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평화기행 마치고
버스 타고 대구로 오는 길
퀴즈문제 맞추고 받은
온누리상품권 만원 한 장
김치 빼고 나면 빈 냉장고
장바구니 끌고 간 중앙시장
멀리 있는 과일노점상
3,000원 준 사과 덤이 2개
채소가게 둥글이 아주머니
온누리상품권 한 장에 웃고
계란 한판 3,500원
멸치 한 봉지 2,000원
두부 한 모 1,500원
정겹게 챙기는 투박한 손
재래시장 온누리상품권
"또 없느냐?" 하고
"있으면 또 오라"하며
"계란 깰라" 꽁꽁 묶는다
내 남편 좋아 할 생각하며
언덕 집으로 걸어가는 길
내 마음은 조촐한 장바구니
오늘 저녁도 행복 가득하다
◇고경하= 1965년 전남 광산군 출생. 광주 송원대학교 아동복지과졸. 어린이집 원장역임. 상주동학문학제 특별상(17년),여성노동자의 삶을 詩하다 ‘해풍에 피어나는 동백꽃이여’ ‘삶의 문학’문단활동 시작
<해설> 행복이란 단어는 비교급이 없다. 행복은 타인보다 우월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족하는 것. 거지성자 최귀동씨는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행복하다”라고 했다.
우리는 일하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라 내가 열심히 살기에 일을 한다. ‘나’를 ‘우리’로 칭하면 개인의 정체성이 희생된다. 삶에서 가장 용기 있는 행동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이다. 사람의 체취가 그리운 날엔 재래시장으로 가서 잠시 거닐어 보면, 마음속 깊은 데 숨어 있는 진실은 없는 것을 나눔으로써 비워지는 것이 아니라 채워지는 신비임을 체험할 수 있다. 살면서 물질풍요를 견딜 수 있는 이질감의 수비범위가 아무리 좁아도, 샛강이 꽁꽁 얼었는데 얼음 위에 옹기종기 앉아 있는 새들이 정답고 따뜻해 보인다면 너와 나의 마음은 결코 춥지만 않을 것이다. -성군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