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적응 못하고…대구 토종기업 몰락
변화 적응 못하고…대구 토종기업 몰락
  • 강선일
  • 승인 2019.01.1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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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호텔업 줄폐업 이어
프린스 마저 작년 말 영업중단
대구百 매출 감소·사업 부진
야심작 아울렛 사업도 ‘쓴맛’
동아百 쇼핑점·수성점만 남아
중견 건설사들도 대부분 수난
대구 대표 토종기업들이 심각한 경영위기에 몰리거나 문을 닫아 지역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프린스호텔은 작년말 영업을 중단했다. 호텔 건물은 조만간 철거하고 이곳에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 들어설 예정이다. 업계에선 프린스호텔 주인인 이랜드그룹이 자금 확보를 위해 정부 지원을 받는 민간임대주택 개발을 추진한 것으로 예상한다.

1984년 남영법인으로 출발한 프린스호텔은 대구를 대표하는 호텔기업으로 꼽혔다. 본관(지하 4층·지상 12층)과 별관(지하 3층·지상 7층), 117개의 객실과 국제회의장, 8개의 대·중·소 연회장 등 부대시설을 갖췄다. 1991년 특2등급 호텔 자격을 얻는 등 성장해왔다. 그러나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직전 뛰어든 주택 사업에 큰 손해를 보면서 경매에 넘어가고, 2013년 8월 이랜드그룹이 인수했지만, 최근 경영난으로 폐업수순을 밟게 됐다.

지역 호텔업은 2000년대 이후 침체일로다. 지역 호텔은 리모델링 공사·업종 변경 등으로 변화를 꾀했음에도 경영난으로 내려앉았다. 도심호텔 전성기를 이끌었던 동인·한일·로열호텔이 연쇄적으로 문을 닫았다. 2005년 센추럴관광호텔, 2007년 동방관광호텔, 2006년 엠파이어·뉴삼일·아리랑, 2008년 황실호텔, 2010년 크라운호텔 등이 차례로 폐업했다. 지역 최초 특급호텔인 영진아미고호텔(옛 금호호텔)도 2008년 휴업에 들어간 뒤 지금까지 빈 건물로 남아있다.

유통업계도 근심이 가득하다. 1944년 대구 도심에 문을 연 토종백화점인 대구백화점은 매출 감소와 사업 부진으로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신세계·현대·롯데백화점 등 빅3 유통사 경쟁에서 입지가 좁아지는 추세다. 장기 불황과 온라인 쇼핑의 부상 등 변화된 영업환경도 악조건이다. 야심차게 추진한 아울렛 사업도 쓴맛을 봤다. 2017년 4월 동대구역 주변에 개점한 대백아울렛은 1년 3개월여 만에 현대백화점과 위탁경영 계약을 통해 ‘현대시티아울렛’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또 다른 향토기업이었던 동아백화점도 쪼그라들고 있다. 1972년 지역 건설업체 화성산업이 건립하면서 지역경제를 견인했다. 하지만 화성산업의 건설부분 사업 악화로 2010년 이랜드그룹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에 매각됐다. 이 역시 이랜드의 경영악화로 대구 본점 등이 매각되면서 쇼핑점과 수성점 등만 남아 있다.

건설업계도 마찬가지다. 이미 2010년대 중견 향토기업이었던 우방·청구·태왕·영남건설 등은 법정관리와 매각 등을 겪었다.

현재는 아예 사라지거나 활력을 잃고, 그 빈자리는 서울 등 외지업체들이 채워졌다. 특히 우방은 1978년 ㈜우방주택으로 시작해 1990년대 지역 대표적 건설업체로 자리매김했다.

1992년엔 1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순위 30위의 전문 건설업체로 성장했다. 그러나 IMF 사태로 우방그룹은 자금난 끝에 워크아웃을 거쳐 2000년 부도 처리됐다가 법정관리를 거쳐 2010년말 SM그룹에 인수돼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또 우방과 자웅을 겨루던 중견 건설업체 청구도 외환위기로 최종 부도 처리됐다.

지역에선 향토기업들의 위기가 장기 경기 침체 등 구조적인 문제 외에도 해당 기업이 급변하는 시대 변화·시장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규채 대구경북연구원 경제동향분석팀장은 “지역사회에 기여해온 향토기업들이 위기에 처해 안타깝다”며 “기업들이 트렌드 변화에 부응할 수 있는 변화가 시급하다. 지자체에선 인위적인 육성 정책보단 제조 기반을 통한 경쟁력이 강화되도록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홍기자 kjh@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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