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 사랑
풀잎 사랑
  • 승인 2019.01.01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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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진 게 없어

비록 빈손일지라도

새파랗게 돋아나는 속잎 같은 가슴을 열어

당신의 긴 언덕을 따라 굽이지는 나는 강물

상큼한 풀꽃 향기가 물씬 젖는 강마을에

풀잎 얼기설기 엮어 보금자리 띄워 놓고

오뉴월 해 긴 논두렁에 한 쌍 뜸부기로 뜸북대자

세상 살아가는 일은

함께 까치고개 넘는 일

척박한 황토흙 일궈 한 톨 씨앗을 뿌려 놓고

쏟아질 가을볕을 꿈꾸며 하얀 참깨꽃도 피워 보자

되돌아 생각해 보면

구름 같은 세상살이

철 따라 꽃이 피고 꽃잎 시든 들녘에 서서

시린 등 마주 비비는 여린 풀잎으로도 엉겨 보자

◇서태수= 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석사). 시조문학》천료 (‘91), 《문학도시》 수필 등단 (‘05) <한국교육신문> 수필 당선 (’06), 낙동강 연작시조집 5권, 수필집『조선낫에 벼린 수필』 외, 평론집 『작가 속마음 엿보기』 ‘부산수필문학상’, ‘낙동강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대구매일 명시상(‘13) 외

<해설> 삼라만상이 꿈을 꾸는 시작의 계절이다. 산야에는 머지않아 꽁꽁 얼었던 강물이 풀리고 새잎이 돋을 것이다. 더불어 사람들 마음밭[心田]에도 계절의 약동이 넘치는 새날이다. 초여름 뜸부기가 꿈꾸는 행복의 참깨밭은 평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어디서든지 가능하다. 마음의 밭이 있는 곳이라면 도심의 단칸방에서도, 고공의 아파트에서도 인생살이의 고소한 참깨꽃을 피울 수 있다. 꽃이 피고 지는 계절의 순환 섭리를 따라 서로 따뜻한 눈빛 주고받는 삶의 행로를 꿈꾸는 시인의 목소리가 시조 가락의 유장미를 담아 강물처럼 흐른다. -성군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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