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똥은 내 물고기”…원효·혜공 불경 주석에 대한 농담인 듯
“네 똥은 내 물고기”…원효·혜공 불경 주석에 대한 농담인 듯
  • 김광재
  • 승인 2019.01.24 21: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시오어’의 설화가 살아 숨쉬는 ‘오어사’
원효
원효스님 진영.


혜공
혜공스님 진영.




오어지
오어사 앞 원효교에서 본 오어지. 혜공, 원효 두 스님이 물고기를 먹고 똥을 누었다는 일화가 전해지는 신광천은 인공저수지가 됐다.



두 선현 시냇가서 어울려 놀다
물고기를 먹은 뒤 배변을 보고
혜공이 변을 가리켜 원효 희롱
삼국유사 ‘혜공, 승조스님 후신’
“내가 번역한 불경 잘 해석했다”
원효에 대한 반어적 칭찬일수도





“여시오어(汝屎吾魚 너 여, 똥 시, 나 오, 고기 어)”

혜공과 원효 두 스님이 시냇가에서 물고기를 잡아먹고 돌 위에 똥을 누었는데, 혜공이 그것을 가리키며 한 농담이다. 일연은 삼국유사에서 이 일화를 오어사란 절 이름의 유래라고 소개하고 있다.

“당시에 원효가 여러 불경의 주석을 달면서 매번 혜공법사에게 가서 물었는데, 혹 서로 장난을 치기도 하였다. 어느 날 두 스님이 시내를 따라가면서 물고기와 새우를 잡아먹고 돌 위에 대변을 보았는데, 혜공이 그것을 가리키며 농담을 하였다. ‘네 똥은 내가 잡은 물고기다.’ 그래서 오어사(吾魚寺)라고 하였다. 어떤 사람은 원효대사가 한 말이라고 하지만 잘못이다.”

이 기록만으로는 어떤 상황이며 ‘여시오어’란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다. ‘네 똥은 내 고기다’ 혹은 ‘너는 똥을, 나는 고기를 누었다’로 해석할 수 있을 텐데, 일연스님은 그에 대해서는 부연 설명을 하지 않고, 이 말을 원효가 아니라 혜공이 했다고만 적어놓았다.

삼국유사의 이 구절을 토대로 후대의 스토리텔링이 더해져 이 일화에 대한 몇 가지 버전이 생겨났다.

1744년에 쓰인 ‘영일운제산오어사사적」(迎日雲梯山吾魚寺事迹)’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수행의 여가에 광석대에 앉아 노닐기도 하고 도를 논하기도 했으며 물고기를 낚아 삼킨 뒤 뒤를 보며 장난을 치기도 했는데, 그 똥이 물고기로 변해 모두 흐름을 따라 내려가건만 오직 한 마리만이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갔다. 혜공은 미소를 머금고 그 물고기를 가리키며 ‘저놈이 바로 내 고기(吾魚)다’라고 했다.”

또 다른 버전은 두 스님이 도력을 겨뤘다는 상황을 추가한 것이다. 원효와 혜공이 물고기를 잡아먹고 산채로 물고기로 나오면 이기는 것으로 하고 시합을 벌였다. 한 마리는 살지 못하고 다른 한 마리만 살아서 힘차게 헤엄쳐갔다. 이를 본 두 사람은 서로 자기가 살린 고기라고 우기며 서로 “내 고기(吾魚)”라고 했다는 것이다.

둘 다 재미있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일연스님이 전해주는 내용에서 너무 나간 느낌이 있다. 삼국유사에는 이 이야기가 ‘이혜동진(二惠同塵)’조에 실려있다. 혜숙과 혜공 두 스님이 속세에서 민중들과 함께 어울려 살며 이적을 행한 이야기 속에 들어있다.

귀족 집에서 품팔이하던 노파의 아들로 태어난 혜공스님은 자라면서 영험과 이적이 드러났고, 후에 승려가 됐다고 한다. 그는 늘 작은 절에 살며 미치광이 행세를 했고, 크게 취해 삼태기를 지고 거리에서 노래하고 춤을 추곤 했다. 그래서 사람들을 그를 삼태기스님이라 불렀는데 그는 절의 우물 속으로 들어가면 몇 달씩 나오지 않았다거나, 우물에서 나왔는데도 옷이 젖지 않았다고 기록돼 있다.

당시 신라의 스님들은 당나라로 유학을 많이 떠났다. 의상과 함께 유학길에 올랐던 원효가 해골바가지 물을 마시고, 밖에서 찾을 것이 없다는 깨달음을 얻어 되돌아왔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이는 원효가 신라불교의 토착화, 대중화에 힘을 쏟게 된 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원효에게 혜공은 ‘국내파’ 선배 격인 셈이다.

일연은 이러한 배경을 염두에 두고 오어사 에피소드를 ‘대승기신론소’ ‘금강삼매경론’ 등 원효의 활발한 불경해설서 저술과 연결지어 소개하고 있다. 그러므로 단순히 도력 시합이나 장난스럽게 놀았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닐 가능성이 많다.

또 일연은 ‘이혜동진’조의 마지막에 이런 이야기를 슬쩍 끼워넣었다. “혜공이 일찍이 ‘조론(肇論)’을 보고 말하였다. “이것은 내가 옛날에 지은 것이다.” 이 말로 혜공이 승조(僧肇)의 후신임을 알 수 있다.” 즉 원효가 불경의 주석을 달면서 혜공에게 물었다는 것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한 이야기일 것이다. 말하자면 학문과는 거리가 먼 듯 보이는 미치광이 노릇을 하는 스님에게, 당대 최고의 불교학자라 할 수 있는 원효가 매번 질문을 했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에 그럴듯한 근거를 제시한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원효의 불경 해석이 변방 신라의 것이면서 동시에 원류를 이어받은 것이라는 의미를 넌지시 보여주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오어사 이야기는 원효의 저술과 관련해서 이해돼야 한다. ‘여시오어’가 원효의 말이라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꼭 집어서 밝혀놓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일연이 보기에 저술과 관련해 원효가 스승과 같은 혜공에게 농담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뜻일 것이다.

이렇게 저술활동의 맥락을 감안해서 읽는다 해도 여전히 ‘여시오어’의 의미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짐작건대 혜공(승조)이 원효에게 “네 똥은 내 물고기다”라고 한 말의 뜻은 자신이 번역한 불경을 훌륭하게 해석해낸 후배에게 칭찬을 한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혜공으 말은 대놓고 칭찬을 하기가 낯간지러워서 똥이라는 반어적 비유를 동원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김광재기자 contek@idaegu.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많이 본 기사
동영상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