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룡설산 앞에서 펼쳐지는 ‘차마고도 대서사극’
옥룡설산 앞에서 펼쳐지는 ‘차마고도 대서사극’
  • 박윤수
  • 승인 2019.01.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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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벼락 없는 네모 형태의 마을 고성
나시족 전통 가옥 4천200여채 보존
스쯔산 만고루 오르면 전경 한눈에

 

박윤수의 길따라 세계로, 샹그리라를 찾아서<5> 리장(麗江)

7일차 아침 일찍 일출시간에 맞춰 스투파가 줄지어 서있는 전망대에 나섰으나 하늘의 시샘으로 금빛 아침 햇살, 화관을 쓴 매리설산의 아름답고 웅장한 자태를 대할 수는 없었다.

이제 샹그리라를 찾아온 길을 돌아가는 길, 며칠 신선의 땅에 다녀온 듯한 상념에 빠져 오늘은 14시간이란 시간을 버스 속에 시달려야 한다. 온 길을 되짚어 돌아오는 비포장 도로의 흙먼지 그리고 다시 대하는 도시의 거리들. 가는 길에 들렀던 작은 마을에 점심을 먹기 위해 들렀다. 식사 후 수박으로 후식을 하고 샹그리라를 거쳐 호도협 입구를 지나 리장 고성에 도착했다.

리장은 나시(納西)어로 ‘진사강(金沙江)이 머리를 돌리는 곳’이란 뜻이다. 티베트 고원에서 발원하여 남쪽으로 흘러온 창강(長江, 이 지역에서는 진사강으로 불린다.)이 만년 설산인 위룽쉐산(玉龍雪山)을 만나 물길을 틀면서 웅장하고도 아름다운 자연을 형성했다. 진사강과 란창강, 그리고 누강이 윈난(雲南) 북부에서 합류한다. 이 삼강병류(三江幷流) 지점에 맑은 물을 끼고 800년 전부터 형성된 마을이 바로 리장 고성이다. 약 4천300㎡ 면적의 네모반듯한 구획에 그 흔한 담벼락도 없이 마을이 형성되었다. 리장 고성에는 담장이 없다. 담장을 두르면 입구(口) 안에 나무 목(木)자의 성(姓)을 가진 그들과 합해지면 즉 곤할 곤(困)자가 되기에 담을 두르지 않았다고 한다.

마을의 중심인 쓰팡제(四方街)에서부터 골목이 방사형으로 뻗어 나간다. 골목을 따라 나시족의 전통 가옥이 오밀조밀 이어지고, 위룽쉐산의 물이 흑룡담에서 솟아나오며 골목 구석구석으로 흘러든다. 수양버들 하늘거리며 흩날리는 골목에는 많은 이들의 발길에 반들반들 윤이 나는 돌길이 이어지고, 대문 앞 맑은 수로에 수초가 흔들리며 고기떼가 헤엄치는 풍경이 평화롭기 그지없다. 해 저문 밤에는 홍등의 불빛에 젖는 고성 기와집들의 야경도 운치 있다.

백사촌
리장고성보다 옛 분위기가 좀 더 남아있는 바이사촌.

 

인기 관광지로 한 해 3천만명 방문
고즈넉한 분위기 마을 상상했다면
수허고성과 바이사촌으로 가볼 만

하지만 최근에는 1년이면 3천만명이 리장 고성에 몰려들기 때문에, 오전 10시부터 저녁 늦게까지 시장 바닥처럼 변해 버린다. 쓰팡제로 이어지는 골목 중 가장 목이 좋은 신화제(新華街)는 밤마다 떠들썩한 무도장으로 변신하여, 고즈넉한 고성을 상상하고 온 여행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조금은 고즈넉한 고성의 분위기를 느껴보기 위해서는 차라리 수허고성(束河古鎭)이나 바이사촌(白沙村)이 좋다. 반들반들 윤이 나는 박석으로 된 골목길을 거닐다 보면 1996년 진도 7의 리장 대지진의 흔적도 볼 수 있다. 어긋나있는 기둥과 보, 서까래, 지붕에 흩어져 있는 기와도 간혹 볼 수 있다. 그 지진으로 리장 고성을 제외한 벽돌 및 콘크리트로 지은 신도시 건물들은 초토화 됐지만 목조인 리장고성은 70% 이상이 지진을 견뎌 냈다. 리장고성은 수허고성과 바이사촌을 포함해 1997년 수원화성과 함께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에 등재 됐다.

쓰팡제에서 이정표를 따라가면 만고루에 오를 수 있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언덕길을 15분 정도 올라가면 도착한다. 만고루(万古樓)가 있는 스쯔산(獅子山)에 올라서 4천200여 채 전통 가옥의 회색빛 기와가 빽빽이 뒤덮인 리장고성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고성의 남쪽 중심에는 목부(木府)가 있다. 13세기 리장을 통치하던 목(木)씨의 사택과 관청으로, 22대에 걸쳐 세습된 목부는 470년간 리장을 다스리던 정치의 중심지였다. 1996년 대지진으로 무너지고 1999년 새로 지은 것이라 한다. 나시족의 풍수에 따라 남향이 아닌, 나무를 상징하는 동향으로 지은 게 특이하다. 나시족의 고유 종교인 둥바(東巴)교에서는 태양과 나무를 숭배하기 때문에, 나무의 기운을 더 번성하게 하라는 의미로 동향으로 지었다고 한다. 고성의 주요 거리를 벗어나 치이제에서 남쪽 목부로 이어진 광이제(光義街)의 관위안샹(官院巷)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목부를 지나서 남쪽으로 꺾어진 중이샹(忠義巷) 골목으로 이어진다. 리장 나시족들의 삶의 향기가 진하게 배어있는 재래시장인 충의 시장(忠義市場)이 나온다. 특히 아침에 방문하면,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하는 나시족 주민들을 만날 수 있다.

옥수채
리장 교외에 있는 둥바교의 성지 옥수채.
 
둥바문자
오늘날까지 사용되는 유일한 상형 문자인 나시족의 둥바문자.

 

1천년 전부터 사용해 온 둥바문자
기념으로 ‘號’ 새겨진 낙관 제작

나시족의 전통문화도 리장의 중요한 즐길 거리이다. 1천년 전부터 사용해 온 1천743자의 둥바문자는 오늘날까지 사용되는 유일한 상형 문자로 2003년에는 고대 나시족 둥바 문헌 필사본(Ancient Naxi Dongba Literature Manuscripts)이 세계기록 유산에 등재되었다. 기념으로 한화 2만원에 둥바문자로 호를 새겨, 서예를 쓸 때 사용하는 낙관을 하나 샀다. 티베트의 라마불교와 나시족의 원시 토착 종교가 합쳐 탄생한 둥바교와 나시 고악은 나시족의 자랑이자 모두가 함께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이다. 둥바교의 성지는 리장 교외의 옥수채라는 곳이다. 이곳에 가면 아래는 용의 형태 위는 사람의 형상을 한 여강원상(麗江源像)이라는 금빛조형물이 있으며 이곳이 나시족의 탄생설화가 있는 곳이라 한다.

리장에서는 2개의 골프장에서 고산지대의 골프를 즐길 수 있다. 해발 3천100m 고지대에 위치한 리장 옥룡설산(玉龍雪山) 골프장은 코스의 전장이 8천518야드(파 72)에 이른다.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 최장 골프코스를 자랑한다. 파 4홀의 경우 평균 487야드, 제일 긴 파 5홀이 711야드(평균 667야드), 파 3홀의 평균 거리도 256야드에 달하는데 이는 해발고도가 높아서 비거리가 20~30% 더 나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골퍼의 꿈의 비거리 300야드를 경험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한다. 가장 긴 옐로 티는 전장이 무려 8천518야드에 이르며, 블루 티가 7천790야드, 화이트 티가 6천870야드, 레드 티가 5천845야드다. 미국의 닐 하워스(Neil Haworth)가 설계를 했으며 2001년에 개장하였다.

다른 한 곳은 해발 2천300m에 위치한 여강 고성골프장으로 2005년 조 오브링거(Joe Obringer)가 설계했다. 18홀(파72, 7천681야드) 규모의 골프장이다. 아름다운 호수를 끼고 자연을 최대한 살려 조성하였으며, 리장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고등학교 친구들과 이 곳에 왔을 때는 같이 라운딩을 하였다. 어느 홀에서나 해발 5596m 위룽쉐산을 조망하면서 모두 경치에 취하고 우정에 취하여 18홀 내내 웃음꽃을 피우며 라운딩 했던 기억도 있다.

옥룡설산의 운삼평 케이블카는 3천240m의 전망대에서 웅장한 설산을 바라 볼 수 있는 곳이다. 대학선배들과 왔을 때 케이블카를 타고 4천506m에 내려 걸어서 4천680m의 빙천 공원 전망대까지 가려고 했으나 기상이 악화되어 올라가지 못한 기억이 있다.

리장의 또 다른 볼거리는 붉은 수수밭, 베이징 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으로 유명한 장이머우(張藝謨)감독의 야외 대형 실경공연 인상시리즈의 하나인 ‘인상리장’을 들 수 있다. 장감독의 인상시리즈는 자연을 최대한 이용하는 무대, 4~500명 이상의 출연자, 지역밀착형의 신화에 의한 스토리텔링, 현지인들의 일자리 창출에 주안점을 둔 쉬운 연기 연출을 특징으로 한다. 2003년 계림 양수오의 수변무대를 중심으로 야간에 공연하는 인상유삼저(印象劉三姐)를 시작으로 운남성 리장 옥룡설산을 배경으로 하는 대낮에 공연하는 인상리장(印象麗江), 항주 서호의 인상서호(印象西湖), 해남도 바닷가의 인상해남도(印象海南島), 무의 무이산의 인상대홍포(印象大紅袍), 절강 보타산의 인상보타(印象普陀), 중경 무륭의 인상무륭(印象武隆) 등 일곱 개의 인상시리즈가 있다.

인상리장2
옥룡설산을 배경으로 야외무대에서 펼쳐지는 장이머우 감독의 실경 공연 ‘인상리장’

 

테마파크 관광지 인상리장 공연장
장이머우 감독 대규모 실경공연
소수민족 가무 등 7개 시리즈 구성
500명 이상 현지인 출연 무대 선사

인상리장 공연장은 중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관광지로 테마파크화 되었다. 실제 옥룡설산을 배경으로 삼아 자연무대에서 공연되는 인상리장은 차마고도로 떠나는 마방들의 모습과 설산을 마주하며 고된 일을 마치고 술을 즐기는 장면, 그리고 지상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천상에서 이루기 위해 죽음의 길을 떠나는 남녀의 슬픈 이야기, 여러 소수민족들의 가무, 북춤과 함께 하늘에 바치는 제사, 관중들과 함께 소원을 비는 의식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수민족들은 관람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관람객들은 공연이 이루어지는 지역에 경제적 이익을 준다. 리장의 나시족 사람들은 신도시에서 현대적이고 일상적인 생활을 하지만 고성에서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전통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관광객들 역시 나시족에게 그런 모습을 기대한다.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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