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버려라
휴대폰을 버려라
  • 승인 2018.12.2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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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화(변호사/ 前 대구고등법원판사)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직권남용 피의사실로 기소되었습니다. 이재명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는 다행히 ‘혜경궁 김씨’ 사건과 관련하여 불기소처분되었습니다. 검찰이 언론에 브리핑한 김혜경의 불기소처분에 대한 이유 중 하나가 김혜경의 휴대폰 등 중요한 증거를 확보하는데 실패함으로써 증거부족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주로 SNS를 통해 댓글을 작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휴대폰을 확보하는데 실패하였다면 사실상 그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이재명이 어느 강연에서 역설한 것처럼 최근에 수사를 받는 사람들은 자신의 휴대폰을 버리는 것이 가장 먼저 할 일인 것도 맞습니다.

제가 판사로서 압수수색영장을 검토할 때만 해도 휴대폰에 대하여 압수수색하는 것에 대하여 판사들도 별다른 의식 없이 이를 허용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압수수색 목록에는 휴대폰을 통한 범죄인지를 구분하지 않고 당연히 그 목록에 있었습니다. 더구나 압수수색 영장이 없는 경우에도 경찰이 피의자에게 휴대폰을 임의제출해 줄 것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휴대폰을 사실상 압수하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피의자들은 휴대폰을 아예 버리고 조사에 임하는 경우가 많고 법원에서도 불필요한 압수수색이라고 인정되면 이 부분을 기각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처럼 개인의 휴대폰은 범죄 혐의를 받든 받지 않든지 간에 자신의 사실상 모든 정보가 담겨 있는 블랙박스와도 같은 것입니다. 우리가 인식하든 인식하지 않든지 간에 우리가 한 행동이나 말 심지어 생각까지도 모두 담겨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누구와 대화했는지 어떤 내용으로 했는지는 물론이고 어디를 갔으며 왜 갔는지도 확인이 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어떤 은행의 어떤 계좌를 사용하여 얼마의 돈을 거래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다 빅데이터 분석을 조금만 해보면 우리가 어떤 목적으로 어떤 패턴으로 삶을 살아가고 내일 우리가 무엇을 할지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휴대폰은 사실상 우리의 분신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이렇게 휴대폰을 비판 없이 계속 사용하는 것이 맞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휴대폰이 그렇게 우리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물건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지하철을 타면 거의 대부분이 휴대폰을 들여 다 보고 있습니다.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 되었는데 아주 이상한 모습이기도 합니다.

조금이라도 정신을 가다듬고 휴식할 수 있는 시간에 자신을 괴롭히는 휴대폰 보기를 중단하는 것이 어떨까요? 우리가 휴대폰을 통해 알 수 있는 지식이라는 것이 대부분 단편적인 내용이어서 꼭 알 필요도 없는 정보인 것이 대부분입니다.

더구나 잘못된 뉴스나 정보까지 막 유통되다 보니 이를 여과 없이 믿게 되어 사회적으로 그 폐해가 큽니다. 국가 정책이나 사회적 합의에 관련된 부분도 깊이 있는 생각과 무게 있는 행동 없이 일시적이고 충동적인 행동이 대부분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주식시장만 보아도 조금만 확인되지 않는 정보만으로도 시장이 지나치게 급격하게 반응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정치도 그렇습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여론을 선동하여 자기편으로 이끌기 위하여 갖은 뉴스를 양산합니다. 이런 뉴스는 사실 확인 없이 휴대폰을 통해 급속히 퍼져 사회를 불안하게 만듭니다.

중앙일보 12. 7.자 임마누엘 칼럼에서 지적했듯이 스마트폰이 한국인의 두뇌와 사회를 장악해 불길한 방향으로 계속 나아간다면 한국에는 공동체의 목표에 대한 헌신적 삶과 정치적 인식은 쇠퇴해 사랴져 버릴 것입니다.

그 징후는 이미 나타나고 있고, 충동적이고 불분명한 응답을 장려하는 소셜미디어의 확산과 함께 스마트폰이 이 비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두려운 것입니다.

휴대폰을 지금에서 완전히 버릴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휴대폰이 왜 필요했는지를 생각해 보면 좀 더 사람 사이를 가깝게 연결하기 위한 것 아닙니까? 그런데 이제는 휴대폰이 사람들을 고립시키고 있습니다. SNS에 빠져 정상적인 삶도 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제 휴대폰 사용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국민운동을 펼쳐야 합니다. 휴대폰을 통한 이익을 누리는 거대 회사의 이익을 위해 우리의 삶을 뺏기는 어리석은 행동은 그만할 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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