을 넘어선 그들의 춤과 잘 어우러진다.

스크린 속 디오는 이제 팬심에 기대지 않고도 충분한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엑소의 디오만큼 배우 도경수라는 이름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감독의 전작을 보고 휴먼코미디를 기대하고 극장을 찾았다면 중반이후의 전개는 만족스럽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다. 갑작스러운 비극으로의 전개가 놀랍지만 삶이란 것이 원래 가까이에서는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일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지 않은가. 짧지않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스토리가 늘어지다가 펼쳐놓은 캐릭터들을 수습하지 못하고 서둘러 끝내는 듯해 아쉽다.

뻔하게 예측되는 결말이 아니라는 점이 영화의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겠다.

강감독은 영화 속에서 ‘빌어먹을 이념’이라는 말로 자신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영화의 주제를 직접적으로 표현한다. 엔딩신에서 관객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도 결국은 ‘예술은 이념을 넘어선다’가 아닐까.

“탭댄스라는 거이 참 사람 미치게 만드는 거드만” 영화 속 그들의 ‘발연기’에 빠져 극장문을 나서는 순간 땅바닥을 때리는 탭댄스의 리듬을 한번 따라해보고 싶어진다.

배수경기자 micbae@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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