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받는 지방의원
비난받는 지방의원
  • 승인 2019.01.1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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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음주 운전자를 단순한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당사자로 보지 않고 살인자로 규정하려는 사회적 인식 변화는 국민들에게 공감을 주고 있다. 법규도 강화되었다. 그런데도 술 마시고 운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설마 하는 마음 때문이다. 술 먹고 행패 부리는 사람을 주변에서 많이 봐 온 우리들은 술 취한 사람의 행동을 조금은 이해하려는 마음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자리를 봐서 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한 시골 지방의회의원이 외국 연수과정에서 벌인 음주추태가 국민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지방의원이 신문·방송 등 언론의 조명을 이만큼 받은 때도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술 취한 사람이 비틀거리면서 걷는 것을 보면 그러려니 하고 모두가 피해 준다. 그런데 이번 연수를 한다면서 미국, 캐나다에 간 예천군의회 의원이 보인 음주행태는 그냥 넘길 수 없는 큰일이 되고 말았다.

1991년 부활초기 의회 때의 생각이 난다. 그때 필자는 영진전문대학교 부설 지방자치연구소의 소장이었다. 그 한해 전 연구소를 설립하고 지방의원 출마자들에게 무료연수를 시켰다. 30년 동안 멈춰 지방자치에 관한 정보가 전혀 없던 상황에서 지방에서는 유일하게 설립된 지방자치연구소가 개최하는 연수회에 주로 대구·경북에 거주하는 인사들이 기별 연수 때마다 줄을 이었다. 국내 저명한 지방자치학자들이 강사로 나왔고 그때 필자는 주로 지방의원의 역할과 자질에 관한 강의를 했다. 모두가 자기 지역을 위해 주민대표로서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가 매우 강했었다. 1991년 지방의원만을 뽑는 첫 선거에서 당선된 의원들은 아주 조심스럽게 의원활동을 했다. 그러나 그 뒤 두 번째 지방선거 때부터 의외의 현상들이 나타났다. 지방자치연구소가 무료로 실시하는 지방의원 연수를 마다하고 제주도 등으로 연수 장소를 옮겨가면서 연수 흉내만 내고 즐기는 일에 더 신경을 쓰는 것 같았다. 지방의원을 한번 해 본 경험자들이 이끄는 지방의회에서 거의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다. 그들은 어느새 정치인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지방의원에 다섯 번이나 시도한 의원도 나타났다.

특히 정당공천이 있은 뒤부터 지역 국회의원의 하수인이 되는 양상을 보였다. 지방의회는 민주주의의 뿌리이다. 소단위 지역에서 주민들의 대표 역을 맡는 것을 명예롭게 생각해야 하는데 중앙정치인의 못된 것을 닮아가고 있었다. 집행부 감시, 예산심의권을 빙자하여 그들의 위상 높이기에 혈안이 되었다. 지방의회 예산 늘리기에 골몰하고 집행부는 울며 겨자 먹는 신세가 되었다.

기초의원추태의 주요 문제점을 짚어본다. 지방의회가 매년 1회 외국연수를 할 수 있게 돼 있어 자기 돈 안 드는 연수를 강행하고 있다. 연수계획을 그럴듯하게 짜 놓고 실제는 관광성 여행에 치중한다. 웬만한 곳은 다 다녀와서 가보지 않는 곳에 눈을 돌리므로 예산이 엄청 소요된다. 의원연수에 수행 직원이 너무 많다. 예천군의 경우 의원 9명에 의회직원이 5명이나 동행하다보니 1인당 여행비가 442만원이나 들었다. 해외에 나가기 전 심의위원회와 연수보고서는 형식이다. 지방의원협의회가 이익단체 비슷한 활동을 하고 있다. 문제 해결책을 제시한다. 의회연수가 필요하면 2년에 1번씩 하도록 의회가 자정 노력해야 한다. 문제의원을 정당 공천한 지역 국회의원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으므로 주민들에게 깊이 사과해야 한다.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의원 전원 사퇴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여행비 반납만으로 봉합할 수 없고 의회는 지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쇄신대안을 내 놓아야 한다.

지방의회 부활 28년이 된 지금까지도 지방의원의 부정적 연수문제가 계속 나오고 있는 것이 부끄럽다. 일부 지방의원들의 그릇된 행태가 한국의 지방자치를 병들게 한다. 한국당 중앙윤리위가 직접 당 소속 군 의원을 징계조치 한 것을 보면 이번 사건의 파장 크기를 가늠 할 수 있다. 행정자치부가 ‘지방의회의원 공무 국외여행 규칙’표준안을 손본다고 하지만 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그 무엇보다 지방의원들의 자기혁신이 있어야 한다. 기초의회의 불필요성이 심심찮게 들린다. 준 공무원인 지방의원들은 적잖은 연봉을 받고 있다. 예천군 의회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바람직한 의원 자질에 흠을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 꼭 연수에 국한된 문제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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