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독', 사람에 상처입은 유기견들 그들만의 낙원을 찾아서
'언더독', 사람에 상처입은 유기견들 그들만의 낙원을 찾아서
  • 배수경
  • 승인 2019.01.17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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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애니메이션 ‘언더독’
유기견·개공장·보호소 등
최근 사회적 이슈와 맞물려
애완과 반려의 의미 되새겨
도경수·박소담·박철민 등
목소리 연기 잘 녹아들어
언더독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애완동물이란 말 대신 반려동물이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사육하는 동물이 아니라 이제는 그들을 사람과 함께 더불어 사는 동반자로 여긴다는 의미다.

요즘 신문과 방송을 오르내리는 뉴스 중에 돌본다는 의미의 ‘케어’를 이름으로 내걸고 있는 동물보호센터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구조한 동물들을 안락사시켜왔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있다. 때마침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언더독’은 이런 사회적인 이슈와 맞물려 애완과 반려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한다. 영화는 방학을 맞은 어린이를 겨냥한 애니메이션이라기 보다는 어린이도 볼 수 있는 가족영화를 표방한다.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는 오히려 어른들에게 더 큰 울림을 준다.

하루 아침에 야생으로 내몰려진 ‘뭉치’와 유기견들의 모험을 그린 ‘언더독’은 국내 애니메이션 사상 220만 관객을 돌파한 ‘마당을 나온 암탉’ 제작진의 작품이다. 애니메이션 하면 떠올리게 되는 디즈니 픽사, 지브리 스튜디오 등과 함께 국내 애니메이션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확인하게 해주는 영화이다.

‘언더독(underdog)’은 투견에서 유래된 말로 경쟁관계에서 하위에 있는 약자를 뜻한다. 몸집이 커졌다고, 병이 들었다고 내다 버려지는 유기견들 역시 약자일 수 밖에 없다.

“이게 더 좋을 수 있어. 마음껏 짖어봐” 사료 1포대와 함께 뭉치를 낯선 곳에 내려놓으며 주인은 이렇게 스스로를 합리화 한다. 뭉치가 귀엽고 예뻐서 사고 몸집이 커지니 버리는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반려동물 인구 천만시대의 이면도 보여준다. 물론 내다 버리는 사람들도 할 말이 있겠지만 영화는 오로지 개들의 관점에서 바라본 세상을 이야기한다. 주인이 던져준 공을 물고 주인을 기다리던 뭉치가 자신의 처지를 자각하는 순간 그는 ‘던져진 대로’ 살지 않고 ‘생각한 대로’ 사는 삶 속으로 뛰어든다.

“보호소, 거기 끌려가면 우린 죽은 목숨이야” 같은 대사는 묘하게 요즘 뉴스와 맞아 떨어진다. 오성윤 감독은 ‘TV동물농장’에 나온 철망에 갇힌 시츄의 애처로운 눈빛을 보고 이 영화를 구상했다고 한다. 유기견, 개공장, 보호소 등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아름다운 화면과 재치있는 대사로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그림도 중요하지만 목소리 연기도 중요하다. 엑소의 디오(도경수), 박소담, 박철민, 이준혁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배우들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전문 성우가 아니라 이름있는 배우들을 기용해 홍보효과를 노리려는 수가 아니냐는 불편한 시선도 있지만 그들의 목소리 연기는 꽤 괜찮다. 헐리우드에서처럼 선녹음, 후작화 방식으로 그림을 보고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연기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캐릭터의 동작을 만들었기 때문에 목소리와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잘 어우러진다. 유기견들의 리더격인 ‘짱아’가 주인이 사줬다며 애지중지하는 수달 인형은 ‘마당을 나온 암탉’ 속 주인공이기도 하다. 목소리 연기도 동일인(박철민)이다. 주인에게 버려졌지만 주인이 사준 인형을 소중히 간직하는 짱아의 모습은 아이러니하다.

사람에게 상처입은 유기견들이 사람이 없는 그들만의 낙원을 찾아 비무장지대로 가는 여정은 아름다우면서도 슬프다. 그 와중에 따스한 손길을 보내주는 사람도 만난다. 기타치고 노래부르며 상처입은 반려견들과 함께 살고 있는 부부는 우리도 잘 아는 연예인 부부를 연상시킨다. 이 부부가 뭉치일행과 함께 둘러앉아 부르는 노래 ‘지구와 달과 나’는 가수 이승환이 자신의 반려견을 생각하며 만든 노래로 영화를 위해 무상제공했다.

사람에게 버려진 개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과 함께할 때 더 행복한 개도 있고 야생의 삶이 더 행복한 개도 있다. 영화에서는 이런 서로 다른 선택이 모두 정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우리의 삶도 함께 돌아보게 만든다. 철조망을 뛰어넘어 비로소 그들만의 낙원에 이르는 뭉치 뒤로 수류탄이 터지고 꽃들이 날리는 장면은 ‘웰컴 투 동막골’의 팝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엔딩크레딧과 함께 보여지는 삽화를 통해 그곳에서 그들의 삶은 자유롭고 행복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어른, 어린이,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사람 등 서로의 입장에 따라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도 분명 다를 것이다. 그렇지만 마음 속에서 닿게 되는 결론은 비슷할 것이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가족이 된다는 것은 여러 가지 감수할 일도 많고 책임져야할 일도 많다는 뜻이다. 그 무거운 책임을 감당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나와 함께 하고 있는 동물들에게 ‘애완’이 아닌 ‘반려’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을 것이다.

문득 지금은 거의 쓰지 않지만 예전에는 결혼식에 빠지지 않았던 주례사의 단골멘트가 떠오른다.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되도록…즐거울 때나 슬플 때나 건강할 때나 병들 때나 사랑하겠습니까?’

배수경기자 micbae@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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