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본산 지키기 ‘몸부림’
지역선 부정적 목소리 높아
“이미 신청한 사람은 뭐냐”
자유한국당이 28일부터 31일까지 대구 동을과 수성갑에 당협위원장 추가공모를 하고 있는 가운데 이 두 지역은 벌써부터 2020년 총선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
2020년 4월 15일 치러지는 21대 총선이 아직 1년 3개월 넘게 남았지만 한국당은 보수의 심장을 반드시 지키기 위한 몸부림으로 지난 총선에서 국회의원을 뺏긴 동을과 수성갑에 당협위원장 추가공모를 통한 복수혈전에 돌입한 모양세다.
동을에는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이 버티고 있는 지역이다. 유 의원은 지난 2016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현 한국당)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로 당선 돼 전국적 인물로 급부상했다. 수성갑에는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현 행정안전부 장관)이 재수 끝에 보수의 심장에 진보의 깃발을 꽂아 ‘대구의 노무현’이라 불리며 지금은 대선주자급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당으로서는 당시 총선 참패보다 보수의 본산인 대구에서 두 의원에게 안방을 내 준 것이 아직까지 뼈아픈 대목으로 남아 있다. 한국당으로서는 이 두 의원을 반드시 꺾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당은 이미 지난 18일~20일 3일간 당협위원장 공모를 통해 이재만 전 당협위원장이 낙마한 동을에는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비례대표인 김규환 의원이 공모 신청했고 수성갑에는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 정순천 전 대구시의회 부의장, 김현익 변호사, 남상석 전 한국당 대구시당 안보위원장, 김경동 전 수성구의회 의장이 공모를 했다.
그러나 한국당은 이들이 차기 총선에서 유승민 의원이나 김부겸 장관에게 대적할 만한 인물로 보지 않는 듯하다.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 이진곤 외부위원은 26일 “응모자가 있어도 지역 특성이나 다른 당 경쟁상대를 고려해 더 많은 후보를 받아야 할 곳도 추가공모 지역에 올렸다”고 당협위원장 추가공모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추미애(서울 광진을), 박영선(서울 구로갑) 등 상대방이 강력한 지역에 경쟁력을 갖춘 인물이 나와준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이에 화답하듯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26일 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있는 광진을 당협위원장 추가공모에 신청키로 했다.
이처럼 한국당은 여당의 유력정치인 지역구에 경쟁력 있는 인물을 전략공천하는 이른바 ‘자객공천’을 실시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런 ‘자객공천’, ‘전략공천’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도 들린다. 이미 당협공모에 신청한 사람들은 들러리 역할에 불과하냐는 비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역정치권 관계자는 “인적쇄신 한다고 그렇게 요란스럽게 해 놓고 지금 와서 다시 경쟁력 있는 인물을 찾겠다는 것은 낙하산 공천을 하겠다는 소리나 크게 다를 바 없다”며 “(이미 당협 공모신청한) 두 지역에도 경쟁력 있고 참신한 인물이 있을 수 있다. 뭐가 경쟁력 있는 인물인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두 의원을 꺾겠다고 (이미 신청한 사람들을) 들러리 취급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의원을 지낸 한 인사는 “(총선에서) 동을과 수성갑은 대구·경북 전체 선거판도를 바꿀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 두 곳을 이기지 못하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라며 두 의원을 꺾을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사람이 당협위원장이 돼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당 조강특위는 31일까지 추가공모가 끝나면 내년 1월 2일부터 6일까지 면접을 진행하고 이 가운데 10~15곳은 10일부터 12일까지 공개오디션을 실시할 예정이다. 조강특위는 1월 15일쯤 최종대상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윤정기자 yj@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