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시대 새 과제, 기술에 얽매일 것인가 활용할 것인가
미래시대 새 과제, 기술에 얽매일 것인가 활용할 것인가
  • 한지연
  • 승인 2019.01.0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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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 항상 접속하지만
현실선 단절되는 사람들
AI의존으로 가속화 우려
일상으로 스며든 기술들
적재적소에 활용한다면
관계망 더욱 단단해질 것
4차산업혁명시대초연결사회
 
 

 

생활속으로 들어온 4차 산업혁명 - <6> 초연결사회와 인간관계의 회복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정현종, ‘섬’)

사물과 사물, 인간과 사물이 소통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초연결사회 속에서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섬’이 있다. IT·SNS 확산과 함께 언제 어느 때고 서로 연결될 수 있는 인프라가 확보됐지만 관계로부터 단절된 사람들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네트워크상에서는 언제나 ‘접속’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눈앞의 대상과 맺는 인간관계에 대해서는 오히려 무관심하거나 때론 두려워하기도 한다. 현실 공간 속 관계의 ‘로그아웃’이 네트워크상의 로그아웃보다 익숙해진 것.

‘섬’에 가고픈 욕구, 인간관계의 회복은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 전제이다. 전문가들은 “과학기술의 방향성이 인간에 있다”고 강조하며, “기술의 활용방식을 스스로 결정하고 사회참여를 독려하는 등 초연결사회를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초연결사회 속 ‘단절’

과학·기술 분야 전문가들은 미래의 인간이 인공지능의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긍정하는 한편, AI 의존으로 인한 인지 능력 감소 및 타인과의 교류 어려움 등 부작용을 염려하기도 했다.

미국의 비영리 연구·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는 과학·기술 분야 전문가 979명을 심층 인터뷰한 내용이 담긴 ‘AI와 인간의 미래’보고서를 지난달 10일 공개했다. 조사결과 2030년 인간의 생활이 악화될 것이라고 대답한 전문가는 37%였다. 인종과 사회계급, 성별과 사회적 능력 등 이미 존재하는 구조적 불평등을 더 고착화 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답변도 있었다.

전문가가 우려한 대로 인지 능력 감소와 더불어 타인과의 교류를 어려워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될 경우 정서적 ‘고립사회’가 될 여지가 다분하다. 구조적 불평등의 고착화는 사회 각계각층의 단절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비롯한 과학기술의 활용은 꽤 오래 전부터 삶의 질을 결정짓는 조건 중 하나가 됐다. 정보 차단과 기술에 있어서의 단절 여부는 기본적인 생활양상을 쥐락펴락하는 위치에 섰다.

실례로 촘촘한 통신망은 스마트폰을 매개체로 모든 연결을 가능케 하는 반면 그것이 끊어지는 순간, 손쉽게 모든 대상으로부터의 고립을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과학기술의 방향성, 삶과 인간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사고와 생활, 사회 구조와 체제의 필연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인과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긴 하지만 과학기술의 방향성은 삶, 그리고 인간에 있다. 기술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가 변화의 양상을 결정한다.

퓨리서치센터의 ‘AI와 인간의 미래’보고서에서 전문가 응답자 중 63%는 인간의 생활이 AI의 혜택으로 풍요로워 질 것이라고 대답했다. 미래의 기술로 의료분야서 큰 혜택을 얻고 시간과 돈을 절약해 풍요로운 삶을 누릴 기회를 얻는다고 봤다.

AI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 전문가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국경과 이익집단을 넘어서는 인류의 협력’, ‘가치 기반 시스템’, ‘공익과 인간다움을 기본으로 하는 정책 수립’ 등이 그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초연결사회를 튼튼하게 할 기반으로 기계를 초월한 인간 간의 연결과 소통이 꼽힌 셈이다. 기술의 중심에 개별 인간의 존엄성과 신뢰받는 공동체를 둔 결과다.

◇기술 활용과 인간관계 회복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 일부이다.

그는 인간이 서로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는 것을 ‘어마어마한 일’이라고 했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는, 서로의 삶 속에 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개개인이나 공동체는 관계망 속에 놓여있다. 과학기술이 타인과의 교류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지만 정보·과학기술은 이미 모든 사물에 깃들고 일상에 흡수됐다.

기술에 얽매여 있으면 관계망은 쉽게 허물어지고 기술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면 관계망은 단단해진다. 어떻게 기술을 활용하느냐에 방점이 찍힌 것.

한동희 노인생활과학연구소 소장은 “디지털을 잘 활용하면 건강한 관계를 맺는 것은 물론 편리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제대로 된 디지털의 활용은 여러 가지 제약으로 인해 한정된 영역을 확장시켜준다”며 “걷지 못했던 사람이 걸을 수 있게 되고 볼 수 없었던 사람을 마주하는 등 디지털은 삶을 넘어서는 것이 아니라 삶에 접목돼 일상에 도움을 줘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원하는지의 여부와 상관없이 4차 산업혁명은 빠르게 일상을 변화시키고 있다”며 “누구나 정보문화를 평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사회적 공헌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전했다.

한지연기자 jiyeon6@idaegu.co.kr

 

"초고령화 시대 … 노인들 정보격차 해소해야"

 

한동희노인생활과학연구소소장
 

 

 

한동희 노인생활과학연구소 소장이 말하는 정보교육의 필요성 

“농촌에 있는 노인이 물리적 거리와 상관없이 화상으로 자식들 얼굴을 마주보고, 몸이 아파 신체적 제한이 있을 때도 고립되지 않고 기계를 통해 극복할 수 있는 것…. 결국 과학기술이든 정보교육이든 핵심은 ‘사람’에 있는 거죠.”

한동희 노인생활과학연구소 소장은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기계가 개발되고 있지만 필요한 사람으로부터 활용되지 않는다면 모두 소용없는 일에 불과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인정보화 교육’의 필요성을 피력하고 나선 것.

한 소장은 대학원 재학시절 6년에 걸쳐 노인 학대에 관한 박사학위 논문을 작성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한 소장은 노인학대의 가장 큰 원인을 사회적 고립과 기술 부족으로 꼽았다. 정보 및 기술 접근성이 떨어지면서 사회와 소통하지 못하게 되고, 그로 인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해석했다. 그는 논문을 준비하면서 ‘노인정보화 교육’에 발 디딜 계기를 만났다.

노인정보화에 대한 개념조차 생소하게 받아들여졌던 1997년, 한 소장은 해당 분야에 뛰어들며 ‘노인역량 강화’에 주목했다. 2002년에는 한국정보문화진흥원(KADO)의 도움으로 콘텐츠개발, 노인정보화 격차해소, 노인정보화교육 등 많은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면서 노인을 위한 정보화교육 및 정보문화역량 제고에 고심했다.

한 소장은 “현재 노인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문화를 함께 경험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디지털문화로의 접근 기회가 빈약해 그 편리성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디지털 이용을 복잡하게 여겨 몇 번의 시도 끝에 포기하는 어르신도 다수”라고 말했다. 그는 ‘노인이 뭘 하겠는가’라는 잘못된 선입견이 노인의 자아를 위축시켜 정보화교육을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고 했다.

이에 노인생활과학연구소는 부산의 한 아파트 내 교육장을 관리하며 노인의 건강한 자아를 비롯한 정보문화 보급에 힘쓰고 있다. 교육장의 주역은 평균연령 70세의 노인 강사 7명. 그들은 1만여 세대에 달하는 주민을 대상으로 정보화교육을 실천한다. 디지털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 사회참여를 통해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삶의 활력도 되찾고 있다.

인구고령화 가속과 함께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이 코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노인을 위한 정보문화보급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보격차에 있어서의 해갈은 미진한 편이다.

한 소장은 장·노년층의 디지털정보문화 활용범위를 넓히고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노인만의 문화에서부터 벗어나 세대를 통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년기는 전생애주기를 통합하는 과제를 갖고 있다. 따라서 전 세대가 그 과정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상생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그 영역을 교육, 문화예술 등 전 분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동희 노인생활과학연구소 소장은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노인 대상으로 정보문화 교육을 실행하고 디지털에이징 문화를 보급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한지연기자 jiyeon6@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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