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와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
‘양심적 병역거부’와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
  • 승인 2019.01.1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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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한국소비자원 소송지원변호사)


국방부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라는 용어를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로 바꾸겠다고 발표하였다.

‘병역의무를 이행한 사람들은 비양심적이란 말인가’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 데 따른 결정으로 ‘대체복무제 용어를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고 국민적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양심·신념·양심적 등과 같은 용어는 사용하지 않을 것’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런데 국방부의 이러한 결정은 우리나라의 헌법 및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나아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국방부가 나서서 ‘사실은 국방부도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이 못마땅하니 그 용어를 바꾸겠다’라는 의도로 비추질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신중하지 못한 접근이다.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가 존중되어야 하는 이유는 ① ‘양심적 병역거부’가 국제적으로 오랫동안 사용된 표현이고, ② 우리 헌법 및 헌법재판소도 종교적 신념을 넘은 더 큰 가치로서의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할 수 있는 것으로 결정하였기 때문이다.

유엔 인권위원회 등 국제 사회가 ‘양심적 병역거부’(Conscientious objection)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고, ‘양심적 병역거부’는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용어이며, 이를 법으로 보장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이 제도화됐다.

과거 미국 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의 원인에 종교 문제가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에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다가 종교적 신념만이 아닌 개인적인 신념 및 무신론자의 양심적 병역거부도 보호하기로 결정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우리 헌법 제19조에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하여 ‘양심’이라는 단어를 헌법적 가치관을 담은 용어로 사용하였다.

헌법재판소 및 헌법학자들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인격적인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절박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를 양심이라고 하고 ‘개인적인 현상으로 지극히 주관적이고 양심상의 결정이 어떠한 종교관, 세계관 또는 그 외의 가치체계에 기초하고 있는가와 관계없이 모든 내용의 양심상의 결정이 양심이 자유에 의하여 보장 된다’고 인정하고 있다.

즉 종교관과 양심은 별개의 문제이고 무신론자가 종교적으로 비판을 받을 수는 있어도 양심이 없는 사람이 될 수는 없다.

양심의 자유와 관련하여 과거 사상범에 대한 석방, 가석방시 ‘준법서약제도’를 두고 있었으나 이에 대하여 ‘우리 헌법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바탕으로 국민적으로 합의된 것’이므로 반공은 헌법가치의 일환으로 지켜져야 할 것이고 ‘준법서약서’를 징구하는 것은 장래 재범의 위험성을 판단하는데 매우 중요한 자료이므로 준법서약서를 제출하지 않는 자에게 가석방을 하지 않은 것은 헌법정신의 실현으로 크게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양심의 자유와 적극적 양심실현의 자유는 전혀 다른 문제로 남에게 피해가 미칠 수 있으므로 당연히 허용될 것은 아니다. ‘남을 죽인 자는 당연히 사형을 선고받아야 하는 것이 나의 양심이다’는 이유로 살인범이 석방되었을 때 그 사람을 찾아가 살해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화재 시 즉시 피난할 수 있도록 평상시에도 화재극복훈련을 시켜야 하는 것이 나의 양심이다’라는 이유로 극장에서 느닷없이 ‘불이야’라고 외칠 자유는 없다.

이와 같이 국제적, 국내적으로 통용되고 우리 헌법이 정한 ‘양심’이라는 용어를 이해하였다면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사람이나 자신의 내부적인 신념에 따라 병역을 이행하지 않는 자나 관계없이 누구나 다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자이므로 굳이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를 변경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한편 헌법재판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것으로 결정 날 즈음 ‘양심을 확인하는 기준으로 각종 전쟁게임 접속기록을 확인하면 될 것’이라는 인터넷 댓글이 올라왔는데 법원 재판에서 검찰이 ‘총 쏘는 게임’ 접속 기록을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확인하는 자료로 실제로 조사를 한다고 하니 이제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게임업체의 새로운 전쟁이 시작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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