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 승인 2019.01.1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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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대구경북 다문화사회 연구소장)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상처를 받고 희생양이 되는 아이들이 있다. 내가 아는 어떤 여성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이혼을 세 번씩이나 했다. 철 모를 때 만난 첫 번째 남편은 너무나 무능력했다. 그녀는 도저히 견디지 못해 어린 딸의 손을 잡고 집을 나왔다. 혼자 커피숍을 운영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던 그녀에게 나타난 두 번째 남편은 사진작가로서 그림을 전공한 그녀의 마음을 쉽게 빼앗았다. 하지만 그도 생활력이 없고 아내에게 의지하는 백수건달이었다.

무능력과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없는 두 남자는 그녀를 경제적으로 힘들게 하였다. 막내딸로 부모님의 사랑을 받고 유복하게 자란 그녀에게 생활고는 견딜 수 없는 현실이었다. 그런 상황에 나타난 세 번째 남편은 그녀의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백마 탄 왕자였다. 남편의 아이 세명과 그녀의 딸까지 보살피면서 아내와 엄마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어느 날 사소한 말다툼 끝에 그녀의 남편은 폭력을 행사했고 사춘기 그녀의 딸까지 손찌검을 했다. 결국 또 헤어졌다.

딸아이는 새 아빠를 만날 때마다 엄마의 권유로 새아빠의 성을 따랐다. 그것은 어린 딸의 생각과는 상관없는 엄마의 선택이었다. 엄마는 전 남편과의 흔적들을 깨끗이 지우고 새 출발을 원했지만, 아이에게는 주홍글씨가 되었다.

세 번째 남편으로부터 파양 소송이 법원으로부터 날라왔다. 부부관계가 끝났으니 입양한 자식의 부모 자식 관계도 정리하자는 것이다. 그 내용을 전해들은 딸아이가 밤새 통곡을 하고 울었다는 것이다. 엄마의 재혼에 의해 자식의 권리나 생각은 안중에도 없이 진행한 결과였다. 적어도 자식이 성인이 된 후에 본인의 의사와 결정을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다문화 이혼으로 인해 아이들이 엄마 나라에서 불법체류자로 전락하고,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 못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부분 이주여성은 이혼하게 되면, 본인이 경제력도 없을뿐더러 아이를 맡기고 일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양육권을 인정받기 어려워 아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도망간다. 아이는 아빠와 생이별하게 되고, 아빠는 아이를 찾을 길이 없다. 헤이그 국제 아동 탈취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중국, 베트남, 필리핀의 이주여성들이 대부분이라 사법공조가 안된다. 아이는 엄마 나라에서 엄마가 일 해야 되기 때문에 할머니 손에 양육되고 미래가 없다. 엄마 나라에서는 외국인 자격으로 머물러야 하고, 여권 갱신이 안 되니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다. 아빠 나라에서 태어나 엄마 나라에서 혼란을 겪고 자란 그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암울하다.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아이들이 생이별 하고 상처를 받는다. 하지만 적어도 그 아이들의 권익이나 인권은 국가가 정책적으로 도와주어야 한다. 아빠의 나라에서 살든, 엄마의 나라에 살든지 상관하지 않아야 한다. 교육을 받을 권리,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권리, 합법적으로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권리, 그들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보호되어야 한다.

부모는 자신들의 감정과 상관없이 자녀의 미래와 행복을 위해서 어떤 선택이 현명하고 최선인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자식은 소유물이 아니다. 아이는 미래의 꿈나무다. 내 아이의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엄마의 나라가 미래지향적인지 아빠의 나라가 더 나은지도 고려해야 한다. 부모가 이혼하더라도 아이들의 입장에서 어떤 선택과 판단을 하는 것이 그들을 진정 위하는 것인지 사회도 국가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왜 저를 낳았나요?” 부모를 고소한 영화 ‘가버나움’의 수갑을 찬 소년 자인이 법정에서 한 말이다. 부모에게 버려진 아이들이 길바닥에서 생존을 위한 비참한 삶에 몸부림친다.

엄마가 재혼할 때마다 새아빠와의 인연을 단절하고 새아빠로부터 파양 선고를 받은 딸은 결혼이 핑크빛 환상이 될 수 있을까? 이혼해도 아이들의 선택과 생각을 존중하는 부모가 될 수 없을까? 진정 그 아이를 사랑하는 방법은 아이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고 도와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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