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물 같이 어두운 긴 터널 끝에
열일곱 청순한 소녀가 서 있다
온순한 마음이 허방을 짚어 가며
유장한 시간을 거슬러 간 그곳
벚꽃나무 아래 두 청춘이
흑백사진 속에서 활짝 웃고 있다
순정을 채깨트린 마법의 궁전
주단이 깔린 유리 구두를 신고
왕자와 거닐던 길모퉁이
손톱 달 엷은 빛이 꽃대궁 밀어 올려
야화로 피어났다
사랑을 위해서는 죽을 수도 있다고
스스로 고독이라는 것을 자아내던
벚꽃나무 아래
서 있던 열일곱 청순함이
흑백 사진첩 속에서 맑게 웃으며
추억처럼 걸려 있다
◇김성찬= 1959년 대구출생. 93년 심상 2회 추천 완료, 한국작가회의 회원.
한국시인협회 회원. 대구가톨릭문인회 회원
<해설> 어느 누구나 바로 앞일을 모르기 때문에 무념무상으로 하루하루 차지게 산다.
인간은 사랑과 그리움이 상실되면 자기만의 신념으로 허상을 만들어 처절한 고독을 극복한다. 양도논법(兩刀論法) 상황 즉 어떤 결론에 도달하든 답이 없을 땐, 문제해결을 위하여 스스로 자신에게 원하는 입지로 상황에 대처하여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때론 혼란스럽고 아득해지는 기다림이 견딜 수 없는 공허함을 잠재울 수 있다. 어떤 것도 의무나 헌신으로 인해 하지 말고 마음다함으로 임하자. 돌아볼 줄 안다면 돌아올 수 있고, 버려야 할 것을 못 버리면 스스로를 버리게 된다. 본시 삶과 자연은 예측 불가여서 이 세상엔 만족할 만한 것이 없다. 누구나 한번뿐인 삶, 우리는 이 삶을 멋지게 만들 책임이 있다. -성군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