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의 간병 문제에 대하여
고령사회의 간병 문제에 대하여
  • 승인 2019.01.22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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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봉조 수필가
천하무적 철인으로 기억에 남아있는 엄마는 언제나 건강하실 줄 알았다. 그런데 엄마 연세 아흔에 이르다보니 아파트 울타리를 벗어나 가장 자주 드나드는 곳이 의원이나 한의원이 되었으며, 가장 자주 만나는 사람 또한 자식이나 이웃이 아닌 의료계의 종사자로 바뀌게 되었다.

스스로 밥을 짓고, 빨래를 하시던 엄마가 이번 겨울 예기치 못했던 병원신세를 지게 되셨다. 찬바람과 함께 천식과 약한 폐렴이 동반하여 엄습한 것이었다. 발작적인 기침으로 뱃가죽이 당기고, 잠을 이룰 수 없었던 것은 물론 주변에도 큰 불편을 끼쳤다. 강한 항생제는 입속을 헐게 하고, 정신마저 혼미하여 헛것이 보일 정도였으니, 안타까움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주변에는 몸이 자유롭지 못해 대소변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환자도 있었다. 간병하는 사람도 힘들겠지만, 환자는 자존감을 상실하여 정신까지 황폐해지는 사례를 목격했다.

더욱 안쓰럽고, 눈물겨운 것은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뒤처리를 위해 자신보다 훨씬 젊은 간병인의 눈치를 살펴야하는 일이었다.

환자를 돌보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가까운 곳에 가족이 있거나, 있다하더라도 전적으로 간병을 하기 위해서는 고려해야할 사항이 한둘이 아니다. 여의치 못하면, 간병인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기간이 길어지면,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적 부담으로 가족 간의 갈등과 마찰이 빚어지는 일은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일이다.

간병에 대한 생각을 하던 중 우연히 ‘일본의 간병 대란’이라는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일본에서는 ‘간병 보험과 정부, 지자체의 3중 지원체제’를 이용해 비용의 10~30%만 부담하면 고령자가 요양시설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문제는 급격하게 늘어나는 고령자를 간병할 인력을 채우지 못해 간병 대란이 눈앞의 현실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5년 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간병 인력 30만 명 중 6만 명 정도를 인력 수입을 해서라도 해결하기 위한 법이 통과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유엔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 중 7%를 넘으면 고령화사회,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 이상이 되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고령화사회에 진입했으며, 2017년에 고령사회로 접어들었을 만큼 인구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초고령사회가 아니어서 다행이라 해야 할까.

최근 보건복지부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과 스마트 융·복합 의료기기 개발을 추진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헬스케어 분야 선도국가로의 도약을 위한 발전전략을 최종 확정했다고 한다.

건강수명을 2015년 73세에서 2022년 76세로 끌어올리고, 바이오헬스 분야 일자리를 2016년 13만 명에서 2022년 18만 명으로 늘리는 것 등을 목표로 한다는 내용도 포함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수명을 연장하는 것보다 더 절실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보아야 할 때가 아닌지 묻고 싶다. 고도의 기술적 개발이나 시스템 향상 등으로 겉으로 드러나는 양적 성장보다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질적 안정감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어떤 일자리가 늘어날 것인지도 궁금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이니 로봇 의료기기 운운하지만 사람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분야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고령사회에 알맞은 정책이나 제도는 무엇보다 고령자가 대상이 되고, 수혜자가 되어야한다. 보건복지부 장관의 말대로, ‘국민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면 범부처 의료기기 개발 사업 추진을 위해 10년간 최대 2조8천억 원을 투입하는 ‘선도국가’가 되는 길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평범한 명제 앞에 병상에서의 부끄러운 노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길부터 찾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도 2025년이면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라 한다. 간병도 하나의 전문분야로 제도화할 필요는 없는지, 개인의 책임과 한계를 넘어선 장기요양의 차원에서 또는 사회보장의 일환으로 함께 고민해야할 일은 아닌지. 이웃나라의 간병 대란이 무심히 들어 넘길 남의 일만은 아닌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우리도 관심을 갖고, 서서히 준비를 해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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