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면조와 타조는 싸움을 하다가 - 생각은 몸에서 우러난다는데
칠면조와 타조는 싸움을 하다가 - 생각은 몸에서 우러난다는데
  • 승인 2018.12.2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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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칠면조(七面鳥)와 타조(駝鳥)는 모두 날기를 포기한 새입니다. 날기보다는 지상(地上)을 서성대는 것이 살아가기에 더 쉬울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새들이 날기를 포기하게 되면 그에 걸맞은 삶의 방법을 익혀나가야만 합니다. 내려다 볼 수 없고 빨리 도망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들짐승의 대부분 수컷들은 만나기만 하면 바로 싸움에 들어갑니다. 먹이와 암컷을 많이 차지하기 위한 영역 확보 때문입니다. 닭과 타조, 칠면조 등 날기를 포기한 새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개의 수컷은 수시로 높고 긴 울음으로 자신의 영역을 확인하곤 합니다.

싸움의 방법도 살아가는 태도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동물행동학자 콘라트 로렌츠의 저서 ‘솔로몬의 반지’에 따르면 칠면조는 서로 싸우다가 지게 되면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드러눕는다고 합니다. 지더라도 현재 이 자리만큼은 자신의 영역으로 삼고 싶은 계산이 깔려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칠면조는 드러누울 때에 머리를 자신의 깃털 속에 묻은 채 몸을 둥글게 하기 때문에 상대방은 어디를 공격해야 할지 몰라 둘레를 돌며 시위만 하다가 대개는 자리를 비켜준다고 합니다.

많은 짐승들은 싸움을 할 때에 상대방의 얼굴을 공격 포인트로 삼는다고 합니다. 아마도 자신을 노려보는 눈(目)이 얼굴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 밖의 신체 부위는 털로 덮여있어서 별다른 효과를 거둘 수 없기도 하고요.

그런데 타조는 싸우다가 불리하면 주저앉아 얼굴을 모래 속으로 집어넣는다고 합니다. 아마 눈을 감추기 위한 행동이 아닐까 싶습니다.

얼굴을 묻고 있어도 상대방이 물러나지 않으면 숨을 쉬어야 하는 타조는 다시 얼굴을 빼내어야 하는데, 이 때 정확하게 상대방 반대쪽으로 내달린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타조는 얼굴을 묻고 있어도 상대방의 움직임을 소리를 통해 모두 짐작하고 있는 것입니다. 모래 속으로 전해져 오는 소리로 상대방의 방향과 힘의 세기는 물론 그 의도(意圖)까지도 읽어내고는 그에 대처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더러 타조가 몸통에 비해 머리가 작은 것으로 보아 판단력이 부족하지 않을까 짐작하기도 하는데 실전에서는 상대방의 의도를 정확하게 판단하여 반대 방향으로 시속 80km의 빠른 속도로 내달립니다.

이처럼 칠면조와 타조는 각각 자기들만의 싸움에 대한 룰(rule)이 있어 그래도 서로 함께 생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칠면조와 공작(孔雀)은 인척 관계이긴 해도 그 싸움의 방법이 다르다고 합니다. 공작은 날렵한 몸을 이용하여 자신보다 무게가 훨씬 많이 나가는 칠면조의 얼굴을 공격합니다. 날카로운 공격에 견디지 못하여 칠면조가 드러눕게 되어도 칠면조의 태도를 이해하지 못한 공작은 집요하게 공격을 계속한다고 합니다.

얼굴을 숨겨도 계속 쪼아대면 눈을 다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칠면조는 벌떡 일어나 쉽게 도망치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것은 상대방에게 쪼임을 당하면 당할수록 순종 심리가 굳어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즉 자신보다 강한 방법으로 다가오면 그에 맞서기보다는 굴종에 가까운 순종으로 자신을 방어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아마 일어나 달려도 자신의 몸무게 때문에 상대방을 따돌릴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은 아닐는지요.

이는 우리 인간사회에서도 그 일면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많은 청소년들이 자신에게 괴롭힘을 주는 또래에게 감히 맞서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테니까요.

짐승이나 사람 할 것 없이 싸움은 냉혹합니다. 작금의 몇몇 인간들의 행태를 살펴보면 너나 할 것 없이 오직 자신만을 위해 얼굴을 쳐들기도 하고 물고 늘어지기도 합니다. 또 자기 자랑 일삼다가 낭패를 보기도 합니다.

반성합니다. 그런데도 잘 고쳐지지는 않습니다. 내공(內功)과 아량(雅量)이 부족한 탓입니다. 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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