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 조롱당하는 자유한국당 단식
[윤덕우 칼럼] 조롱당하는 자유한국당 단식
  • 승인 2019.01.28 21:0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덕우
주필 겸 편집국장
제1야당 자유한국당, 단식투쟁을 하려면 사생결단의 자세로 제대로 하라. 지난 24일부터 시작된 자유한국당 릴레이 단식이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최근 자유한국당에 대한 지지율 상승은 문재인 정부 민생실패의 반사이익이다. 자유한국당이 잘해서 올라가는 지지율이 아니다. 김태우·신재민 폭로에서 손혜원 파문까지 온갖 호재가 쏟아져도 뚜렷한 성과없이 헛발질만 계속하는 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은 며칠 전부터 릴레이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대선 캠프 출신인 조해주씨를 국회 동의 없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임명한데 대한 반발이다. 장관급으로 임기3년인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은 비상근인 중앙선관위 위원장을 보좌하면서 사무처를 감독하는 막중한 권한을 갖는다. 중앙선관위 사무처는 선거범죄, 선거비용조사권, 선거법위반 행위에 대한 조치권한 등을 갖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둔 한국당으로서는 선거관리의 중립성과 공정성 측면에서 반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한국당은 이날부터 즉각 국회 보이콧을 선언하고 ‘좌파독재 저지 및 초권력형 비리규탄’릴레이 단식 농성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한국당이 릴레이 단식을 시작하자 여당은 물론 다른 야당조차도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단식시간이 웃음거리가 됐다. 한국당은 상임위원회별로 4~5명씩 조를 짜 5시간 30분씩 돌아가며 단식하기로 했다. 한국당은 다음 달 1일까지 단식 농성을 이어갈 계획이다. 단식 시각은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오후 2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1일 두 개조로 운영된다. 1부 시간은 늦은 점심시간대에, 2부 시간은 저녁식사 시간에 걸쳐있다.

이게 무슨 단식인가. 대한민국 국민들 점심시간은 대체로 낮12시부터 오후 2시 전후다. 일하다보면 점심식사 시간이 오후 2시를 훌쩍 넘길 때도 흔하다. 직장인들이 퇴근해 집에서 저녁 먹는 시간은 대체로 오후 8시 전후다. 단식시간대가 이러한데 한국당에서는 이걸 단식이라고 내걸었다. 지나가던 소도 웃을 노릇이다. 이러니까 ‘웰빙정당’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는 제1야당이다.

목숨을 걸고 장기간 투쟁했던 단식농성과 비교하면 단식이라고 말하기 부끄럽다. 아니나 다를까 여야 정치권에서 ‘딜레이 식사’, ‘웰빙 단식’, ‘투쟁 아닌 투정’ 등의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논평에서 “한국당은 보이콧을 어린아이 밥투정하듯 한다”라면서 “5시간 30분 릴레이 단식을 선언한 것은 웰빙 정당의 웰빙 단식, 투쟁 아닌 투정을 증명한 셈이다”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페이스북에 “한국당이 릴레이 단식이라고 해서 긴장해서 보았다. 정말 많은 의원이 동참하고 여성 원내대표가 앞장선다고 하니 더욱 긴장되었다”며 “그런데 좀 자세히 살펴보니 단식하는 시간이 5시간 30분이다. 그럼 난 매일 단식을 세번씩 한다. 오랜만에 웃는다”고 썼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밥 먹고 와서 단식’, ‘앉아있다 밥 먹으러 가는 단식’은 들어본 적 없다”면서 “단식 농성의 새로운 버전을 선보인 한국당의 쇼에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해주 위원 임명 강행은 분명 잘못됐지만, 임시국회를 보이콧하며 세상 편한 단식을 하겠다는 생각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민주평화당 문정선 대변인 역시 “한국인들의 평균 식사 간격은 5시간에서 6시간 사이다. 조금 더 정확하게 하자면 5시간30분 릴레이 단식이 아니라 30분 딜레이 식사”라며 “정치가 안 되니까 개그로 승부를 보려는 수작인가”라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원래는 한 분이 종일 단식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하려 했으나 의원들이 지금 가장 바쁠 때라는 점을 고려해 취지는 같이 하면서 2개 조로 나눴다”며 “진정성을 의심받고, 오해를 불러일으킨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이번 릴레이 단식 농성에 대한 민주당 등의 비판을 ‘정치 공세’라고 규정하며 계획대로 릴레이 단식 농성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27일 오후 국회에서 ‘좌파독재 저지 및 초권력형 비리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내가 곧 선이고 정의고 국가’라고 얘기하고 있다”며 “조해주 선관위 상임위원 임명이나 손혜원 사건처럼 선·정의를 혼자 독점하려 하는 것은 오만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권의 오만함과 두려움이라는 두 얼굴에 강력히 저항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규탄대회에서 제1야당의 비장함은 느낄 수가 없었다. 오히려 희죽희죽 웃는 의원들 모습도 많이 보였다.

일단 지켜봐야 하겠지만 조롱거리 단식으로는 문재인 대통령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눈도 깜짝하지 않을 듯하다. 그 정도의 투쟁으로는 각종 의혹을 해소하고 뚜렷한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한국당은 민주당이 조해주 중앙선관위 상임위원 임명 철회와 김태우·신재민·손혜원 의원 관련 의혹에 대한 특검과 국정조사, 청문회 요구를 요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대여 투쟁을 하려면 제1야당답게 목숨을 걸고 단식투쟁이라도 제대로 해야한다. 처절함이 보이지 않는 자유한국당, 아직 한참 멀었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최신기사