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수허고성과 화려한 리장고성
고즈넉한 수허고성과 화려한 리장고성
  • 박윤수
  • 승인 2019.01.10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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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수허고성 상업화 되지 않은 조용한 마을
옥룡설산 용천수 생활수로 써
객잔에 들어가 보이차 한모금
저녁 산책하며 샹그리라 생각
△화려한 리장고성 중국인이 꼽는 최고 관광지
기념품샵 몰린 중심거리 둥다제
카페·레스토랑 밀집한 신화제
밤엔 버스킹 열리는 ‘젊은’ 마을

박윤수의 길따라 세계로, 샹그리라를 찾아서<6>리장~수허고성·리장고성~쿤밍

 

리장 시내 서울식당에서 무사 귀환 여행을 축하하는 삼겹살 파티를 했다. 서울식당에서 삼겹살을 양상추에 한입 크게 싸서 먹는 소주 한잔, 오랜만에 입맛을 찾은 일행들은 포만감에 만족스러운 얼굴들이다.

수허고성
고즈넉한 분위기의 수허고성은 여행객들을 편안하게 맞아준다.

저녁 식사 후 리장에서 이십여 분 거리에 있는 수허고성 객잔으로 옮겼다. 리장고성에 비해 아직은 상업화가 덜 된 수허고성은 골목골목 현지인인 나시족이 생활하는 공간들이 많다. 옥룡설산에서 내려오는 용천수인 우물은 제일 위쪽은 먹는 물로 두 번째는 음식 재료를 씻는 물로 맨 아래 우물은 빨래를 하는 옛날 그대로의 생활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리장고성과 달리 고즈넉한 수허고성은 여행자를 편안하게 맞아 준다. 나시족 대가에 초대받은 손님의 기분을 느끼게 해 주는 쾌적하고 안락한 객잔은 목조로 지어진 외관과는 달리 실내에는 화장실과 욕조 등이 정갈하고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다. 하얼빈에서 와서 이 객잔을 운영 하고있는 조선족은 친절하게 보이차로 우리 일행을 맞이해 주었다.

객잔에 저마다의 여행 가방을 풀어 먼지를 덮어쓴 몸을 씻고, 그냥 잠들기가 아쉬워 저녁 산책을 하기로 한다. 객잔 안주인의 안내로 선술집 라이브카페에 들러 보드카를 마시며 라이브 밴드에 맞추어 무대에 올라 노래도 한 곡 하며, 샹그리라를 찾는 여행을 정리해 본다.

8일차 새소리가 지즐대는 고요한 아침, 객잔의 침대를 빠져 나와 동네 길을 거닐어 본다. 수허고성의 아침 산책길에는 일찍부터 길 한 켠에 온갖 신선한 야채를 파는 시장이 열려, 아침거리를 장만하려는 동네 아낙들을 맞이하고 있다. 느긋하게 뒷짐 지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 문이 열려 있는 서양식 아침을 먹는 식당에서 간단하게 차와 빵으로 아침을 먹었다. 돌아 오는 길에 한국식당도 보인다. 한국인을 위한 곳이 아닌 중국 관광객을 위한 식당인 듯하다. 12시경 체크 아웃을 하고 우리를 안내해 준, 현지에 살고있는 재희씨네로 갔다. 첫 여행 때 그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자고, 식사도 했던 곳이었다. 맛있는 깍두기에 정갈하고 맛있는 부인의 음식 솜씨에 한껏 배불리 먹고 2층버스를 타고 리장고성 관광 길에 나섰다.
 

리장고성야경
리장고성 야경.

리장고성의 골목길은 인산인해다. 중국에 분 관광붐으로 몇 년 만에 이곳을 찾는 중국인들이 급격히 늘어났다. 중국인들은 이곳 리장을 최고의 관광지로 생각한다고 한다. 많은 중국인 관광객으로 떠밀려 다니는 듯 골목골목 구경을 다녀 본다. 리장고성의 명물 물레방아, 이곳에서 물이 세 갈래로 갈라진다. 고성 구경에 한눈팔다 길을 잃고 일행과 떨어졌을 때는 물길을 거슬러 올라오면 바로 물레방아 앞으로 오게 된다. 사랑의 자물쇠를 채워 놓는 기념물도 새로이 만들어져 있다. 이곳 방문은 다섯 번째인데 올 때마다 변화가 많다는 것을 느낀다.
 

리장고성
리장고성의 차마고도 마부상.

 
리장고성
리장고성의 랜드마크 물방아. 옆에는 '세계문화유산 여강(리장)고성'이라고 쓴 장쩌민의 글씨가 새겨져 있다.

리장고성의 또 다른 명칭은 다옌진(大硏鎭)이다. 여행자들은 주로 고성 북쪽의 커다란 물레방아(大水車)에서 여행을 시작한다. 물레방아에서 쓰팡제까지 걸어 들어갈 때 여행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길은 둥다제(東大街)와 신화제(新華街). 둥다제는 쓰팡제로 가는 큰길로 각종 기념품을 파는 제법 큰 가게들이 있고, 신화제에는 양쪽으로 버들가지 드리운 수로를 따라 카페와 레스토랑, 바가 밀집해 있으며 밤에는 홍등을 달고 시끄러운 생음악을 연주하는 젊은이의 거리이다. 한국 여인이 운영하는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사쿠라’가 바로 신화제에 있다. 쓰팡제에서 동남쪽으로 뻗은 치이제(七一街)는 간식 거리로 유명하다. 그 외 거미줄처럼 엮어진 골목골목에는 각종 관광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600년 리장고성을 둘러 보고 리장의 맛집 쌀국수로 저녁을 한 후 2010년 개통된 쿤밍~리장을 연결하는 철도의 출발지인 리장역으로 갔다. 저녁 9시, 간단한 먹거리를 사서 침대칸에 탑승, 밤새 달려 아침 6시경 쿤밍역에 도착했다. 플랫폼을 지나 지하도를 통해 역을 나와 쌀국수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여행의 피로를 씻으려 사우나로 향했다. 목욕장 내에서 맛사지도 하고 휴식을 취하며 점심을 먹고 귀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쿤밍 공항으로 갔다. 국내선 남방항공 비행기가 1시간 30분 연착을 하는 바람에 북경에서 귀국행 환승 비행기를 놓쳐, 남방항공 관계자 안내로 공항 인근의 호텔에 투숙하여 다음날 아침 첫 비행기로 김포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김포에서 공항철도로 인천공항으로 이동, 주차해 놓은 차를 찾아 무사히 귀가했다. 열흘 동안, 샹그리라를 찾아가는 여행은 이렇게 끝났다. 가는 곳 모두 동화 속에 나오는 무릉도원 같은 곳이었다.

샹그리라의 티벳어인 ‘내 마음의 해와 달’을 찾는 여정은 결국 물리적인 거리, 지정학적인 장소가 아닌 내 마음 속이었다. 항상 마음속에 샹그리라를 품고 살아가는 내가 있는 이곳이 바로 샹그리라가 아닐까?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 속의 샹그리라에서 콘웨이와 승정이 나눈 대화가 떠오른다.

“언젠가는 당신도 다른 사람같이 늙는 때가 오겠지만 다른 사람들보다는 늦게 훨씬 고귀한 상태로 들어갈 것이오. 여든 살이 되어도 젊은이의 발걸음으로 고갯길을 오르겠지요. 그러나 그 배의 나이가 되어도 그 놀라운 일이 그대로 남으리라고 생각지 마시오. 우리는 기적을 행하지는 못하오. 죽음을 정복할 수도, 노쇠를 막을 수도 없소.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인생이라고 불리는 이 짧은 막간의 속도를 늦춘다는 것뿐. 이것만은 다른 곳에서는 불가능해도 여기서는 간단한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할 수 있소. 그러나 오해는 마시기를. 죽음은 우리 모든 인간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말이오.

긴 고요하고 평온한 나날. 그사이 당신은 외계의 사람들이 시계 치는 소리를 듣듯이 더욱 편한 마음으로 태양이 저무는 것을 바라보겠죠. 태양은 떠올랐다가 사라지고, 그리고 당신은 육체적인 향락에서 더 험한, 그러나 더욱 만족한 경지로 들어갈 것이며, 실상 근육이나 욕망의 강도는 없어지겠지만 그것을 메울 만한 것을 얻을 수가 있어요. 즉 깊은 고요함, 원숙한 예지, 뚜렷한 추억 등을 얻게 될 것이오. 그리고 무엇보다 귀중한 것은 시간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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