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딩크’ 박항서의 실리 축구에서 ‘2002년 태극전사 향기’
‘쌀딩크’ 박항서의 실리 축구에서 ‘2002년 태극전사 향기’
  • 승인 2019.01.2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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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요르단 꺾고 ‘8강 진출’
한일월드컵 당시 경험 되살려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 보여줘
“우리 경기 너무 신경 쓰지 마소. 망신당할까 봐 (걱정이) 태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대비해 카타르 도하에서 전지훈련을 치른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지난 4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국제공항에 도착해 본격적인 대회 준비에 나섰다.

박 감독은 공항에 마중 나온 국내 취재진과 만났지만 애써 인터뷰를 사양하고 대표팀 버스에 몸을 싣고 숙소로 향했다.

지난해 초 AFC U-23 챔피언십에서 역대 첫 준우승을 지도한 박 감독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베트남 U-23 대표팀을 역대 처음으로 4강까지 진출시키는 마법을 부렸다.

베트남 대표팀이 승승장구함에 따라 박 감독은 베트남의 주산물인 쌀과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신화를 작성한 거스 히딩크 감독의 이름을 따서 ‘쌀딩크’라는 별명을 얻었다.

베트남은 이란, 이라크, 예멘과 함께 ‘죽음의 조’로 불리는 D조에 속하면서 조별리그 탈락이 유력했다.

예상대로 베트남은 이라크에 2-3으로 패한 뒤 이란에 0-2로 무릎을 꿇고 2연패를 당했다.

2경기를 내리 패하자 우호적이던 베트남 언론들도 박 감독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멘을 2-0으로 꺾은 베트남은 조 3위를 차지한 뒤 6개 조 3위 팀 가운데 성적이 좋은 4개 팀에 주는 16강행 티켓을 극적으로 품에 안아 2007년 대회 이후 12년 만에 조별리그 통과라는 업적을 달성했다.

이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베트남은 20일 펼쳐진 요르단과 16강전에서 선제골을 얻어맞았지만, 기어이 동점 골을 터트린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기면서 8강 진출의 기적을 연출했다.

선수들은 조별리그에서 강호 이란과 이라크를 맞아 90분 내내 지치지 않는 체력을 앞세워 포기하지 않고 뛰어다녔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4강에 진출한 한국 대표팀의 코치였던 박 감독의 ‘강팀을 상대해본 경험’이 고스란히 묻어난 전술이었다.

박 감독은 16강전에 끝난 뒤 ‘수비 축구를 펼친다’는 외신 기사에 대해 “우리는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축구를 하고 있다. 그것을 수비 축구라고 지적을 했지만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 우리는 실리 축구를 한다”고 항변했다.

그의 말 대로 베트남은 상대 팀들의 전력이 높아 수비에 치중했지만, 중동식 ‘침대 축구’가 아닌 ‘선 수비 후 역습’의 전형을 보여주며 8강까지 승승장구했다.

조별리그 3경기부터 16강전까지 치른 4경기 동안 일관된 ‘박항서식 실리 축구’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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