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복 벗은 김정은, 소파에 앉아 신년사 발표 속내는?
인민복 벗은 김정은, 소파에 앉아 신년사 발표 속내는?
  • 최대억
  • 승인 2019.01.0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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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복 벗은 김정은, 소파에 앉아 신년사 발표 속내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1일 예전과 달리 이례적으로 소파에 앉아 올해 신년사를 통해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천명하면서 2차 북미정상회담 용의가 있음을 시사했다.

동시에 남북 관계 경색으로 폐쇄됐던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를 보이면서도 대미관계에 대해서는 제재가 완화되지 않으면 핵 프로그램을 신속히 재가동할 수 있는 등 일방적인 양보는 강요하지 말라는 뜻도 밝혔다.

이날 김 위원장은 남북관계와 관련해서 ‘경이로운 성과’를 이룩했다고 평가하면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밝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날 준비가 됐다는 점과 전제조건과 대가 없는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발표한 육성 신년사에서 미국을 향해 “(6·12)조미 공동성명에서 천명한 대로 두 나라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고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의 불변한 입장이며 나의 확고한 의지”라며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으며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특히 미국이 ‘고질적 주장에서 대범하게 벗어나’서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원칙’에서 ‘공정한 제안’을 내놓고 ‘올바른 협상 자세와 문제 해결 의지’를 갖고 임한다면 원하는 ‘종착점’에 이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미국이 자기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 들고 제재 압박으로 나간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도 주장했다.

김 위원장의 이런 언급은 일견 긍정 및 부정 입장을 고르게 배치한 것으로 보이나 10여개 문장 가운데 대부분에 대화 의지를 담고 부정적 표현은 한 문장이어서 일단 대화 지속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지난해와 비교하면 ‘사무실 책상 위 핵 단추’와 ‘핵탄두·탄도로켓의 대량생산’ 등 직접적 위협을 담은 표현이 사라졌다.

이런 변화는 최근 미국이 내놓은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미국인 방북 허용 검토와 남북철도 연결 착공식을 위한 제재 면제 동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북한 인권 관련 연설 취소 등을 반영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그와 동시에 비핵화 합의를 위해서는 세부적인 조건과 미국의 태도 측면에서 아직은 ‘부족하다’는 입장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 교류사업에 대한 일부 제재 면제나 북미 간 얽힌 사안들에 대한 변화 ‘검토’의 수준을 넘어 최근 북한이 목소리를 높이는 제재 해제 등을 비롯한 더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협상이 풀릴 수 있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결국 김 위원장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핵·미사일 실험 중단 등 자신들이 기존에 취한 조치들에 미국이 우선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기본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이 바라는 핵 신고와 검증 등 결정적인 추가 비핵화 조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9·19평양공동선언에 명시한 영변 핵시설 폐기와 동창리 발사장 폐기 등으로 ‘현 단계’ 자신들의 비핵화 카드를 국한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었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결국 김 위원장은 한미연합군사훈련 및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중단, 평화체제 구축 등 비핵화의 조건을 제시하면서 기존에 취한 조치와 영변 핵시설 폐기 제안에 대한 미국의 답을 요구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새로운 길이 있을 수 있다고 위협했지만 방점은 (비핵화를 언급한) 앞에 있는 것 같다”며 “언제든 북미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으니 북미 정상회담은 속도를 붙어서 갈 것 같다”고 전망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대북 제재 문제를 거론한데서 보듯 북한이 미국의 상응조치로 제재 완화 내지 해제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추가적인 북한의 비핵화 조치 없이 북한이 원하는 바를 줄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아직 트럼프 대통령을 중심으로 긍정적인 대북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곧 민주당이 미 의회 하원을 실질적으로 장악하는 상황에서 행정부가 전향적인 대북 조치에 부담을 느낄 여지도 있다.

또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우리는 이미 더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데 대해 내외에 선포하고 여러가지 실천적 조치들을 취해 왔다”고 한 대목은 전형적인 ‘핵보유국’의 논리 전개라는 지적과 함께 향후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존재한다.

이날 중국 관영 매체들도 북미 및 남북 관계 완화를 지속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일제히 긴급 보도 및 분석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신화통신은 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할 것이며 핵무기를 만들거나 실험하지 않겠다고 발언점에 크게 주목했다.

인민망(人民網)은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언제든 만날 준비가 돼 있으며 한반도 완전 비핵화 결심에 변함이 없다고 밝힌 점을 부각했다.

환구망(環球網)은 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를 발표하면서 전례 없이 양복을 입어 눈길을 끌었다면서 김 위원장이 비핵화 결심이 확고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평가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은 김 위원장의 ‘인내심 오판, 일방적 강요, 새로운 길을 모색’ 등 단어에 주목하면서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협상이 교착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새로운 약속을 했지만, 제재가 완화되지 않으면 핵 프로그램을 신속히 재가동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분석했다.


최대억기자 cde@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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