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개는 행복할까…진짜 속마음을 알고 싶다면
우리집 개는 행복할까…진짜 속마음을 알고 싶다면
  • 김광재
  • 승인 2019.01.1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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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사람의 행복한 동행을 위한 한 뼘 더 깊은 지식’
동물행동 연구한 美 교수
칼럼 100편·책 30권 저술
인지·감정과학 바탕으로
개에 대한 모든 것 알려줘
개들도 저마다 개성 있어
일반화시켜 다루지 말아야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관찰하고 파악하는게 중요
개와사람
 

 

개와사람의-책
마크 베고프 지음/ 장호연 옮김/
동녘사이언스/ 420쪽 /19,800원

“개와 함께 살기로 한 여러분의 선택은 즐거워야 한다. …… 가끔 시끄럽고 냄새나고 짜증도 나겠지만, 그럼에도 기본적으로는 개와 함께 지내는 삶이 즐거워야 한다. 개와 함께 지내다 보면 개들 하나하나가 개별적인 존대라는 사실을 수시로 깨닫게 된다. 개에 대해 규명하고, 개의 행동을 설명하는 수많은 책과 논문, 대중 에세이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이 매혹적인 존재들을 이해하고자 하는 관심이 전세계에 폭넓게 존재하는 것 또한 분명하다.”

‘개와 사람의 행복한 동행을 위한 한 뼘 더 깊은 지식’(동녘사이언스 2019)이라는 긴 이름의 책의 한 대목이다. 저자는 미국 콜로라도대 생태학·진화생물학 명예교수, 동물행동학회 회원이며 제인 구달의 루츠 앤드 슈츠(Roots & Shoots) 프로그램의 대사직을 맡고 있는 마크 베코프다. 그는 동물의 행동과 마음에 관한 칼럼을 100편 이상 기고했고, 20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했으며 30권 이상의 책을 저술했다.

우리나라도 반려동물 1천만 가구 시대라고 한다. 최근 KB금융그룹은 전국 1천7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내용을 담은 ‘2018 반려동물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 중 25.1%는 현재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고 한다. 국내 반려동물 사료시장은 연평균 19.4%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고, 동물용 의약품·미용·장묘사업 등이 큰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집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은 매달 12만 8천원이고 절반 이상의 사람이 집에 혼자 있는 반려동물을 위해 자동먹이장치나 조명센서 같은 첨단 기기를 구입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개와 함께 살기로 한 사람들은 과연 반려견과 함께 즐겁게 살고 있을까?

최근에 불거진 ‘케어’ 사태에서 보듯 우리나라의 유기견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그 밑바닥에는 우리가 개를 좋아한다고 하면서도 사실 개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숨겨져 있다. 어떤 사람을 사랑한다면서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면 그것을 과연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개에게도 마찬가지다. 유행하는 견종을 데리고 와서 귀여워하다 유행이 지나면 버리는 사람들, 예쁜 반려견과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려 자랑하다가 귀찮아지면 버리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개를 사랑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개와 함께 있는 자신의 모습을 좋아한 것일 뿐이다.

이 책은 반려견과 관련된 감성적인 에세이나 훈련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개를 사랑한다면 그래서 개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개 산책 공원’에서 만난 다양하고 흥미진진한 개와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소개하며 독자들을 안내한다. 그리고 최근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인지과학과 감정과학에 바탕을 둔 개에 관한 새로운 정보들을 전해준다.

가령, 개가 악취 나는 곳에 코를 킁킁대고 몸을 뒹구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개들은 왜 어떤 개와는 줄 당기기를 하고 놀지만 어떤 개에게는 자신의 배를 보여줄까? 어째서 수줍은 개가 있고 용감한 개가 있는 것일까? 개의 머리와 마음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리고 우리는 개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이해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에 답을 준다.

저자는 2009년 뉴질랜드에서 열린 동물학대방지협회에서 개나 늑대도 도덕 지능(moral intelligence)이 있어 사리분별은 물론, 친구를 사귀거나 원한을 품을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화제가 됐다. “개들이 놀 때 다른 동물들을 세게 물거나 공격하는 게 잘못된 일이기 때문에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도 말했는데 “개들은 놀이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자신들의 행동을 알맞게 맞춰 나간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개의 머리와 가슴에 담긴 비밀과 수수께끼들을 살펴본 이 책의 6장과 7장에서는 동물의 감정을 ‘마음 이론’으로 들여다본다. 저자는 “개들이 생각하고 느낄 줄 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과학 연구가 이를 뒷받침하며 개를 돌보는 방식에 이런 지식들을 적극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그래서 그는 개를 독자적인 개체로 바라보아야 하고, 개를 일반화시켜 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개를 지배하려 들거나 수치심을 주어 두려워하게 만드는 일부 개 훈련사들의 훈련법에 반대한다.

이 책을 감수한 동물행동학자 최재천 교수는 최근 동물행동학에서 가장 뜨거운 연구 주제는 단연 동물의 개성에 대한 연구라고 한다. 특히 개 연구가 주목받는데 그동안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로 영장류를 연구했던 학자들 중 상당수가 요즘 들어 개를 연구한다고 귀띔한다. 그 이유로 “일반적 지능으로 보면 우리 인간과 거의 99퍼센트 가까이 유전자를 공유하는 침팬지가 인간과 가장 유사한 것이 사실이겠지만 인간과 공감하는 능력은 개가 단연 월등하다. 오랜 세월 인간 곁에서 함께 살며 우리 마음을 읽는 능력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개와 인간은 서로 각별하게 공감한다”는 점을 든다.

그러나 각별하게 공감한다고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개를 함부로 다루고 있다. 저자는 사람들이 개와 산책하고 개를 돌보는 것을 구경하다 보면 때때로 그들이 개를 이리저리 휙휙 잡아당기는 모습을, 하루종일 집 안에 갇혀 있다가 겨우 잠깐 바람을 쐬는 개를 급하게 몰아대는 모습을 본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들 삶 속으로 들여온 이 존재에 대해 사람들이 정말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저자는 항상 자신의 동물을 관찰하고, 동물행동학자처럼 의문을 가지며 배우고 행동하라고 권한다. 저마다 개성이 있는 개를 돌보는 법을 배우려면 자신의 개에게 신경을 쓰고, 자신의 개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파악하라는 것이다.

이 책의 또 하나의 목표는 책을 읽은 독자들이 ‘동물행동학자’나 ‘시민과학자’가 되게 하는 것이다. 이야기와 과학이 결합돼 있는 이 책은 독자들에게 개의 행동을 관찰하면 진리로 여겨온 많은 것들이 경험적 연구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동물행동학자처럼 관찰하는 방법을 알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마지막에 ‘그러니까 동물행동학자가 되고 싶다고요?’라는 제목의 20여쪽에 달하는 부록을 덧붙여 놓았다.

김광재기자 contek@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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