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의 생존법 -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나
까치의 생존법 -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나
  • 승인 2019.01.10 20: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음력 섣달이 되었습니다.

한 해를 보내고 또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시기입니다. 어느 시간인들 귀중하지 않은 시간이 있겠습니까만 또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시간은 더욱 경건해집니다.

뱀은 그 동안의 허물을 벗어야만 더욱 커질 수 있고, 장구벌레는 그 껍질을 벗어야만 비로소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수 있습니다. 사람이 새해를 맞는 것도 이처럼 한 껍질 벗는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무렵 아침 일찍 울어대는 까치는 매우 반갑습니다.

필자는 지금도 아침에 눈을 뜰 때 가끔씩 대구 근교 매호들판에서 들려오는 까치 소리를 듣곤 합니다. 여름에는 잘 듣지 못했는데 늦가을부터 부쩍 자주 듣게 됩니다.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필자는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고향을 떠올립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안개 속에서 까치 소리를 들으며 밭일을 하시고 빨래를 하시던 부모님을 떠올리고, 또한 함께 살아갔던 고향 할배 할매와 쫄망쫄망했던 필자의 또래들도 만나게 됩니다.

까치 소리는 참으로 많은 것을 다시 불러와 줍니다.

처음 대구로 왔을 때에 고향에서만큼 많지는 않았지만 까치가 짖어대는 것을 보고 매우 반가워 한 적 있습니다. 까치 소리는 바로 고향의 모습을 불러왔기 때문이었습니다.

까치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우선 몸을 함부로 굴리지 말고 항상 높은 곳에 깨끗하게 잘 간수하라는 가르침을 줍니다. 까치는 항상 높은 곳에 둥지를 틉니다. 그것도 죽은 가지에는 틀지 않고 항상 살아있는 활엽수의 튼튼한 줄기에 자리를 잡습니다. 그러나 너무 높이 짓지는 않습니다. 이는 우리에게도 7부나 8부 정도에서 머무르라는 교훈을 주고 있는 듯합니다.

둘째, 사물을 유심히 관찰하라는 교훈을 줍니다. ‘아침에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연한 일치로 보이지만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합니다. 높은 곳에서 늘 지나가는 사람을 관찰하다가 낯선 걸음걸이나 행색을 보고는 경계의 뜻으로 더욱 급박하게 짖어대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까치는 눈이 밝고 이를 바탕으로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입니다.

셋째, 까치는 무슨 일이든지 기초를 충실히 하라는 교훈을 줍니다. 까치는 바람 부는 날에 집을 짓는다고 합니다. 가지의 흔들림을 보고 둥지를 지어 그 뒤에 아무리 바람이 세게 불어와도 견딜 수 있게 짓는다는 것입니다. 또한 까치는 큰 가지를 먼저 걸치고 나중에 점점 잔가지를 걸쳐 안으로 들어갈수록 안정감 있게 짓습니다. 그리고 바닥에 부드러운 풀뿌리나 깃털을 깔아 새끼들이 포근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합니다.

넷째, 까치는 행동에 옮기기 전에 먼저 깊이 생각하라는 가르침을 줍니다. 둥지를 지을 때에 사방이 다 내려다보이는 곳에 지어 적을 미리 막을 수 있는지를 고려합니다. 또한 둥지에 드나드는 방향도 새끼들의 눈에 햇빛이 바로 비치지 않도록 배려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비바람이 쳐도 물이 함부로 들어오지 않도록 넓은잎나무 가지 아래쪽에 둥지를 짓습니다. 그리하여 적이 많은 여름에는 둥지가 잘 보이지 않게 한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까치는 최고의 건축 재료를 사용합니다. 옛날 어느 스님이 절을 지으면서 벽이 자꾸 무너지자, 까치가 둥지를 지을 때에 물어가는 흙을 파서 지었더니, 단단하게 굳어져 매우 튼튼하였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그래서 절 이름을 ‘까치 작(鵲), 산허리 갑(岬), 절 사(寺)’를 써사 작갑사(鵲岬寺)라고 하였다고 합니다.

까치는 살아남기 위해 이처럼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지혜와 수단을 따져보고 실행에 옮깁니다. 대충 이것저것 하지 않습니다. 모든 일에 순서를 정해 한 단계 한 단계를 충실하게 수행합니다. 우리는 어떠한 일을 할 때에 과연 얼마나 깊이 생각해서 순서를 지켜 추진하고 있는지 한번 반성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