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도리는 착한 사람 편에 선다(天道與善人)
하늘의 도리는 착한 사람 편에 선다(天道與善人)
  • 승인 2019.01.1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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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전 중리초등교장)


지난 12월 시내 서점에서 ‘기해년(己亥年) 대한민력(책력)’을 샀다. 책력 뒤편에는 기해년 토정비결 조견표가 있다. 매년 재미삼아 집안 식구들의 토정비결을 나 혼자 보고는 그냥 덮어버리곤 하였었다.

필자가 어린 시절, 섣달그믐이 되면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가족들의 토정비결을 보고는 읽어주었다. 그리곤 덧붙여 하시는 말씀이 “나쁜 것은 조심하여라”고 하였다. 지금도 잊히지 않고 기억에 새롭다. 초등학교를 다닐 때도 서울의 길거리에는 토정비결을 봐주는 할아버지들이 많았었다. 대학생들을 비롯하여 일반인들은 거의 대부분 토정비결을 보고 한해의 신수(身數)를 보았다. 토정 이지함은 앞날을 예견하다니 ‘정말 대단한 도사다’라는 생각을 성인이 된 후에도 하였었다. 책력은 샀지만 아직 올해의 토정비결은 보지 않았다. 태음력으로 기해년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해년은 ‘황금돼지’띠라 한다. 왜 ‘황금돼지’인지 책력을 펼쳐 오행의 속성을 살펴보았다.

오행은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이다. 천간을 대응시키면 오행에 두 개씩 들어간다. 목에는 ‘갑(甲), 을(乙)’, 화에는 ‘병(丙), 정(丁)’, 토에는 ‘무(戊), 기(己)’, …의 순서이다. 그래서 기해년(己亥年)은 토(土)에 속하므로 ‘황금색깔’이 된다는 논리인 듯하다. 오행의 속성은 사실 동서남북상하를 지키는 육신(六神)과도 관계가 있다. 목은 동방의 청룡이고, 화는 남방의 주작이고, 토는 중앙의 구진(句陳)과 등사이고, 금은 서방의 백호이고, 수는 북방의 현무이다.

육신(六神)은 동서남북과 중앙을 지키는 상상속의 동물신들이다. 그 중앙을 지키는 구진(句陳)은 땅을 지키는 신이고, 등사는 하늘을 지키는 신을 말한다. 날아다니는 뱀을 닮은 등사는 상(上)이고, 땅을 마음대로 헤집고 다니는 두더지(?) 모양의 구진은 하(下)이다.

토에 속하지만 무(戊)는 구진이고 황토색이다. 토에 속하는 기(己)는 등사로 검은색이다. 그런데 대오방기에 나오는 등사기는 황금바탕이다. 그 황금바탕 기의 가운데 잠자리 날개가 달린 뱀 모양의 등사는 검은 색깔이다. 황금돼지와 등사의 검은 색깔과의 관계엔 설명이 필요하리라.

필자의 할머니는 물신숭배사상(애니미즘)이 강했다. 그래서 집 안팎의 벽에 못을 하나 박는데도 길일을 택했다. 어느 날 삼촌네 집에서 무너진 흙담장을 쌓았다. 할머니는 삼촌네 집 담장을 쌓는 것을 보고는 “그곳은 삼살방위인데 길일을 받아서 쌓아라. 구진(句陳)이 진노 할라”라고 하였다. 삼촌은 대뜸 “어매도 참! 그놈의 대장군(句陳)이 왜 하필이면 저 넓은 땅이 많은 곳을 두고 하필이면 무너진 좁다란 흙 담장에 앉았대요?”하고는 막무가내로 담장을 쌓았다. 며칠이 지나도 삼촌네 집에는 할머니가 말하던 동티는 나지 않았다. 삼촌은 물론 옹기종기 모여 살아가던 작은 마을 도장골 열두 집의 사람들이 모두 착한마음으로 살아왔기 때문이리라. 물신숭배사상을 섬긴 할머니도 일을 합리적으로 경계를 지키고 함부로 남의 영역까지 침범하진 않았다.

노자가 말하기를 ‘큰 원한을 지닌 사람들은 서로 화해시켜도 반드시 마음속에는 원한이 남는다. 그렇게 되면 어찌 착함이 생기겠나? 그런 까닭에 옛날 성인은 계약서를 나무에 쓰면 반쪽으로 잘라서(종이가 없던 시절) 채권자가 가지는 좌계(左契)를 가지고 있었다. 성인이기 때문에 우계를 가진 채무자에게 지불을 요구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덕이 있는 사람은 좌계를 지닌 사람처럼 남에게 주기만 하는 일을 하고, 덕이 없는 사람은 세금을 걷는 사람처럼 남에게 받을 일만 행한다. 천도무친(天道無親)하고 상여선인(常與善人)한다’고 했다. ‘천도무친(天道無親) 상여선인(常與善人)’은 ‘하늘의 도리는 사사로움이 없고, 항상 착한 사람 편에 선다.’는 뜻이다.

공자도 ‘괴력난신(怪力亂神)’에 대하여는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괴이한 것, 폭력을 쓰는 것, 난동을 피우는 것, 귀신에 대하여는 가르치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이제 설이 다가오고 있다. 설은 첫 번째 천지 형성의 시초가 되는 날이다. 설날 아침 가족들에게 ‘하늘의 도리는 착한 사람 편에 선다.’는 이야기를 덕담으로 해도 괜찮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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