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파란 하늘과 열대우림 눈길 닿는 곳마다 ‘淸靑’
새파란 하늘과 열대우림 눈길 닿는 곳마다 ‘淸靑’
  • 박윤수
  • 승인 2019.01.2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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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소요되는 ‘마랑구’ 루트 선택
걷기에 무리 없도록 잘 정비된 길
입구서 7㎞ 걸어 ‘만다라’ 산장으로
해발 2,720m답게 구름 교차 ‘장관’
두번째 산장 ‘호롬보’ 3,720m
응급환자가 시내로 이송되는 지점
소화력 급격히 나빠지는 고산지대
많이 먹기보다 허기 달랠 정도로만
고산증 악화되는 머리감기는 삼가
호롬보산장
호롬보산장

 

박윤수의 길따라 세계로, 킬리만자로<2> 모시-마랑구게이트- 만다라산장-호롬보산장

일찍 일어나 식사를 마치고 일명 코카콜라 루트라고도 하는 마랑구 게이트(Marangu gate)로 출발 예정이다. 킬리만자로산은 여전히 구름 속에 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8시 15분 마랑구행 버스에 올랐다. 날씨는 여전히 잔뜩 흐려 있고, 산에는 비가 온다고도 한다. 현지 픽업 가이드가 방수커버를 해야 한다며 3$씩 요구한다. 일행 모두 등산배낭은 방수처리가 되어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미 비에 대비해 김장용 비닐백으로 옷가지 등을 잘 싸서 배낭 안에 넣어 뒀다.

오전 10시가 다 되어 모시(Moshi)라는 조그마한 읍 규모의 도시에 도착했다. 모시는 킬리만자로산의 남쪽 기슭의 해발고도 약 800m의 고지에 위치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예로부터 마사이족이 아닌 차가부족이 농사에 종사하고 있다고 한다. 탄자니아의 옛 이름은 탕가니카다. 독일 식민지(1890~1919년), 영국 식민지(1919~1961년)로 있다가 독립하게 되었는데 이 도시가 독일 선교사의 거점 및 독일령 동아프리카의 지방행정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현재는 탄자니아 농업의 중심지로서 커피 ·면화 ·사이잘삼·사탕 ·옥수수 ·바나나 ·야채의 집산지이지만, 여행객들에게는 킬리만자로산 등산의 전초기지로 더 알려져 있다. 이번 산행을 안내할 여행사에 들러 산행 가이드 콜맨을 차에 태우고 산 들머리인 마랑구게이트로 향했다.

킬리만자로산은 아프리카 최고봉으로 75만년 전 용암 분출로 생성된 것으로 비교적 젊은 산이다. 킬리만자로란 스와힐리어로 ‘빛나는 산’ 혹은 ‘하얀 산’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름 그대로 일년 내내 산봉우리 부근에 빙하와 빙설을 머리에 이고 있는 높이 5,896m의 산이다. 최고봉인 우후르피크까지의 등정기간은 보통 5일~1주일정도 코스이며 7개의 주 등반로가 있다. 그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올라 ‘코카콜라 루트’라고 부르는 5일 여정의 마랑구(Marangu) 루트는 올라간 길로 보통 다시 내려오게 된다.

오전 11시 마랑구국립공원 주차장에 도착했다. 예약돼 있던 포터들이 짐을 나르고 정리하는 동안, 일행은 등산 안내소에 인적 사항을 신고했다. 킬리만자로산 등반규정은 등반객 한 명에 따르는 가이드와 포터 수(기본적으로 등산객 1인에 2명 포터, 등산객 2인에 가이드 1명) 및 최대 중량(최대 15kg)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마랑구게이트를 들어서면 등반객이 들어가는 게이트 옆에 별도의 계량소를 두어 포터들의 짐을 일일이 저울에 달아 중량을 확인한 후 통과시킨다. 잠시 대기 후 점심도시락을 하나씩 지급받고는 안개비 속을 헤치고 본격적인 등반에 나선다. 우측의 차량 통행이 가능한 길로는 포터들이 짐을 메고 올라서며 등산객들은 좌측 길로 킬리만자로의 품으로 빠져든다. 평탄하며 걷기에 아주 부드러운 길, 열대 우림 속의 각종 이끼가 고목과 어우러져 푸근하게 느껴지는 등산로는 구름 속의 물방울이 온몸을 촉촉이 마사지하듯 시원한 감을 주는, 킬리만자로의 속살을 수줍게 살포시 보여 준다.

한 시간여를 걸어 적당한 길 옆에서 허기진 배를 채운다. 30여분 더 가면 있는 휴게 구역 못 미쳐, 이끼를 휘감고 하늘로 뻗어 있는 고목 아래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식사 후 휴게 구역을 지나 올라가는 등산로 옆으로 만년 빙하가 녹아 흐르는 개울의 우렁찬 소리는 환상의 음악과 같았다. 출발한 지 3시간30분여 마랑구게이트에서 약 7km를 걸어, 오후 햇살과 구름이 교차하는 2천720m 만다라 산장에 도착하였다. 가이드가 관리사무실에 도착 신고서를 작성한 후 10인용 2층 침대 방을 배정 받았다. 포터가 배낭을 가져다 줘, 배낭에서 따뜻한 옷으로 갈아입고 쿠킹 팀에서 준비해준 차와 간식, 옥수수튀김으로 입을 다셨다.

관목지대
관목들과 야생화가 만발한 마운디 크레이터.

짐을 풀어놓고 고소 적응도 할 겸 산장 뒤 동산에 올라 주변경관을 둘러봤다. 아직은 열대 우림지역, 마운디 크레이터(Maundy Crater) 지역은 관목들과 야생화가 만발했다. 오가는 산책길에 더덕 냄새 같은 향기가 코를 자극하고, 고사리들이 지천이다. 숙소로 돌아와 포터들이 가져다준 따뜻한 물로 고양이 세수를 하고, 한국에서 미리 준비해간 압력밥솥으로 찹쌀과 안남미를 섞어 밥을 하고, 각자 준비해 온 밑반찬에 소주를 곁들여 저녁 식사를 했다. 그리고 현지 나무를 잘라 윷을 만들어 윷놀이를 한 시간쯤 박장대소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킬리만자로의 첫 밤, 소금을 뿌려 놓은 듯 점점이 하얀 별들도 하늘에서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밤새 뒤척이다 6시경 기상했다. 토스트와 소시지, 누룽지, 계란후라이 등으로 아침을 간단히 마치고, 포터들이 가져온 따뜻한 물 한 바가지로 간단히 세수를 마쳤다. 7시쯤 되니 햇살이 산장을 비춘다.
 

등산객
호롬보산장의 등산객들.

다시 짐을 꾸려 포터들에게 내어주고, 7시50분경 호롬보산장(3천720m)을 향해 출발한다. 만다라산장에서 호롬보산장까지는 약 11km 산행(5~6시간)예정이다. 30~40분여를 걸어가니 이제 밀림 지대를 벗어나 키 작은 나무들과 야생화, 풀이 자라는 관목지대에 진입한다. 시야가 확보되니 웅장한 킬리만자로산의 영봉이 보인다. 등산로 오른쪽으로는 마웬지봉이 잉크를 풀어 놓은 듯한 파란 하늘아래 영험한 자태를 보여준다.

메인 가이드 콜맨은 후미에 서고, 전방에는 보조가이드인 에로스톤이 길라잡이를 한다. 만다라를 출발한 지 4시간여, 점심식사를 할 수 있게 벤치와 테이블을 준비해 둔 곳에 도착하여 빵과 주스, 달걀, 바나나, 과일, 비스킷 등으로 준비된 도시락을 꺼내어 허기를 달랜다.

산행에서 항상 조심하는 것이 식사다. 많이 먹어 탈이 나는 것보다 모자란 듯 먹는 게 속도 편하고 좋다. 특히 고산에서는 소화력이 급격히 떨어지기에 조심해야 한다. 이번 여행에서도 식사를 최대한 줄였다. 귀국해 체크하니 몸무게가 5Kg 정도 빠져있었다.
 

호롬보산장의풍광
호롬보산장에서 본 구름바다.
호롬보산장
호롬보산장

 

점심 식사 후 느릿느릿 킬리만자로의 풍경을 감상하며 호롬보 산장(3천720m)에 도착하니 오후 2시10분이다. 약 6시간 30분 걸렸다. 관리사무소에 도착 신고를 하고, 방갈로 6인실 두 개를 배정받았다. 일행이 열명이니 12개 침상 중, 남는 2개의 침상은 마침 같은 루트로 등산을 하던 우리나라 젊은 학생들 차지가 됐다. 내일 군에 입대하는 작은 아들이 생각난다.

핸드폰을 켜니 시그널이 잡힌다. 내일 논산에 가서 전화 통화하자고 문자를 날려 놓고 이곳저곳 호롬보 산장을 둘러봤다. 수세식 화장실에, 화변기와 좌변기 그리고 샤워실, 화변기는 항상 비어 있다. 서양인들은 화변기 사용을 못하니까!

특히 3천700m 고산지역에 있는 샤워실은 의외라는 생각이 든다. 3천m넘는 고산에서는 샤워로 인한 열 손실로 고소증상이 올 수 있어 가급적 머리를 씻지 말라고 한다. 알고 보니 4천700m 키보산장에서 우후르피크 정상 등정 후 하루 만에 바로 이곳까지 하산하여, 등정을 마친 사람들은 고소 걱정 없이 편하게 샤워 할 수 있도록 준비된 것이었다. 모든 실내등은 태양광으로 축전해 사용하는 것 같다. 50여명이 들어 갈 수 있는 식당과 텐트를 칠 수 있는 공간 등 여러모로 등산객들을 위한 배려를 해 놓았다. 오후 5시, 가벼운 두통이 온다. 오늘은 아스피린 한 알을 먹고 옷을 따뜻하게 입고 방한 모자도 쓰고 걸었다. 산행 중 얼굴에 버프를 하고, 선크림을 발랐지만 화끈거린다. 그늘은 없었지만, 산들바람이 불고 하늘은 높고 푸르러 우리나라 가을 하늘 같았었는데…….

숙소 아래의 공간에는 고소증이 심한 사람들을 싣고 하산하는 응급 베드가 외발 바퀴를 달고 놓여져 있다. 이곳부터는 고소증상이 나타나는 곳이다. 응급상황 발생시 환자를 들것에 뉘어서 등산로를 따라 하산하여 모시 시내로 이송하는 것이다.
 

관목지대
호롬보 산장에서 본 일출.

이곳 호롬보산장은 등산하는 이들과 하산하는 사람들이 같이 묵는 곳이다. 등산하는 이들은 이곳에서 하루를 자고 바로 다음날 키보산장까지 약 1천m를 올라 다음날 새벽 정상공략을 하거나, 이곳에서 하루를 묵으며 고소증상 완화 혹은 신체적응을 한다. 하산하는 이들은 정상 등정 후 이곳까지 약 2천m, 10시간 정도를 내려와 휴식을 취하는 곳이다. 구름이 발아래 있어 날씨는 쾌청한데 해 질 무렵에는 약간 쌀쌀하다.

만다라 산장에서 이곳까지 오는 길은 잘 정비된 등산로다. 화산재 풍화로 인해 고운 흙먼지로 신발과 바지는 흙투성이이고 목은 칼칼하다. 어제보다 더 많은 별들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른 저녁을 먹고 6시 반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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