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린 건 나
흔들린 건 나
  • 승인 2019.01.0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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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연구소장)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본 일일 것이다. 약속 시간이 늦어서 급한 마음이 생긴 후 차를 타고 도로 위를 달리면 유난히 차들이 더 느리게 움직이는 경험.

내가 바쁘다는 것을 알기라도 하는 듯 약 올리듯이 차들이 내 차 앞에서 알짱거린다. 마치 나 빼고 모든 사람이 약속이라도 한 것 같다. 초보운전 또한 어디서 나타났는지 희한하게 내 앞에서 천천히 거북이 같이 기어가고 있다. 신호등은 또 어찌나 딱 딱 잘도 걸리는지. 세상이 모두 나를 일부로 힘들게 하는 듯하다. 최소한 그날만큼은.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날만 특별히 그런 것이 아니라 원래도 늘 일상적으로 있는 일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도로 위의 차들은 평상시처럼 운전을 하고 있었고, 때가 되어 공사를 하고 있었을 뿐이다. 신호등은 늘 정확한 시간의 흐름에 맞춰 신호가 바뀌었고, 운전면허를 따려는 사람들은 항상 새롭게 생겨난다. 그런데 내가 지금 바쁜 상태다 보니 상대적으로 세상이 조금 느리게 보였을 뿐 세상은 언제나 그대로다.

사람들이 말한다. “저 사람이 나를 힘들게 했다. 잔잔한 내 가슴에 돌을 던져 나의 감정을 흔들었다”라고. 하지만 좀 더 냉정히 말하면 그가 흔든 것이 아니라, 내가 흔들린 것이다. 흔들린 건 나다. 내가 흔들렸을 뿐이다.

우리가 늘 하는 이야기고, 많이 들어서 알고 있듯이 삶의 주인공은 자기 자신이다. 타인은 내 삶에 초대되어 들어온 조연이고, 때론 엑스트라일 뿐이다. 자신이 주인공임을 정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자신을 타인의 삶에 초대된, 혹은 지나가는 행인같이 살아서는 안 된다. 내가 주인공이고 내가 드라마의 감독이다. 그래서 직접 내 인생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내가 직접 뽑아야 한다. 그리고 선택된 그들과 멋진 작품을 만들어보아야 한다.

시작은 자기 자신부터이다. 아내든, 남편이든, 혹은 자녀든 시작은 언제나 자신으로부터다. 자신이 먼저 있었고 그 후 배우자를 만났다. 그런데 사람들 중 일부는 배우자가 삶의 주인공이 되어있는 경우가 있다. 자신은 뒤로 빠지고 배우자에게 모든 걸 맞추거나 배우자의 삶에 자신을 맞춘다. 얼핏 보면 순애보에 나오는 지극한 사랑이야기로 들린다. 하지만 이것은 인지 오류다. 최소한 자신의 삶에서는 자신이 주인공 이어야 한다. 그래서 주인공인 자신이 상대역의 사람인 배우자를 선택했고, 그와의 사랑으로 자녀를 만났다.

자녀 때문에 죽겠다는(그냥 빈말이 아니라 정말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배우자 때문에 자신의 삶을 끝내려는 사람이 있다. 다시 말하지만 그것은 정말 인지 오류다. 순서상의 선(先)과 후(後)를 잘 알아야 한다. 내가 선(先)이었고, 그가 후(後)로 내게 온 것이다.

행복하기 위해 돈을 벌고, 행복하기 위해 사람을 만나고, 행복하기 위해 공부를 한다. 순서를 정확히 하면 어려운 상황이닥쳐도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데 순서를 잊어버렸거나 혹은 잘못 알고 있으면 내려놓아야 할 것을 내려놓지 못하고 내려놓지 말아야 할 것을 내려놓는 판단의 실수를 하게 된다.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내려놓아야 하는 것은 내 목숨이 아니라 직장이다. 자신의 행복이 선이고, 직장이 후다.

요즘 ‘SKY 캐슬’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라고 한다. 남편을 왕으로, 자녀를 왕자와 공주로 키우고 싶은 명문가 출신의 사모님들의 처절한 욕망을 다룬 드라마라고 한다. 우리 삶에 흔히 있는 이야기다. 자신의 행복을 타인의 손에 맡겨버리면 안 된다. 내 행복은 내가 만들어 내야 한다. 누구로 인한 행복은 사실 가짜다. 그냥 안개 같은 것이다. 그냥 우리가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다시 정립하자. 내가 삶의 주인공이고 내가 감독이다.

흔들리는 것도 나고, 흔드는 것도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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