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황찬란 조명 전구에…가로수는 ‘몸살’
휘황찬란 조명 전구에…가로수는 ‘몸살’
  • 정은빈
  • 승인 2018.12.2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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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장식용 조명, 괜찮을까?
대구 곳곳 내년 2월까지 점등
겨울철 수목 휴식기 방해 시
개화 시기 이상 등 장애 유발
“조명 설치 최대한 자제하고
수목별 제거 시기 지켜줘야”
나무-감전
연말연시를 앞두고 대구지역 곳곳에 야간 경관조명 설치가 잇따르는 가운데 4일 대구 서구청 앞 가로수에 장식용 전구가 감겨 있다. 정은빈기자

연말연시를 앞두고 대구지역 곳곳의 야간 경관조명이 잇따라 불을 밝히는 가운데 전구를 몸에 감은 가로수들은 몸살을 앓고 있다.

대구시는 올해도 국채보상기념공원 등 주요 공원과 가로변 13개소에 경관조명을 설치하고 내년 2월 말까지 3달간 점등한다. 점등 시간은 기존 오후 6~10시에서 올해 오후 5시 30분~11시로 늘었다.

구·군에서도 매년 경관조명 거리를 확대 조성하는 추세다. 대구 북구청은 지난달 29일 침산동 호암로~옥산로 약 1km 구간과 산격동 신기공원 일대에 경관 조형물을 설치했다. 대구 중구청은 지난 1일부터 김광석길 전체 구간 중 콘서트홀 연접녹지 60m에 LED 조명을 켜고 있다.

가로수 장식용으로 쓰이는 전구가 나무에 악영향을 준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밝기 최대 300lx(럭스), 발열 온도 28도 내외에 달하는 장식용 전구가 뿜어내는 빛과 열이 휴식기를 맞은 나무에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12~2월 겨울철은 나무의 휴식기다. 나무는 대기 온도가 5도 이하로 떨어지면 광합성과 증산작용 등 생리적 활동을 멈추고 휴면 상태에 접어든다.

전구에 방해를 받아 제대로 휴식하지 못한 나무는 생리적으로 불안정해져 개화나 단풍, 낙엽 시기 등이 달라지는 이상 현상을 겪을 수 있다. 특히 얇은 가지와 잎 등 취약 부위가 전구와 접촉하면 마름 등 열해가 발생하고 전구 고정 중 나무에 상처가 나면 동해나 병해가 생길 수 있다.

야간 인공조명은 인체에도 유해하게 작용한다. 빛 공해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은 전국에 연간 7천여명. 빛 공해가 수면을 방해하고 멜라토닌 생성을 억제해 유방암 발생률을 24~38%, 비만율을 15%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연이어 발표됐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겨울철 대기 온도가 평균 1도 이하로 낮아지기 때문에 전구에서 나온 열이 대기 중 상쇄돼 최저 기온이 영상으로 오르는 3월 전까지는 수목에 직접적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구 수에 따라 수목이 받는 영향이 달라지는 만큼 과한 조명 설치는 자제가 필요해 보인다. 수목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전구가 일부에 밀집하지 않도록 하고 취약 부분과 전구 사이는 3cm 이상 거리를 유지토록 설치해야 한다.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전구 설치는 나무가 완전히 휴면 상태가 되는 12월부터가 적절하고 상록침엽수는 3월 전, 낙엽활엽수는 개화 전까지 반드시 전구를 철거해야 한다”며 “제거 때는 전깃줄과 철삿줄을 남김없이 제거해야 생장에 필요한 양분이 원활히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은빈기자 silverbi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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