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락 첫 수필집 ‘매호동 연가’ …공직 생활 32년 에피소드
김병락 첫 수필집 ‘매호동 연가’ …공직 생활 32년 에피소드
  • 황인옥
  • 승인 2019.01.2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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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내면 고백에 제격”
일·취미활동·인간관계…
소소한 일화 진솔하게 써
매호동서 텃밭 가꾸는 중
자연에 매료돼 제목 채택
김병락-매호동연가
김병락 씨가 첫 수필집 '매호동 연가'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수필은 다 그렇지”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펼쳤다. 화려한 문체나 눈이 번쩍 뜨이는 수사들로 문장의 상찬을 차렸다면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역시 수필은 그래”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김병락의 수필은 읽은 내용 만큼의 평안함을 안겼다. 책장을 넘길수록 번잡하던 내면이 진정(鎭靜)되는 느낌이었다. ‘소소한 일상’과 ‘진정성(眞情性)’의 힘이었다. “수필은 문학 장르 중에서도 내면을 고백하는데 제격이에요. 그런 면에서 인간적이죠. 저 역시 내면에서 올라오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으려고 노력하죠.”

수필가 김병락 첫 수필집 ‘매호동 연가’가 최근 출간됐다. 2006년 ‘수필과 비평’ 1월호에 ‘촛불’로 등단한 이후 10여년 만에 내는 첫 수필집이다. 책에는 공직생활, 취미활동, 주위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느낀 감정 등이 솔직담백한 문체로 그려져있다.

김병락의 삶에서 공직 생활을 빼면 허깨비만 남는다. 그는 32년간을 대구 중구청과 동사무소를 순환하며 열정을 불사르다, 2016년 희망퇴직 했다. 학창시절 친척이 “너는 딱 공무원 타입이니 공무원을 해라”는 단 한마디에 별 고민없이 공무원이 되었다. 그는 꼼꼼하고 성실한 성품의 소유자다. 책임감 또한 유별나다. 스스로도 정직하고 성실한 성품이 공직자로 적임자라는 생각에 친척이 슬쩍 던진 ‘공무원으로 살아라’라는 한 마디에 순응했을 것이다.

공직자 생활을 통해 자아성취를 해 왔던 만큼 30여년간 써온 글을 간추려 출간한 이번 수필집에는 공직 생활 중에 일어난 에피소드가 많은 비중으로 다뤄졌다. 특히 공무원이 되고 겪은 첫 에피소드는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다. “어렵게 살아가는 한 주민을 생활보호대상자로 선정해 구호하고 고맙다는 소리를 들었던 새내기 공무원 시절의 감동을 글로 남겨놓았는데, 그 글이 제 공직생활의 길잡이가 됐던 것 같아요.”

수필은 신변잡기로 흐를 공산이 크다. 글의 소재가 글쓴이의 일상으로부터 시작해 사회와 세계로 확장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자칫 지나친 자기 노출의 우려를 낳기도 하지만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다면 기꺼이 즐길 수 있다. 김병락 역시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써왔다. 그러나 공직생활이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만큼 글감이 단조로울 수 있는데, 그의 수필에서 단조로움은 찾기 어렵다. 그는 자연, 도시농부, 음악, 문학, 여행 등 다양한 취미활동으로 삶을 풍요롭게 채워왔고, 그 풍요가 수필에도 그대로 배어있다. 특히 친구와 함께 텃밭을 가꾸며 온몸으로 자연을 대면한 시간들은 책 속에 유달리 흙 내음이 짙은 이유가 됐다.

“매호동에서 듣는 자연의 소리와 땅 내음이 주는 감동을 가슴에만 간직하기에는 너무 벅차서 글로 남기고 있어요. 책 제목이 매호동이 된 이유도 매호동의 감동이 책에 많은 분량으로 수록돼 있어서죠.”

수필은 공직생활과 함께 동시에 시작했다. 2005년에 대구수필문예대학을 수료하고 수필과 비평으로 등단한 이후 대구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문학인으로도 살고자 했다. ‘시조’ 공부도 시작해 2010년에는 ‘시조시학’ 신인상을 받기도 했다. 이후 대구시조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퇴직 후에는 수묵화와 고전 공부도 시작했다. 그가 “내 적성에는 고전과 맞다”고 했다. “자연과 시서화(詩書畵)를 벗 삼아 군자의 삶을 살고자 했던 옛 선비들의 서정이 저의 정서와 잘 맞아 퇴직 후에 본격적으로 수묵화를 시작했어요.”

그에게 수필이 갖춰야할 요건을 물었더니 “재미와 감동, 그리고 문학성”을 꼽았다. 자기배설을 자제하고 독자와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써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가 “수필이라고 가볍게 붓 가는 대로 글을 쓰면 안 된다”며 “글 속에 철학과 문학과 감동이 함께 담겨야한다”고 말을 이어갔다. 무엇보다 “글쓴이의 내면을 정화하는 글이어야 독자에게도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소신발언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격한 감동과 차오르는 분노마저 담담한 시선으로 풀어내는 그의 내공은 다 이유 있음이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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