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캐슬’ 신드롬을 지켜보며
‘SKY 캐슬’ 신드롬을 지켜보며
  • 승인 2019.01.1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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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우리 아이 1등 공부법 저자)



JTBC에서 방영 중인 SKY 캐슬. 최근 시청률 고공행진을 하며 화제의 중심에 놓인 드라마다.

입시와 사교육이라는, 대한민국의 가장 첨예한 주제로 매회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이어나가고 있는 이 드라마는 지난 토요일 15.8%라는 경이적인 시청률로 그 인기를 입증했다. SKY 캐슬은 ‘JTBC 역대 드라마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면서 승승장구 중이다. 대한민국 상위 0.1%에 속하는 성공한 부모들이 자녀의 일류대 입시에 올인하는 이야기인 SKY 캐슬은, 이제까지 일반인들은 잘 몰랐던 ‘입시 코디네이터’를 드라마 전면에 등장시킨다.

상상을 초월하는 연봉의 입시코디네이터는 아이의 공부뿐 아니라 생활, 교우관계, 음식, 심지어 아이의 정신세계까지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며 아이를 서울대 의대에 합격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여기 나오는 아이들은 모두 자신들을 서울대(또는 하버드대)에 보내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부모들 밑에서 살아간다. 부모가 주는 전방위적 압박을 견뎌내는 드라마 속 아이들은, 내가 6~7년 간 입시학원 강사로 일하며 만났던, 망가져간 아이들의 유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인 한서진(염정아)과 강준상(정준호)의 둘째 딸 예빈이는 언니에 비해 공부를 못해 사사건건 부모와 부딪히면서 부모 속을 썩인다.

극 초반에 예빈이는 다른 엄마 품에 안겨 “너무 힘들다”며 눈물을 터트리기도 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고 늘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부모에게 반항하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편의점을 물건을 훔치는 범행을 감행한다. 부모가 주는 압력을 견디는 방법으로 ‘도둑질’이라는 극단적 일탈을 즐기는 것이다.

자식을 의사로 만들기 위해 노력중인 진진희(오나라)와 우양우(조재윤)의 외아들 수한이는 매번 학원 진급시험에서 떨어진다. 아이의 시험점수를 보며 엄마는 “고작 60점짜리가 내 아들이라는 말이냐!”고 아이를 윽박지르기도 하고 “바보 같다”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아이는 가출한다. 드라마에서는 다행히 금방 아이를 발견했지만 현실에서는 이렇게 가출한 아이가 나쁜 길로 빠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늘 1등을 해오라고 닦달하는 부모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하버드대학에 입학한 것처럼 감쪽같이 부모를 속인 아이도 등장한다. 사실을 알게 된 부모 앞에서 “내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아빠를 실망시키는 게 너무 무서워서 어쩔 수가 없었어!”라며 아이는 오열한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가장 나쁜 케이스는 “당신 아들인 게 지옥이었어! 이제 다시는 그때로 돌아가지 않을 거야!”라며 부모와 원수가 된 경우다. 아들을 위해 평생을 다 바쳤다고 생각한 엄마와 그런 엄마를 지옥이라고 느꼈던 아들. 엄마는 아들을 서울대 의대에 합격시키겠다는 자신의 필생의 소망을 이뤘지만 결국 드라마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아이들은 성적을 향한 부모의 맹렬한 욕망 앞에 울고, 일탈하고, 가출하고, 진실을 숨기다가 결국 가장 사랑해야 하는 부모와 원수가 된다. 나는 이런 아이들을 수없이 봐왔다.

부모가 자식에게 공부를 잘하라고 닦달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건강하게 자랄 수도 있는 아이들이 부모의 욕심 때문에 불행해지고 있는 이 사태를 어떻게 설명해야 좋단 말인가?

드라마에서 아이들을 점점 나락으로 몰고 가는 일류 코디네이터 김주영(김서형)에게 한 엄마가 묻는다. “도대체 왜 아이들을 망가뜨리는 건가요?” 그러자 김주영은 이렇게 대답한다.

“나도 묻고 싶어요. 왜 그렇게 의대, 의대하면서 아이를 망가뜨리는지. 애를 망치는 건 내가 아니고 아이의 엄마입니다.” 이 드라마가 현실을 적나라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회자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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