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팔조, 28일까지 예진영展
갤러리 팔조, 28일까지 예진영展
  • 황인옥
  • 승인 2019.01.2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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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본질 향하는 중첩된 점
스티로폼에 작은 철사 조각 꽂으며
사회서 상처받는 마음 예술로 승화
4Wind-Ifeel
예진영 작 ‘Wind-I feel a space of mind’

누구나 주인공을 꿈꾼다. 주인공에 쏟아지는 세상의 관심이 자존감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십중팔구는 관계 속 일부로 살아간다. 주인공으로 향하는 문이 지극히 좁아서다. 그런면에서 작가 예진영(사진)은 행운아다. 그에게 예술이 존재하는 평생 주인공으로 살 수 있다. 예진영 예술의 주인공은 늘 작가 자신이다. “저의 예술은 저 자신의 본질을 찾아가는 행위에요. 제게 예술은 저의 삶 자체에요.”

예진영 개인전이 갤러리 팔조에서 내달 28일까지 열린다. 알루미늄 철사와 점토 등의 재료로 존재의 본질을 찾아가는 작품 20여점을 소개한다.

작업의 원천은 작가 자신의 상처다. 첫 시작은 삼십대 후반이었다. 당시 그는 사회로부터 따돌림 당했다. 견딜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이 수반됐고, 삶은 무기력해졌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작업실에 뒹굴던 연선(알루미늄 철사)이었다. 불현듯 망치를 들고 연선을 두들겼고, 연선이 망치 밑에서 두들겨 맞을수록 상처 입은 자신의 환영과 겹쳐졌다. 작가의 상처가 작업의 토대가 되는 순간이자, 평면에서 입체로 작업이 변화되는 싯점이었다. “두들겨 맞고 있는 연선이 사회의 모진 돌들에 맞고 있는 저의 모습처럼 다가왔어요.”

초기 작업은 망치로 편 연선을 중첩해 연결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다 연결의 흐름을 더 길게 가져가고 싶어졌고, 한지로 배접된 스티로품에 압편(두드려 만든 조각)을 꽂았다. 이 과정에서 압편들이 모여 하나의 흐름을 생성했다. 마치 바람에 일렁이는 보리밭 같은 흐름이었다. 작품 ‘바람-공간을 느끼다’ 연작은 그렇게 세상과 만났다. “이 압편의 흐름이 마치 상처난 저의 마음에 부는 바람인 것 같은 착각이 들었어요.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저 자신에 대한 투영이었죠.”
 

예진영-전시사진1
예진영 개인전이 갤러리 팔조에서 2월 28일까지 열린다.

평면에서 입체로의 변화가 시작되자 작업은 거침없이 진화했다. 압편으로 시작해 점토와 면봉으로 확장해갔다. 작업의 토대가 작가의 상처임을 감안하면 재료의 변화는 곧 내면의 변화를 의미한다. 그는 캔버스에 점을 붙이는 셀 수 없는 행위들로 성찰하고 사유하며 상처를 예술언어로 승화해갔다. 작업이 거듭될수록 상처는 치유됐고, 새살이 돋아났다.

“바람에 흔들리며 어지럽던 면들이 잦아든 선의 형태로 달라졌어요. 내면의 상처가 치유되고 있다는 증거였죠.”

평면 작업을 할 때도 평면 속 주인공은 작가 자신이었다. 그는 꽃을 해체해 조합하는 방식의 작업을 통해 남과 구별되는 자신의 존재를 표현했다. 그런 그가 입체 작품에서 또 한 번의 변화를 시도한다. 작업의 재료로 연선과 점토 대신 생활용품이나 재활용품을 활용하는 것. 작가가 “개인에서 세계로 의식이 확장됨을 의미한다”고 했다.

물성의 변화 외에도 형태 변화도 감지된다. 수직에 수평으로 변화를 시도 중이다. 과거 작업 중 일부를 극대화하거나,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감성을 조합하는 식이다. 전혀 새로운 형태를 추구하기보다 기존의 주제와 소재의 흐름에서 약간의 변화를 모색한다. 작가가 “주관에서 객관으로의 확장”이라며 “상처가 치유되어 가면서 생긴 변화이자 자신에게로 향하던 시선이 세계로 확장된 변화이기도 하다”고 했다.

“제 작업이 꿈꾸는 이상향과 종착지는 관계 복구에요. 마음을 비우고, 자연의 순리를 만드는 행위를 통해 관계를 복구해 중이며, 저의 모든 예술행위의 기반도 거기에 맞춰져 있죠. 그런 측면에서 저의 예술행위는 종교적 수행과 다르지 않죠.” 054-373-6802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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