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끝까지 지킨 TK “다시 한국정치 중심에 서자”
보수 끝까지 지킨 TK “다시 한국정치 중심에 서자”
  • 윤정
  • 승인 2019.01.0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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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선거 없는 해’ 과제
고립무원인가? 독야청청인가?
지도부 결정에 순종하다 추락
현역 지역의원 절반 정도 초선
참신하지만 목소리 내지 못해
‘온실속 정치인’ 경쟁력 없어
의원·유권자 모두 반성해야
상향식 공천 시스템 도입 통해
역량 갖춘 인재 육성전략 절실

대구·경북(TK)이 ‘포스트 박근혜’ 이후, 중앙정치 무대에서 점점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소신 있는 정치적 목소리는 아예 들리지 않고 지도부의 결정에 맹목적으로 순종하는 소리만이 들린다.

반세기 동안 TK는 우리나라 현대사 정치의 중심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부터 시작한 TK 정치는 경제적 근대화·정치적 민주화와 더불어 수많은 인재를 배출하며 꺼지지 않는 등불과도 같은 존재였다.

정계·재계·관계에 수많은 TK 출신들이 진출하며 이른바 ‘TK 전성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사분오열되고 추락할 대로 추락한 TK정치권에서 여야를 떠나 대선주자급의 인물을 키우고 정치적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비중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올해는 선거가 없는 해다. 다시 TK를 ‘한국정치의 중심’에 서게 해야 한다.

◇ 정치적 ‘아웃사이더’로 전락한 TK정치인

지금 TK정치권은 실종 상태다. 정치적 목소리가 없다. 동료 의원들이 인적쇄신 대상으로 당협위원장에 탈락하는 일이 있어도 TK의원들은 지도부의 눈치를 보느라 숨죽이고 있다. 복지부동 그 자체다.

현재 TK지역 국회의원은 민주당 2명, 한국당 21명(비례 강효상 의원 포함), 바른미래당 1명, 대한애국당 1명, 무소속 1명 등 총 26명이다. 26명 중 초선 13명, 재선 5명, 3선 4명, 4선 4명으로 초선이 50%다. 이는 20대 의원 전체 초선비율(2018년 12월 현재 299명 중 초선 137명) 45.8%보다 높다. 특히 한국당 TK 초선은 11명으로 절반 이상이다.

초선이 많다는 것은 개혁적이고 참신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래선 정치적으로 소신 있는 목소리를 기대하기 힘들다.

초선의 말 한 마디와 3선급 이상 중진의 말 한 마디는 그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게 우리나라 정치 현실이다.

초선이 압도적으로 많은 TK에서 정치적 무게감이 있는 목소리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동시에 지역의 정치적 위상도 동반하락 할 수밖에 없다. 무너진 TK정치권에서 역량 있고 비중 있는 인물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 중량급 인물이 없다···인적쇄신의 딜레마

현재 TK정치권에는 대선주자급·중량급 인사가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부겸 의원(행정안전부 장관)이 대선주자급으로 거론되고 있긴 하지만 친문 주류가 아니어서 언제 낙마될지 모를 일이고 한 때 ‘개혁보수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유승민 의원(바른미래당)은 지역에서는 ‘탄핵사태의 원흉’, ‘배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지지세가 많이 약화돼 있다.

지역에서 사실상 여당 역할을 해야 하는 한국당은 덩치만 큰 ‘초식 공룡’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 4선인 주호영 의원은 2월 말 전당대회 출마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지만 대선주자급으로 불리지는 않는다.

TK출신인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끊임없는 인적쇄신만이 한국당이 살 길이라고 여러 번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2월 21일 대구에서 “지난 당협위원장 탈락이 1차 쇄신이고 전당대회 때 지도자가 바뀌는 게 2차, 총선 앞두고 공천하는 것이 3차, 선거를 통해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게 4차 인적쇄신”이라고 말해 향후 지속적인 인적쇄신이 이어져야 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TK정치권에서는 인적쇄신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하지만 “지나치게 인적쇄신만 강조하다 보면 살아남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라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이 들리고 있다.

한 지역정치권 핵심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계속 물갈이를 하는 것은 한국당 현역 의원들이 맘 놓고 대여투쟁을 하고 지역을 살필 수 없는 토대를 만든다”며 “특히 TK가 항상 인적쇄신 대상지역으로 오르내리고 있는데 당이 어려울 때 끝까지 지킨 지역이 바로 TK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일반 당원들도 “당이 어려울 때 탈당했던 사람들은 개선장군처럼 들어오고 정작 당을 지킨 사람들은 찬밥 취급하는 현 상황이 씁쓸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 현역 의원, 전문가는 어떻게 보나?

TK정치인들의 존재감 부족에 대해 한국당 대구경북발전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4선 중진 주호영 의원(수성을)은 “지역 출신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조용히 협조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그렇게 했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지금은) 정권이 바뀌었기 때문에 소신 있게 지역 이익을 잘 대변하고 있고 어딜 가도 할 소리 다 한다”고 존재감 부족을 부인했다.

그러나 다른 목소리들이 다수였다. 곽대훈 의원(달서갑·한국당 대구시당위원장)은 “현재 TK 정치인들이 자기목소리를 강하게 낼 수 있는 정치적 토양이 좋지 않고 탄핵 이후 정치적 목소리보다 자기 역할에만 충실하자는 분위기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장석춘 의원(구미을·한국당 경북도당위원장)도 “그동안 TK가 친박 중심의 당이었고 존재감 부족에 대해서도 부정하지 않는다. 한국당의 중심은 TK인데 그런 면에서 아쉬움이 많다”고 인정했다.

공천제도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특히 TK지역은 국민경선제로 공천권을 당원과 유권자들에게 돌려줘야 당선된 의원들이 지도부 눈치를 안 보고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TK지역에서 역량 있는 대선주자급 인물을 키워내는 문제에 주호영 의원은 “TK는 인물을 키우는데 좀 인색한 편이다. 참고 기다려주면 큰 인물이 될 수 있는데 기다려주지 못해 많이 아쉽다”라고 말했다.

곽대훈 의원은 “예전에는 중앙관료 출신들이 낙하산으로 내려와 정치적 자생력이 부족했다”며 “앞으로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헌신적 일을 해왔던 사람들이 당을 찾고 진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에서도 그런 사람들이 공천을 받을 수 있는 상향식 시스템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석춘 의원은 “현 정부 들어 인사·예산 등 TK가 많이 소외되고 있는 현실에서 TK의원들이 대표,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에 많이 진출할 필요가 있다”며 “큰 인물을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인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기홍 경북대 교수는 “그동안 계속 물갈이 하며 새로운 인물을 키울 수 없는 구조였다. 장기적으로는 국민경선제로 가야하고 단기적으로 밖에 있는 바른미래당 사람들과 타협하고 합당하는 것이 맞다”며 “인물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은 공천에 있다. 상향식 등 공천제 개혁이 핵심이다”고 진단했다.

◇ TK에서 보수대통합 가능할까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보수대통합에 대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통합보다 바른미래당, 대한애국당 등과 연대와 협력 중심의 네트워킹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위적으로 통합하면 그릇이 깨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그릇에 담는 인위적 보수대통합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국당의 당협위원장 교체를 틈 타 TK에서 류성걸 전 의원 등 바른미래당 인사들이 대거 한국당 복당·입당선언을 하고 있다. 보수대통합 문제의 핵심은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의 복당 여부다.

유 의원이 복당하는 일이 벌어지면 본격적인 보수대통합의 신호탄이 될 수 있지만 보수대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지난 탄핵사태 때 유 의원이 김무성 전 대표와 함께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고 보수분열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시각이 지역에서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 의원의 복당은 TK에서 보수가 대분열하는 사태를 촉발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2019년이 중요하다···인재를 키워야 TK가 산다

박 전 대통령 탄핵과 구속 이후, TK가 회생불능 상태로 몰락했다고 모두들 예상했지만 작년 지방선거에서 오히려 TK만이 보수의 자존심을 지켰다.

그러나 정치지형이 많이 바뀌고 있다. 한국당 깃발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TK에서 이제는 그 말이 없어질 지도 모른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받은 득표율은 지역 여당인 한국당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특히 40대 이하 젊은층들은 압도적으로 한국당에 등을 돌렸다. 이런 결과는 한국당이 뼈를 깎는 자기반성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당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정치적 성향도 중요하지 않다. 정치적 신념으로 소신껏 투표하면 그만이다.

한국당을 찍은 사람도 국민이고 민주당을 찍은 사람도 우리 국민이다. 정치적 성향이 다른 할머니·할아버지와 20대의 젊은 손자·손녀 모두 우리 가족이고 국민이다.

중요한 것은 대구·경북이 여기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가야한다는 점이다. 국가적으로도 경제가 많이 어렵지만 TK경제는 더 어렵다. 굳이 수치를 따질 필요가 없을 정도다.

이제 역량 있는 인재를 키워야 한다. TK를 대변할 수 있는 정치적 인재를 많이 길러야 한다. 어차피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앞서고 있는 현실에서 정치적 목소리가 커야 TK를 무시할 수 없게 된다.

올해는 선거가 없는 해이다. 선거가 없는 해에 오히려 대구·경북이 다시 한국정치 중심에 우뚝 설 수 있는 절호의 시간적 기회가 될 수 있다.

윤정기자 y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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