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대형마트는 매출 늘고, 소상공인·中企는 ‘조용’
백화점·대형마트는 매출 늘고, 소상공인·中企는 ‘조용’
  • 홍하은
  • 승인 2019.01.27 21: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설 분위기 ‘두 얼굴’
◇백화점·대형마트
선물세트 판매 작년比 20%↑
상품권 선호 높아 10% 늘어
◇소상공인·中企
고기 전문점 “평소와 비슷”
中企 41% “상여금 작년 수준”
백화점설분위기
27일 대구지역 한 백화점 선물세트 코너에서 손님들이 선물을 고르고 있다.
전통시장설분위기
27일 대구 한 전통시장에서 손님들이 설 명절 차례상에 올릴 제수음식을 고르고 있다.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설을 앞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은 제수용품을 구입하려는 시민들로 북적이며 모처럼 활기가 넘친다.

전통시장은 설이 다가올 수록 조금씩 대목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반면 지역 중소기업은 지역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자금 사정난으로 설 상여금도 줄 수 없는 실정이라며 울상이다.

◇백화점·대형마트, 설 대목 ‘톡톡’

“1+1 선물세트입니다. 인기 있는 제품이에요.” “생각보다 사과 크기가 작네요. 둘러볼게요.”

백화점·대형마트 등 업계에는 27일 설 명절 일주일을 앞두고 손님들도 북적였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의 선물세트 코너에는 손님들로 발디딜 틈 없었다. 직장인 한유라(여·35)씨는 “온라인이나 모바일로도 선물을 살 수 있지만 과일류는 직접 보고 사고 싶었다”고 말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오랜만에 대목 분위기 난다”고 말했다.

실제 매출도 늘었다. 대구지역 롯데백화점(대구점·상인점)은 이달 11일부터 24일까지 14일간 설 세트 매출이 전년(설날 기준)보다 2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인기있는 선물은 정육 세트로, 같은 기간 대비 50% 신장율을 보였다. 곶감과 참치·햄 선물세트도 40% 증가했다. 지난해보다 30만원대 이상 고가 프리미엄 세트를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조병채 매장 관리자는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매출이 신장하고 있다”며 “남은 기간 제품 신선도와 인기 선물세트 물량 확보 이외 다양한 프로모션 진행으로 분위기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도 지난 24일부터 본격적인 설 선물세트 매장 판매에 돌입, 신선식품 선물코너에는 손님들로 가득 찼다. 이마트 관계자는 “명절 연휴가 황금연휴만큼 길지 않아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보단 국내에서 명절을 지내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 선물세트도 전년보다 더 많이 팔릴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상품권의 선호도 커지는 추세다. 대구신세계의 설날 상품권 매출은 전년보다 10% 상당 늘었다. 쇼핑·외식·레저 등 사용처가 다양하다는 점이 큰 이유로 꼽힌다.

◇전통시장 모처럼 ‘북적’…“매출로 이어지지는 않아”

설을 일주일 여 앞둔 26일 오후 3시께 지역 대표 전통시장으로 꼽히는 서문시장이 제수용품을 준비하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찬바람 부는 추운 날씨에도 시장을 찾은 시민들로 가게들은 활기를 띄었다.

채소가게를 운영 중인 김모(여·59)씨는 “지난주만 해도 예년에 비해 설 분위기가 안나는가 싶더니 설이 점점 다가오니 손님들이 많이 와 제법 설 분위기가 난다”며 “경기가 어려워 설날 다가와도 손님들이 안올까 걱정했는데 조금씩 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떡볶이, 칼국수, 찹쌀수제비 등 시장 내 자리잡은 식당들도 장을 본 후 출출한 속을 달래기 위해 식당을 찾은 손님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칼국수 가게를 들린 권정아(여·57·달서구 신당동)씨는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해서 서문시장은 가격이 좀 저렴할까 싶어 왔다. 딸이랑 장보고 몸도 녹이고 할 겸 칼국수 먹으러 왔다”고 말했다.

설 대목 분위기는 물씬 풍기는 반면 ‘대목 경기’는 없어졌다는 푸념도 있었다.

과일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박옥순(여·53)씨는 “설이라 사람은 붐비는데 막상 사는 사람은 없다”며 “다 집었다가 가격 듣고 안사고 간다. 지갑 여는 사람은 몇 없다”고 토로했다.

채소가게의 한 상인도 “가게와서 가격은 다 물어보는데 막상 묻고는 안 산다. 지금 설에다가 작년 폭염으로 채소 물가가 다 올랐다”며 “평년보다 2배 이상은 오르니 사람들이 쉽게 안 산다”고 강조했다.

아이들과 함께 장을 보러 온 김미순(여·57)씨도 대폭 오른 물가에 장을 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 씨는 “설때 애들 좋아하는 전 구워주려고 재료를 사러 왔는데 고구마랑 애호박, 부추 등이 비싸 선뜻 구매하기가 어렵다”며 “과일도 비싸서 올해는 상차림을 좀 간소화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중소기업 “설 대목은 옛말”

설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지역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의 체감경기는 좀처럼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고용침체, 최저임금 인상, 물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으로 지역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인들은 명절 분위기는 커녕 살기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전국 중소기업 858곳을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인건비 인상 등으로 자금사정 곤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자금사정이 괜찮다고 밝힌 기업 기업은 9.5%에 그쳤다. 자금사정 불안이 설 상여금 지급 불가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설 상여금 지급을 계획 중인 기업은 지난해보다 4.2%p나 줄어든 51.9%에 불과했다. 특히 상여금 ‘확대지급’ 계획을 밝힌 업체는 1.2%뿐이었으며 41%는 ‘전년 수준 지급’을, 9.7%는 ‘축소 지급’ 계획이라고 답했다.

실제 많은 지역 기업들이 자금 사정 곤란을 호소했다. 성서산업단지 내 위치한 A 자동차부품업체 대표는 언론에서 나오는 수치들보다 체감경기는 더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회사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있는데 설 상여금을 어떻게 줄 수 있겠냐”며 푸념했다. 대구에서 섬유업체를 운영하는 서모 대표도 설 대목은 사라졌다고 했다. 그는 “설에는 보통 물량이 더 늘어 바빠야 하는데 올해는 조용하다”며 예전에는 설 전에 납기맞추느라 눈코뜰새없이 바빠야 한다. 보통 바쁘게 일한 후 직원들에게 명절 잘보내라고 보너스 두둑히 챙겨주며 설 분위기를 내는데 올해는 그렇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설 상여금 지급 계획이 축소되는 등 근로자들의 지갑이 얇아져 지출 감소로 이어지자 자영업자들도 설 대목은 옛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 달서구에서 돼지고기 전문점을 운영하는 한 사장은 “대목 경기는 경기 좋을 때나 하는 말이지. 지금은 평소랑 똑같다”며 “장사하는 사람들이 매년 어렵다 하지만 특히 올해는 더 어렵다”고 말했다.

김지홍·홍하은기자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