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복수형 화법
<대구논단> 복수형 화법
  • 승인 2010.02.23 14:3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 효 진 (스피치 컨설턴트)

이제 3월이면 각 학교마다 입학식을 가진다. 입학하게 되는 학생들은 많은 친구를 만나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게 될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친구를 만났을 때, 아무래도 새로운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어색해 아무 말도 하지 않거나 말을 하다가도 화제가 끊어진 침묵의 시간을 누구나 경험해 봤을 것이다.

또한, 자기 스스로 `낯가림이 심하다’고 단정 지어 그것이 새로운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가로막는 커다란 장벽으로 자리 잡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새로운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서로의 공통 관심사나 이야깃거리가 많지 않아 풍부한 대화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이렇게 새로운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데 있어 누구나 용기가 없어 수동적인 입장이 되지만, 누군가 다가와서 말을 걸어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 상황에서 만일 두 사람 모두 용기가 없다면 대화는 절대로 이뤄질 수 없을 것이고, 그래서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먼저 인사를 하고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그렇다면, 처음 만난 사람과 인사를 하고 원활한 대화의 시작을 알리기 위해 어떠한 방법이 효과적일까? 그 방법으로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나타낼 수 있는 복수형 화법을 추천한다. 복수형 화법이라고 하면, 말 그대로 단수가 아닌 복수형으로 말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친구가 예쁜 옷을 입고 학교에 오게 됐을 때 그 모습을 보고도 `안녕’이라고 인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안녕~ 너 오늘 입은 옷 너무 예쁘다’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이왕이면 보다 더 구체적으로 `안녕~ 너 오늘 입은 옷 너무 예쁜데... 특히 치마가 잘 어울린다.’라고 말하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칭찬으로 대화의 시작을 알릴 수 있다.

그렇게 인사했을 때 상대방은 기분이 좋아져 고마움의 표시를 할 것이고 이어 서로 패션에 관심이 있다는 공통관심사를 이끌어낼 수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 비가 많이 오는 날 친구를 만나게 됐을 때 이 경우에도 `안녕’이라는 인사만 하기보다 `안녕~ 오늘 비 오는데 고생 많았지?’라고 묻는 것이다. 그렇게 물었을 때, 서로 인사만 하는 관계가 아닌 서로를 걱정해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관계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인사 다음으로 오게 될 이야깃거리를 생각해 낼 때 상대의 중심에 두고 상대의 일을 생각하면서 대화를 해나가야지 원활하게 대화를 할 수 있다. 즉, 상대가 친숙함을 느끼는 주제들을 생각해내야 한다. 그리고 상대가 자기 영역에 들어오게 하거나 내가 상대의 영역에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다면 아주 친밀한 관계이지만, 각자 자기 영역을 고수하고 있다면 두 사람은 먼 사이라도 말할 수 있다.

즉, 이렇게 일상적인 이야기나 잡담은 주고받으면서도 언제까지나 자기 영역을 지키고 있는 사람 사이에서는 절대로 가까운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 상대와의 이 거리를 좁혀나가기 위해서는 이야깃거리의 중심은 그래서 상대의 중심을 두되, 지나치게 가깝게 다가가면 오히려 그 사람은 거부감을 느껴 대화가 잘 이뤄지지 않을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할 것이다.

한편, 김춘수 시인의 대표작인 `꽃’ 에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구절이 있다. 이 구절을 보면, 우리의 일상에서도 이름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이름을 부르는 것이 너와 나의 관계의 시작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복수형 화법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단순히 `안녕’이 아닌 그 상대방의 이름까지 불러 `안녕! 00야’ 라고 말이다. 대답할 때도 `어. 알았어.’라고 말하기보다 `어. 알았어. 00야’라고 말이다. 굳이 친구가 아니더라도 `네, 선생님’, `네, 교수님’ 등 한마디보다 두 마디로 대답 하는 것이 상대방을 중요한 인물이라고 느끼게 만드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관건은 상대방이 중요하게 여기는 관심사항이 무엇인지를 간파하고 그 관심사항에 주목하면서 경청하고 해결되도록 지지하고 협력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중요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복수형 화법을 통해,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그럼으로써 새로운 사람과의 풍요로운 인간관계를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