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인 슈바빙, 25일까지 전옥희 ‘시간과 선물’전
갤러리 인 슈바빙, 25일까지 전옥희 ‘시간과 선물’전
  • 황인옥
  • 승인 2019.01.13 2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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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서 얻는 깨달음
도형과 삼원색으로
단순명료하게 구현”
시간과선물-유토피아
전옥희 작 ‘시간과 선물-유토피아’


전옥희인물사진
작품의 결이 실로 다채롭다. ‘이것인가’ 싶으면 ‘저 것’도 있고, ‘저것인가’하면 ‘또 다른 방식’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형상에 일관된 패턴을 두지 않아 한 두 부류의 화풍으로 분류하기에 난감하다. 회색의 정제미인가 싶다가도, 강렬한 삼원색의 고혹미가 말을 걸어온다. 그래서인지 전시는 단체전 같은 개인전을 방불케 한다. 작가 전옥희(사진)가 “표현 방법에 일정한 패턴이 없다. 다양하게 표현한다”고 고백할 만 했다.

서양화가 전옥희 개인전 ‘시간(時間)과 선물(膳物)-Draw myself’전이 갤러리 인 슈바빙(대구 중구 동덕로)에서 25일까지 열린다. 전시에는 작가의 30여년 화업을 엿볼 수 있는 작품 30여점을 걸었다.

일단 색과 형상이 틔었다. 회화작가라면 개성있는 색과 형상에 대한 추구가 특별할 것 없는 일반화된 과제지만 전옥희는 유독 틔었다. 적색, 녹색, 청색 등 삼원색이 주는 고혹적인 강렬함이 보는 이의 시선을 단숨에 잡아끌었다. 삼원색은 “삼원색만으로 표현 못할 것이 없다”는 신념으로 선택한 색들이다. “삼원색은 모든 색을 내재하고 있어, 세상의 울림을 모두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어요.”

형상의 기본은 기호다. 세모, 네모, 동그라미 등의 기호들이 다양한 크기와 형태로 화폭에서 짜임새를 갖춘다. 기호에 얼마나 꽂혔으면 캔버스도 기호처럼 다양한 규격으로 직접 짜 맞추었을까 싶다. 수학이 자연과 우주의 본질을 ‘수’로 이해했듯, 기호는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다. “기호에 대한 믿음은 오래됐어요. 대학원 논문 주제가 ‘기호론’이었을 만큼 기호였을 정도로...”

기호와 삼원색은 간결함을 위한 선택이다. 문학에 비유하면 요약에 해당된다. 작가가 “요약은 주제를 간명하게 말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했다. “살면서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가지만 다 표현하고 살수는 없어요. 많은 상념들 중에서 문득 문득 깨달음을 얻는 순간들이 있는데, 그 깨달음을 단순명료한 기호로 드러내죠.”

어머니, 아내, 며느리 그리고 교사라는 각기 다른 역할로 살았다. 각각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바둥거릴수록 중압감은 커져갔다. 회의가 들기 시작한 것은 50대부터.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싶어질 때쯤에 화가 전옥희가 말을 걸어왔다. “너 자신을 찾으라”고.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무작정 집을 나섰다. 여행의 시작이었고, 미술교사가 아닌 화가 전옥희의 삶을 찾는 시작점이었다. 낯선 여행지는 해방구가 됐고, 여행지가 늘어날수록 옥죄던 매듭도 하나 둘씩 풀려나갔다.

작가가 작업을 ‘매듭을 푸는 행위’에 비유했다. “작업은 삶의 여정에서 옹이처럼 올라오는 상흔들을 매듭을 풀 듯 풀어놓는 행위였어요.” 여행의 시간들이 쌓여갈 때마다 그녀가 여행지에 버리고 온 ‘의무감의 무덤’도 높아갔다. 물론 자유의 넓이도 그만큼 넓어졌다.

작업은 밑작업과 후작업으로 나뉜다. 먼저 여행지의 풍경을 밑작업으로 그린다. 이후 풍경을 삼원색으로 덮는 식이다. 마지막에 남는 것이 기호 형상들이다. 시작은 구상이지만 결과는 추상. 구상과 추상의 병행도 마다하지 않는다. 작가가 자신의 작업을 “추상풍경”이라고 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상념과 고뇌를 풍경에 이입하죠. 그리고 깨달음의 순간들을 기호로 드러내죠.”

주제는 ‘평등’과 ‘다양함에 대한 인정’ 등 철학적이고 사변적인 가치들이다. 장르가 추상으로 흐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어떻게 풀어내려 했을까? 작가가 ‘세월과 기억’을 언급했다. “잠재된 기억이나 일상의 감정들은 모두 세월과 관계되는데 그 감정들을 사변적인 가치들과 연결짓죠.” 작품 ‘쉼터’, ‘혼란’, ‘축제’, ‘시간과 선물’ 연작 등은 모두 세월과 기억을 출발선으로 했다. 기억 속에 남아있는 고요함과 분주함,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의 꽤나 넓은 감정의 스펙트럼이 가감없이 화폭에 드러낸다. “살아온 세월의 무게와 기억이 비례하듯이, 화풍 역시도 세월의 무게와 비례해서 다양해질 수밖에 없겠지요.”

기호와 함께 면분할 또한 주제를 강화하는데 활용된다. 작가가 직접 제작한 비정형의 캔버스 두 개를 하나의 작품 안에 포섭하는 방식 등의 특유의 면분할은 주제 부각을 위한 일종의 은유책이다. “삼원색, 기호, 면분할 등의 다양한 방식 도입은 일관된 주제를 다양하게 드러내기 위한 장치라고 보면 됩니다.” 전시는 25일까지. 053-257-1728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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